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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글쓴이
이은주 저
헤르츠나인
평균
별점9.7 (12)
leonjung

 

요양보호사는 나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아주 먼 직업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 한겨레 신문 권지담기자의 기획 기사에서 읽은 요양보호사의 현실은 내게 부정적인 느낌으로 자리잡기에 충분했다. ‘돌봄이라는 정감있는 단어 속에 숨은 열악한 환경과 3D직종의 고충. 이 직업에 종사하는 50~60대 여성들은 평생 가족을 돌봐왔으며 자신도 곧 돌봄을 받아야할 처지가 될지도 모를 몸 상태로 박봉에 시달리고 있었다. 세 번의 연재 기사를 읽으며 가슴이 답답해졌더랬다. 그리고는 나와 별 상관없는 일이라며 다른 텍스트들 사이로 어서 휘발되어버리길 원했다.

 

그런데!

!!

이 책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의 작가 이은주씨는 나를 아주 혼란에 빠뜨렸다. 몇 개월 전에 읽었던 기자의 글과 이 작가의 글은 같은 소재를 다루었음에도 어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단 말인가. 문학과 비문학의 차이일까? 르뽀형식으로 드러낸 현장의 분위기와 종사자 인터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함이 이 에세이에는 있었다

 

이 책으로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처음 만난 사람은 아마 해 볼만한 일, 보람된 일이라는 느낌을 가지리라고 본다. 물론 이 책에서 요양보호사의 고충이나 애환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가가 서술하는 어려움은 그가 하는 일에 비해 그리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떤 일이건 어려운 부분이야 늘 있겠거니 하는 정도로 보여진다

 

그래서 나는 궁금했고 놀라웠다.

이 작가는 대체 천사의 탈을 쓴 사람이란 말인가?

자칭 신들의 요양보호를 하고 있다고 하니 천사가 맞는 모양이다.

이런 예를 보면 확실하다.

재가방문 나가서 만난 독거노인에게서 자존심에 타격을 입는 말을 듣는다. 그만두려고 했고 울었으면서도 오히려 그 노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재가방문 요양보호 활동 시 필요한 정책을 생각하다니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이은주 작가는 어떤 이력을 가진 사람일까?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 처럼 전업주부였다가 자신의 평생 경력인 돌봄능력으로 생활전선으로 뛰어든 사람?이 아니다. 학습지 교사였고 공항에서도 근무했고, 미혼으로 조카들을 돌봐야 하는 일을 기꺼이 해냈다. 일본어 번역가이면서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순서는 현재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일과를 일지처럼 보여주는 요양원에서의 하루1부이고, 2봉사자에서 요양보호사가 되기까지는 어떻게 요양보호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이다. 3데이케어센터에서의 하루4재가방문의 날들은 실습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활동에 관한 이야기이다. 5나는 요양보호사입니다는 요양보호사로서의 자신에 대한 성찰, 요양보호사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정보, 그리고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맡긴 자식들이 가져야 할 태도를 담고 있다.

 

이제 작가를 왜 천사라고 표현했는지에 대한 증거들을 한 번 보자. 그녀가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일과 속에서 겪는 일들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인상이 구겨지고 손으로 코를 막을 것 같은 상황의 연속이다. 그런데 책에서 그녀가 서술한 내용을 읽으면서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것을 눈치 챈 내 이성은 내 귀에다 대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마 이 작가는 꾸며 쓰고 싶었을거야. 자신이 하는 일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었던 거지. 기저귀를 갈며 똥이 옷이나 손에 묻는데 어떻게 욕이 안 나오겠냐고? 그걸 있는 그대로 써놓으면 독자들은 채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릴걸. 그러니까 예쁜 포장지로 고이 싼 거지!”

 

이성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생각한 그대로를 쓰고 보니 악마같다. 그렇다면 내 안에 천사도 있을까? 천사는 없다! 단지 작가의 필력이 대단할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처절한 생활 현장을 샤방샤방한 동화속의 한 장면으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다.

대체 뭔 소린지...’ 싶을 것이다.

장황한 설명보다 작가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그럼 이 리뷰를 읽는 당신도 바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p. 29

조금 전에는 짜증내서 미안해요. 그렇게 걷다가는 무릎이 나가겠어요. 몸은 또 얼마나 피로할까요. 나는 주문한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절대 화내지 않기.’

설사 나의 뮤즈가 변기 물을 손으로 휘젓고 있을지라도, 씻겨드리는 나를 때가 낀 손으로 할퀼지라도, 헐거워진 틀니 사이로 침이 줄줄 흘러 내 바지 위를 적실지라도, 그녀는 나의 뮤즈, 나의 고양이.

 

어떻게 침 흘리고 할퀴는 환자를 나의 뮤즈, 나의 고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놀라웠고 이 리뷰에 차마 옮기지 못할 어떤 할아버지의 대사에 응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읽으면서는 입을 떡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래 인용하는 부분은 작가가 이 일을 대하는 자세가 어떤지, 책 전체의 분위기가 어떠할지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다.

 

p. 95~97

편마비 환자를 욕창이 걸리지 않게 2시간마다 한 번씩 체위 변경을 할 때, 기저귀 케어를 할 때, 하루 종일 밀폐된 상태로 있던 엉덩이에 클린 로션을 바를 때가 나는 제일 기분이 좋다. 그들이 얼마나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편안해 보이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 높은 기저귀 케어를 하기 위해서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뛰어다녀야 한다. 퇴근 시간을 오버하기도 한다. 청결하지 않은 손으로 환자는 자신의 눈을 비비거나 만지기도 하는데 그들의 눈에 인공 눈물을 넣어주고 싶은 것도 나의 바람이다. 누군가 먹여주지 않으면 물조차 마실 수 없어 입이 소보로 빵처럼 터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입술에 바셀린을 매일 발라주는 것도 내 업무의 일부분이다.

그들은 하루 종일 좁은 침대에 누워 있다. 거실에서 들리는 텔레비전 소리, 사람들 대화와 웃음소리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제우스의 고독한 하루는 침상을 벗어날 수 없기에 얼마나 고독할까. 단지 젖은 기저귀를 가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건네며 어디 아픈 곳이 없는지 두루두루 살펴야 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모든 소박한 소망을 여덟 시간 안에 요양보호사 혼자 해내야 한다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불만이 있고, 이 일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설사를 하고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에 허둥대다가 침대 시트와 벽에 오물을 묻히고 심지어 자신의 손톱 끝까지 더러워져서 의기소침한 분에게 핀잔을 주기보다 괜찮다바로 이런 것을 도와주기 위해 제가 있는 것이라고 안심 시켜 주고 싶다. 진심이 우러나오는 질 높은 서비스가 필요한데, 이를 할 수 있고 없고는 역시 시스템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국종 교수의 시스템 문제에 대한 강의를 유튜브로 보다가 요양원에서도 시스템 문제가 있다고 하며 쓴 글이다. 이 글에는 작가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명확히 드러나고, 계속 이어지는 내용은 열악한 환경과 박봉에 고생하는 요양보호사들의 현실을 알게 된다. 이런 일을 하면서 작가는 현장에서 만나는 어려움들의 개선을 더 걱정한다. 내가 작가와 똑같은 상황에서 일한다면 분명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투덜거릴 것이다. 결국 나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 작가와 나는 절대 비교할 만한 동급이 아닌 것임은 분명하다.

 

작가가 문제제기한 대로 이제 치매 환자나 중증 질환자, 독거노인을 케어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개인이 감당하기에 힘든 일이다. 그 부분을 5부와 마지막 서면 인터뷰에서 언급하고 있고 부모를 요양원에 모신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있다.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닥칠 일이기 때문에 꼭 참고할 내용이다.

 

p. 295

육아를 위해 부모 교육을 받는 것처럼 부모를 잘 모시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면서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셔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식들이 부모를 버린듯한 죄책감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숱하게 봐 왔다. 부모와 자식 모두 트라우마가 되지 않는 건강한 이별을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요양원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자녀분들께는 소소한 팁을 전해주고 싶다.

많은 자녀분들이 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기 위해 요양원을 찾아오시고는 할 일이 없어 금방 일어서곤 하는데, 그 시간에 많은 스킨십을 나눌 것을 권한다. 즐겨 드시는 간식을 함께 먹고 손발톱을 깎아드리거나 머리를 빗겨드리고, 한 번쯤 옷도 갈아입혀 드리며 전체적인 건강을 살피는 과정에서 부모님은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유대감, 자녀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이 리뷰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작가는 자신을 신들의 요양보호사라고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프롤로그에 바로 나온다. 하지만 나는 이 리뷰에서 인용하지 않겠다. 우리 중 누군가는 요양보호사일 수도 있고, 요양원에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언젠간 부모님이나 배우자를 요양원에 모시게 될 예정자들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은 단지 우리에게 요양원과 요양보호사에 대해 알려주는 것만이 아니다. 인간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책을 덮고 잠시 시간을 내보게 할 그 기회는 이 책 한 권의 값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무한히 가치로운 것이 될 것임을 장담한다.

 

마지막에 작가가 사생활의 고충을 쓴 부분을 인용하며 이 리뷰를 마친다.

 

"그리고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면 나의 이런 모든 돌봄에 대한 지식과 실천이 나의 엄마에게 만큼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나와 병원 동행하던 것을 거부하시는 엄마. 당뇨와 고혈압에 나쁜 젓갈 대신 심심한 요리를 해드리면 타박하는 엄마. 이젠 슬픈 일이 생겨도 가슴에 하나도 와 닿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우울증이 엿보이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정말 신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신을 믿는다면 사람은 왜 늙고, 병들어서 죽어야하는지 묻고 싶어진다."

 

 

☞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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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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