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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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글쓴이
미셸 자우너 저
문학동네
평균
별점8.7 (207)
소루

 



『H마트에서 울다』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자우너의 뭉클한 성장기를 담은 에세이다. 출간 즉시 미국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2021년 뉴욕 타임스, NPR 같은 유수의 언론매체와 아마존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버락 오바마 추천도서에 꼽히기도 했다.



“우리 엄마만 왜 이래?” 여느 미국 엄마들과는 다른 자신의 한국인 엄마를 이해할 수 없던 딸은 뮤지션의 길을 걸으며 엄마와 점점 더 멀어지는데…… 작가가 25세 때 엄마는 급작스레 암에 걸리고 투병 끝에 죽음에 이르고 만다. 어렸을 적부터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해준 엄마를 떠나보내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마저 희미해져감을 느끼던 어느 날, 작가는 한인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 먹다 엄마와의 생생한 추억을 되찾는데, 『H마트에서 울다』는 그로부터 얻은 위안과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에 대해 담담하게 적어나간 섬세하고 감동적인 에세이다.




그 부츠가 떠올랐다.내가 발이 까지지 않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도록 엄마가 미리 신어 길들여놓은 부츠가.나는 이제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바랐다.부디 내가 대신 고통받을 방법이 있기를, 내가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엄마에게 증명할 수 있기를.



P.149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스쳐 지나가듯 짧은 줄거리를 들었을 뿐, 다른 정보 없이 접했기 때문에 소설책인 줄 알았다. 그냥 지난번 책 읽고 난 후 문득 'H마트에서 울다'를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예사 북클럽을 뒤지고, 없어서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시작했다.



초반부는 무난했다. (외국에서 살다 온 한국인으로서) 코리아타운의 한인마트에 대한 반가움을 그리는 걸까? 싶은 마트와 음식 소개에 '외국 사람들에게 이국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그냥 여느 엄마와 딸의 시간이 주를 이뤘으니까. 그래서 초반부 넘기는 데 조금 오래 걸리기도 했다.



책은 중반부 넘어서면서부터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셸의 혼란과 고통, 헌신이 정말 섬세하게 적혀있어 더욱 슬프다. 그녀는 엄마에게 제대로 하지 못한 걸 후회하지만... 누군가를 떠나보내면 어떤 걸 해도 아쉬운 마음과 후회와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아픔조차 감싸 안고 한편에 잘 보관하는 게 남은 자들의 일인 거지.



사실 중-후반부는 오늘 막 읽었는데도 너무 울면서 봐서 제대로된 감상을 쓰기 어렵다. 아니, 이 내용 자체가 '저자는 이렇게 행동했지만 난 저렇다고 생각한다' 류의 감상을 남길 수 없다. 그냥 미셸이 이야기해 주는 시간의 흐름을 같이 따라가며 같이 슬퍼하고 같이 추억했다. 미셸의 어머니는 정말 lovely한 분이라는 건 내게도 오랫동안 남을거다.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죽은 사람들이 가는 장소는 있다고 믿는다.나미 이모의 말 처럼 다시 만날 그 날, 엄마와 은미 이모와 할머니가 저자를 맞이해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책이 중반부를 지났을 즈음부터 내 BGM은 선우정아의 도망가자였다. 미셸의 마음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활자를 통해 함께하며 그냥 생각난 노래가 그거 뿐이였다. 특히 에어로케이와 콜라보했던 라이브 영상이 생각나서 이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읽었다.






"오직 엄마만이 너한테 진실을 말해줄 수 있어. 왜냐면 진짜로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뿐이니까" 같은 말들을. / p.35





특히 엄마가 잔소리하던 부분을 유심히 살폈다. 엄마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컸는지, 엄마 없이도 내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 p.121





엄마는 부르르 떨면서 속삭였다. 널 편안하게 해줄 수만 있다면 엄마는 어떤 고통도 감수할 거라고, 그게 바로 상대가 너를 진짜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그 부츠가 떠올랐다. 내가 발이 까지지 않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도록 엄마가 미리 신어 길들여놓은 부츠가. 나는 이제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바랐다. 부디 내가 대신 고통받을 방법이 있기를, 내가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엄마에게 증명할 수 있기를. / p.149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내가 평생 들어온 그 다정한 속삭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내게 장담하는 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엄마의 모성이, 엄마가 느꼈을 테지만 능숙하게 숨겼을 무진장한 공포를 제압해버린 것이다. 엄마는 무슨 일이든 어찌어찌 잘 풀릴 거라고 내게 말해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다. 난파선이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담담히 지켜보고 있는 태풍의 눈과도 같았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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