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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글쓴이
캐서린 메이 저
웅진지식하우스
평균
별점9.6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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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나서야 내게 자폐 성향이 있음을 깨달은 한 여성이, 1년 동안 사우스웨스트의 코스트 패스와 노스 다운스 웨이의 수백 킬로미터를 걸으면서 그동안 겪어왔던 스스로의 마음 상태를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서른 아홉에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아스퍼거 증후군'은 학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다. 대신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 명칭이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라고 불린다고 들은적이 있다. 



 





 



   그녀의 긴 여정을 따라가면서 나는 나와는 다른 또 다른 유형의 사람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가 책의 말미에서 얘기하듯, 요즘 사회에서 자폐증은 낯설지 않기 때문일수도 있다. 그 이유야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최근에 크게 유행했던 드라마 주인공인 '우영우' 덕분에라도 그리 생소하지 않은 단어다. 



 



   저자는 매일 40키로씩 걷기로 계획을 세우고 그 여정의 시작을 서머싯이라는 지역의 '마인헤드'에서 시작한다. 상당 부분은 데번 지역의 사우스웨스트 코스트 패스에서 이루어지는데, 영국 해협과 브리스틀 해협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다. 시작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저자가 걸었던 길을 지도로 표시해두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지명이 나올때마다 수시로 지도를 봤다. 



 





   그녀에게 걷는 다는 것은 '레저'가 아닌 '생존'이었다. 특히 겨울에는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녀의 계획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고, 악천후를 무릅쓰고 걷는다 하더라도 당초 그녀가 계획했던 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보통의 경우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계획을 수정하든지 하겠지만 그녀는 얼마나 걸었는지에 대해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이러한 집착도 아스퍼거 증후군 탓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책에서는 단순히 걸으면서 보여지는 풍경이나 경험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구간마다 과거의 모습이나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녀의 성격상 아이 돌보기는 그리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특히 그녀는 '소리'와 '접촉'에 대해 무척이나 민감했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매우 많이 필요했고, 그렇기 때문에 어린 아기를 돌보는 것은 그녀의 감정을 곧잘 폭발시켰다고 한다. 특히 남편이나 아이와 같이 사랑하는 가족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은 그녀 자신에게도 큰 상처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런 순간에 이런 사람과 입맞춤하기가 싫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그저 지금 포옹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그녀는 8월에 여정을 시작했는데, 1월에는 캔터베리에서 차트햄, 위즈터블에서 시솔터, 차트햄에서 칠햄까지의 걷기를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스스로가 아스퍼거 증후군에 해당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의사와 상담하면서 본인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남편과 주변에 그 사실을 고백한다. 물론, 남편은 이미 그럴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녀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해서 사실 사회생활을 못하는 것도 친구가 없는 것도 결혼을 못한것도 아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세상을 훨씬 더 세세하게 인식한다고 한다. 때로는 타인의 감정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산후 우울증의 암울한 어둠 속에서도 나는 늘 버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콘월의 맨 끝까지 가는 여정은 그녀와 그녀의 아들인 버트와 단 둘이서 하는 여행이 그려져 있다. 물론,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걸어서가 아닌 자동차로 가는 여행이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보통의 부모나 그녀의 남편 H에 비해 무척이나 힘겨운 과제이긴 했고, 순간 순간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감정이 폭발하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아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뒤늦은 나이에 스스로가 자폐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끊임없이 자기 스스로에 대해 혼란을 느끼면서도 담담하게 살아가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18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던 진료소에서 드디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이 책은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그녀가 하는 말이 와닿지 않거나 이해가 안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구나 싶었고, 그게 혹여나 나일수도 있고 아니면 내 가족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평범'이란 것을 정의하기 어려운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굳이 좀 과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을,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어렵거나 서툰 사람들을 '자폐증'이라는 분류로 범주화해서 '이상'하다고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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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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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는호르데아리

    작성일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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