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lm Review

lismania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4.1.8
감독 : 이재용
배우 :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 조현재,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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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드라마, 시대극/사극
시간 : 124분
등급 : 18세 이상
개봉 : 2003.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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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뜻하지 않게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2003)]이라는 영화를 만나게 하였던)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2번을 놀랐다. 먼저, 원작이 쇼데를로 드 라끌로(Choderlos de Laclos)의 [위험한 관계 : Les Liaison Dangereuses(대성, 1992)]라는데, 외국작품을 우리식으로 재해석해낼 수 있고 또 나름의 색깔을 입혀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 한국영화가 많이 성장했다는 이야기가 될까..??
또한, 슬쩍 넘어간 검열수위(??) 장면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국내에서 개봉된 프란시스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영화 [드라큐라(Bram Stocker's Dracula, 1992)]가 2장면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바로 조나단(키애누 리브스 분)의 약혼녀 미나(위노나 라이더 분)가 [아라비안 나이트(범우사, 1994)]를 읽는 장면에서 책 속에 보이는 삽화가 2컷 잘려나갔다는 사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신기하게도 그와 비슷한 수위의 삽화장면이 슬쩍 지나간다. 물론, 순식간에 지나가는 까닭에 신경써서 보지 않는다면 발견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놀라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 한국영화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까..?? 아마도, 검열당시에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_-;)
기억에 남는 것은 조씨부인(이미숙 분)의 대사 한 마디.. "마음은 권도령에게 있으나, 몸은 조원에게 주었고, 혼인은 유대감과 한다?"
많은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넘겨 버렸지만, 결혼에 대한 본질적 물음처럼 느껴져 기억에서 지우기 힘들었다.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관계, 제도적 관계.. 이 3가지는 분리될 수 없는 가치이며, 이들이 일치될 때 우리는 그것을 일러 결혼이라 하는 것이 아닐까..?? 흐음, 잘 모르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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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씨추문록(趙氏醜聞錄)
이 영화의 내용은 가상의 책, 화첩 [조씨추문록(趙氏醜聞錄)]을 근거로 하고 있다.
요즈음으로 치자면 영상누드집 정도가 될 것이다. 또한, 사회적 파장을 감안한다면..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청하, 1992)]나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J-pub, 1999)] 등에 필적할 만한 당대의 문제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화첩의 그림들은 주인공인 조원(배용준 분)이 그린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본래 동양화가인 윤여환 선생의 그림이라고 한다) 그것을 조원이 죽은 후 그를 따르던 자근노미가 서사(書肆)에 돈을 받고 팔아넘긴 것이다. 이로써, 이 화첩이 대량 생산되고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데.. 저작권 침해 사례라고 하겠다. (-_-;)
서사에서는 [조씨추문록]의 판매를 위해 대량으로 책을 제작하게 되는데.. 이 때, '책을 제작하는 과정'이 잠깐 스쳐 지나간다. 원본을 두고 여럿이서 똑같이 그림을 배껴 그리는 방식으로 책의 제작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서사에서는 대부분 활자로 인쇄된 활자본을 입수하여 판매하였으며, 자체적으로 제작한 방간본(坊刊本, 방각본=坊刻本)의 경우에도 목판인쇄가 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어색한 느낌이 있다. 다만, 일반 활자본이 아닌 화첩이기에 상황이 어떠하였을지 추측하기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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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쥬실의(天主實義)
숙부인 정씨(전도연 분)는 서학, 곧 천주학의 가르침에 따라 서민들을 돕는 삶을 사는 것으로 묘사된다. 극중에서 숙부인이 [천주실의]를 필사하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 장면을 보면서, 다소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저 장면이 과연 시대적으로 옳은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신부 마테오리치가 저술한 [천주실의(天主實義)]는 명나라를 통해 17세기 초엽에 유입되었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대략 17세기말에서 18세기초 정도로 추정되므로(천주교가 전파되었다는 사실이나, 망원경이 등장하는 것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큰 무리는 없어보인다.
또한, 전래된 서적이 본래 한자본이었지만 일반대중들을 위해 한글번역본 또한 많이 필사되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다만, 양반가의 규수가 필사본을 작성해서 평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설정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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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열하일기(熱河日記)
숙부인 정씨가 책방에서 자신의 몸종인 은실에게 연암 선생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찾아주는 장면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열하일기]가 본래 26권 10책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영화에서는 단 1권짜리 책으로 (그것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주 얇다) 표현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확실히 고증의 오류로 보이는데, 솔직히 말한다면 고증을 했을까 의심스럽다. 조금만 신경쓰면 알 수 있는 것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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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사(書肆)
조원(瓦陸?분)이 숙부인 정씨에게 작업(??)을 시작하는 곳이 서사(書肆)라 불리는 책방, 곧 서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서관이나 서점과 같이 책에 둘러싸인 공간이 작업(??)하기에 적절한 공간이라는 것일까..??
18세기 전후의 서사의 광경에 대해서는 명확하지가 않으므로, 표현상의 오류를 따진다는 것이 곤란한 일이다. 다만, 진열판매에 관한 부분은 다소 어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아래쪽 사진의 붉은 원안에 보이는 바와 같이 서책의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열한 서책의 옆에 동일한 서책들을 나란히 세워서 배열한 것은 상당히 어색해 보이는 장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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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책읽는 소리
인호 도령(조현재 분)과 소옥 낭자(이소연 분)는.. 비록, 몸은 다른 사람에게 허락하였으나 마음을 주고 받은 연인사이.
인호는 소옥을 처음 본 후 잊지 못하고 그 정체를 알기 위해 일부러 조씨 부인(이미숙 분)을 찾는다. 또한, 소옥도 어두운 밤 울려퍼지는 인호의 책읽는 소리에 가슴을 설렌다.
문득, 이 장면에서 정민 선생의 [책읽는 소리(마음산책, 2002)]라는 책이 떠올랐다. 정인지, 조광조 등 선조들의 사례를 들어.. 옆집 총각의 낭랑한 책읽는 소리에 처녀들이 가슴을 두근거리며 설레기도 하고, 더러는 담을 넘기도 했다던..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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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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