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햇살
  1. 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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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작가 중에는 등단한 지 꽤 오래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있는 반면 등단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한 작가가 있다. 그러한 현상은 요즘이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분석해보자면 예전에는 어린이 문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는 소수의 사람만이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갖고 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던 반면 지금은 많은 부모들이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지금은 자녀에게 좋은 책을 권해주고자 노력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에 등단한 작가의 책이 괜찮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확산되는 속도가 예전의 그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현상이 좋다 나쁘다라고 꼬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독자가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이 높아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고 작가의 창작의지에 불을 붙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작가가 다양한 시도를 하기보다는 시장의 상황에 끌려다닐 위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작가는 자신의 철학을 담으면서 동시에 독자들이 공감하거나 혹은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들을 인식할 수 있는 작품을 써 주기를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랄 뿐이다.


 


올해 아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청소년 책을 꼽으라면 응당 <완득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유난히 청소년 책이 많이 나온 해였다. '학생이라면 그래도 이렇게 생활해야지'라는 류의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 진정 그들의 생활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작품의 선두에는 <완득이>가 있을 것이다. 마침 얼마 전에 초등 3,4학년이 보는 책을 펴낸 작가 김려령과 그의 작품에 대해 알아보았다.


 


<< 작가 소개 >>


 


김려령


 




1971년 서울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기억을 가져온 아이』로 제3회 마해송문학상 수상.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로 제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 이 외에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석권하며 2008년 가장 주목해야 할 거물급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진지한 주제의식을 놓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필력이 돋보이는 작가다.


(예스24에서 발췌)


 


 


 


<< 작품 소개 >>


 


1. 기억을 가져온 아이


 



기억을 가져온 아이
김려령 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05월


저자의 등단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에 세 개의 문학상을 휩쓸었는데 그 중 이 책은 마해송문학상을 탄 작품이다. 2006년에 졸업(아이 둘 낳고 삼십대에 소설을 쓰기 위해 문창과에 들어갔단다.)하면서 쓴 세 권이 모두 상을 탔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김려령 작가에게 '운'이라는 말을 적용시킬 수는 없을 듯하다. 이 책은 작가의 책 중 유일하게 읽지 못한 책이다.


 


책 소개를 빌리자면 이 책은 판타지 형식을 빌려서 기억과 망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단다. 살아있는 것과 기억되는 것, 잊힌 것과 죽은 것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자로 꼬마 무당을 등장시켜 무속의 세계와 잇닿아 있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저자는 기억의 호수에 등장하는 기억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건망증과 착각 그리고 기시감과 기억상실에 이르기까지, 기억의 비밀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다채롭고 유콰하게 그리고 있다고 한다.


 


2.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김려령 저 | 문학동네어린이 | 2007년 10월


문학동네어린이 대상 수상작이다. 대개 입양된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들은 본인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쉬쉬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 갈등하고 고민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반해 이 책은 공개 입양된 하늘이가 자신의 생각을 직접 서술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공개 입양을 하고 그런 활동을 하느라 바쁜 하늘이 엄마를 보며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하늘이를 예뻐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입지를 생각해서, 즉 남에게 좋은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 입양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 때문에 하늘이의 마음이 내게도 투영된 것일 게다.


 


남들이 보면 하늘이를 진짜 이해해주는 이성적이며 중립적인 엄마라고 하겠지만 정작 하늘이는 그런 엄마의 태도를 보며 자신이 입양된 아이라서 뭔가 끌리는 '정'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하늘이 엄마는 하늘이에게 너무 집착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조절하느라 그랬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또 여기서는 할머니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신 아들에게 문제가 있어서 입양을 했기 때문인지 하늘이를 못 마땅하다는 듯이 이야기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진짜 손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할머니는 일부러 감추지 않고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냄으로써 서로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울지 않을 수 없고 감동받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3. 완득이


 



완득이
김려령 저 | 창비 | 2008년 03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책. 창비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다. 처음에는 청소년이라는 말에 주목하며 읽었지만 어느 순간 그냥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던 책이기도 하다.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특이한 것은 여자 작가가 남학생의 심리를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전혀 어색하거나 억지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책은 가제본으로 먼저 읽었다. 식구들은 텔레비전 보는데 옆에서 뒹굴며 그 큰 종이를 불편하게 넘겨가며 열심히 읽었다. 그래도 불편한 줄 몰랐으며 텔레비전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만큼 내용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혼자 킥킥대다가 급기야 깔깔거리며 웃는다. 그러면 식구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또는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짜 책이 도착했을 때 남편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했다. 반응은 그저 그렇단다. 그보다는 여기에 욕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걸 보며 웃었냐고 묻는다. 그 상황이 웃긴 거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원. 아마도 남편은 그렇게 욕이 많이 나오는 책을 내가 읽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아니 그렇다고 말했다. 아직도 나를 너무 착하게 보는 걸까. 아무튼 그것을 시작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빌려주었다가 몇 달 후에 내 손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모든 사람들이 이 얘기를 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완득이는 특별히 잘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못나지도 않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내게는 아주 낯설고 배울 필요가 있을까 싶은 복싱을 하는 완득이. 그러나 이 책에서 완득이만 조명을 받는다면 이처럼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읽은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내용을 생각하면 우스워서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내게) 완득이의 담임 똥주 선생이었다. 아이들을 살살 곯려 주지만 진짜 인간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실천하고 사는 사람이니까. 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냥 '읽어보라'는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 아닐런지.


 


4. 요란요란 푸른아파트


 



요란요란 푸른 아파트
김려령 저/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예전에야 집의 의미가 거기 사는 사람들을 품어주는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투자'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애착이 안 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낡은 집이라도 사람이 살면 무너지지 않지만 사람이 떠나고 나면 금방 무너질 것처럼 변하는 것이 바로 집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사람이 있어야 집도 숨 쉰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든 5층짜리 저층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이색적인 책. 그것도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기 보다 아파트들의 이야기다. 만약 아파트가 생물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지금까지 생명이 없다고만 생각했던 건물인데 이 책을 보면서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은 지 40년이 된 5층짜리 아파트 네 개의 동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품어주는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2동 102호에 사는 기동이 할머니와 기동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에는 못된 행동만 일삼았던 기동이지만 고양이를 좋아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본성은 착한 아이다. 처음에만 잠시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심술을 부린 것 뿐인가 보다. 그럼에도 갑자기 별다른 계기 없이 기동이가 착해진 것을 보니 약간 어색하긴 하다. 그리고 실제로 초등학교 3학년들이 전학 온 아이와 다짜고짜 힘겨루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현재 3학년인 내 아이를 보건대 누가 전학오더라도 전혀 그런 일은 없더구만. 하긴 내 주변에 있는 일을 가지고 모두에게 적용시킬 수는 없지만.


 


인간들의 대화 중간중간에 아파트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기도 하고 대책을 세우기도 하는 등 그럴싸한 일들이 제법 펼쳐진다. 이 책을 보면 아이들도 무생물인 아파트를 다시 보지 않을까. 나아가 한번 더 생각하며 사물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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