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leonjung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글쓴이
김정운 저
21세기북스
평균
별점9.3 (192)
leonjung

나는 기대된다.

그가 낼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의 가사가.

그리고 궁금하다.

정말 허태균 교수가 여수의 어느 섬을 살지.

 

책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의 에필로그에서 김정운 교수가 (앗, 여기서 정리하고 넘어갈 게 있다.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를 어떻게 부를 것인가이다. 전직 교수였고, 지금은 자칭 화가인데 책의 저자이므로 그의 이름 뒤에 무엇을 붙일 건인가가 급 고민됐다. 그는 이제 책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고 화가도 넓은 의미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니 통칭하여 작가로 부르겠다.) 아니, 김정운 작가가 한 말이 기대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첨언하자면 나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듣고도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원체 성악곡보다는 기악곡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일어로 된 슈베르트 가곡을 들으면서 한글 가사를 읽어봐도 영 공감이 되질 않았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나진 않는데 김정운 작가는 독일 유학 때 겨울 나그네를 들으며 외로움과 슬픔을 달랬다고 했다. 그 내용을 읽은 후 슈베르트 가곡을 들을 땐 더 노력해봤다.

하지만,

‘대체 어느 지점에서?’

‘독일어를 안다면 더 이해가 잘 될까?’라는 생각들만 복잡하게 머릿속을 굴러다녔다.

 

최근 음악감상실에서 슈베르트의 두 연가곡 전곡을 감상할 기회가 있어서 다시 집중해 보았다. 이번에도 가사의 감동보다는 가수의 목소리가 더 귀에 들어왔다.

‘역시 헤르만 프라이보다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야~’이러면서 내 취향만 재확인했다.

 

이랬으니 김정운 작가의 계획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겠나. 앞으로 겨울 나그네를 번역 해설하고 각 노래에 맞게 그림을 그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오~ 이 책 나오면 구매각이다!’

 

 

첨언이 너무 길었지만 허태균 교수 얘기도 하고 넘어가야 한다. 김정운 작가와 허태균 교수의 책은 재미있다. 허태균 교수의 <가끔은 제정신>은 잘못 알고 있는 심리학 상식을 뒤집는 내용이었라 무릎을 치며 재미있게 읽었다. 그가 김정운 작가의 후배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알았고 조만간 선배의 꾐에 넘어갈 수순을 밟을 예정이라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과연 허태균 교수는 팔랑귀일지, 아내 말을 잘 듣는 남편일지 궁금해서 앞으로 나올 김정운 작가의 책을 또 사봐야 할 것 같다.

 

앗, 그는 다 계획이 있었던 거다! 책 속에 독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밑밥을 깔아놓은 것이다. 그것도 젤 마지막에 말이다. 나같은 사람들은 홀라당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분 나쁘진 않다. 아래 문장을 읽으며 격하게 고개 끄덕였으니까.

 

"책은 앞으로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두는 겁니다."

 

 

 

나도 그렇다. 꽂아둔 후 꺼내 읽는 맛이 있다. 책을 사서 책장에 꽂을 때의 뿌듯함과 충만함은 명품 백을 사서 옷장에 고이 모셔두고 흐뭇해하는 이들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크다고 말하고 싶다.

 

그의 책장에 책이 많은 이유는 알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며 그 책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자신에게는 ‘지식의 편집’ 과정이 된다고 했다. 그렇게 책들을 정리하며 겨울나그네를 번역하고 각 노래마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 책 리뷰인데 책의 주제에 대한 내용이나 소개보다는 에필로그, 그것도 책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한마디에 끌려서 너무 길게 썼다. 출판사 책 소개와 다른 사람들의 리뷰로도 충분할테니 나는 그냥 내가 꽂힌 부분만 써야겠다.

 

이 책의 주된 내용 즉 본문외에도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쏠쏠한데, 그것은 작가의 그림과 사진에 붙인 시같은 짧은 글들이다.

 

사진옆에 붙인 하이쿠 같았던 것들을 몇 편 골라봤다.

 "낚시가 행복한 건

‘찌’만 보기 때문이다.

나도 그때

‘너’만 보고 있었다.

잡힌 고기는 ‘덤’이다."

"파도칠 때는 그냥 가만히 듣는 거다.

그대가 파도칠 때, 나도 그랬다."

"해가 기울수록

그림자는 길어진다.

기억도 그렇다.

그리움도 그렇다."

 

거의 시인같다.

자신만의 앞바다를 품고 살아서일까...

 

 

어느 순간 교수직을 때려치고 일본에 그림을 배우러 갔다던 작가가 갑자기 여수로 내려가 화실을 만들었다니? 그것으로 책을 냈다니! 궁금해서 읽었다. 주체적 공간인 ‘슈필라움’에 대한 얘기를 한다기에 여수 화실 자랑, 아니면 메이킹 스토리 같은 내용일거라고 예상했지만 내용은 기존의 책들과 유사하게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내용 속에 여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을 다 알려주지 않는 것 같다는 미진함을 느끼고 있는데 에필로그에서 그걸 해소시켜 주었다. 그리고 이 글 서두에 쓴 궁금증이 자동발생한 것이다. 또한 김정운 작가의 지속가능한 창작 생활을 위해 계속 그의 책을 사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문 것이다. 역시 기분 나쁘지 않은 미끼다.

 

그런데 희망사항도 생겼다. 작가의 책장을 보니 여수의 미역창고(美力創考 :아름다움의 힘으로 창조적 사고를 한다는 뜻으로 작가가 직접 지은 공간의 이름)에 가보고 싶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leonjung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7.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7.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7.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7.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6.26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6.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3
    좋아요
    댓글
    194
    작성일
    2025.7.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49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28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