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이 해준 밥' 이란다.
아이들 삼시 세끼를 차려주고, 배고픔을 참아가며 신랑과 먹을 저녁을 만들고 나면 어느새 입맛이 달아난다.
저녁 식탁에 앉으면 오늘 할 일을 끝낸 마냥 그제야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저녁식사가 끝나면 바로 내일 '저녁은 뭐 먹지?' 고민이 시작되는 반복되는 삶
나 역시 결혼 전까지는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요리도 배워본 적이 없다.
그저 주부가 되고 먹고살아야 하니 자연스레 음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이나 찌개, 메인 반찬 하나로 어느새 9년을 버텨오고 있다.
그래서 몸이 피곤할 때, 인생이 허기질 때 엄마 밥상이 생각난다.
두부조림, 고사리 볶음, 진미채, 오이무침, 오징어 국, 냉이된장국...
소박하지만 이것저것 집어먹을 것이 있는 따뜻한 밥상.

"밥이 그리워졌다."

저자 김용희는 '음식의 맛과 향을 즐기듯 삶의 결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픈 크리에이터'다.
인문학으로 풍요롭게 살기, 소박한 음식 속에서 오감을 느끼며 살기에 관심이 많다(네이버 책 소개 中)
이 책은 "음식은 추억이다"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50가지 음식과 관련된 따뜻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상추쌈'도 단순한 쌈이 아니다. 똑같은 밥알 수로 만드는 일본의 초밥, 적당한 크기로 규격화된 중국의 딤섬과는 다르다. 상추쌈에 어떤 것을 담느냐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저자는 상추쌈에서 어떤 것도 다 감쌀 수 있는 엄마의 품을 찾아낸다.
또한 스트레스 해소의 아이콘 '양푼 비빔밥'에서는 자기의 삶의 모든 맛을 받아들이겠다는 어떤 의지를 발견한다. 내면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 보겠다는 안간힘을 느낀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쌀밥'은 한국인이 만나는 최초의 욕망으로 정의한다.
인생이란 결국 스스로 밥을 떠먹는 일, 아이는 자라면서 스스로 허기를 달래고, 또 달래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밖에 엄마가 해줬던 따뜻한 한 끼, 사랑이 떠나고 나서 먹었던 술안주들, 외로운 마음을 달래준 간식들, 영혼을 채워주는 음식,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음식들...

음식이라고 표현하기 애매한 수박이나 사과 같은 과일도 있다. 그 무엇이 되었든 내 입을 통해 들어온 그 무언가가 나를 채워주고, 치유해 준다면 그 자체만으로 인생의 허기를 채워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 엄마는 늙었다. 늙은 엄마는 본인의 입맛에 자신이 없어졌다.
나는 예전처럼 먹고 싶은 메뉴를 적어다가 밥을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한다.
엄마가 음식을 하면서 맛을 보며 저물어가는 본인의 생을 바라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따뜻한 한 끼들을 쌓아갈 차례인 것 같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해줬었던 것처럼.
매일매일 엄마의 맛을 어렴풋이 따라 해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