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욤나
- 작성일
- 2018.4.2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
- 글쓴이
- 마르타 자라스카 저
메디치미디어
책을 고를 때, 표지나 제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땡기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의 책이었다! 요즘도 저런 방식으로 여는 햄캔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표지처럼 도로록 말아서? 여는 햄캔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봤던 건 캔의 둘레를 도로록?해서 여는 방식이었지만. 어쨌든 요는, 표지부터 굉장히 흥미를 끄는 책이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나는 육식이냐 채식이냐에 대해 그렇게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떤 것을 먹는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것도 같지만,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대하는 데 있어서 그렇게 복잡한 사고가 필요한가 싶었다. 그저 본능에 따라 먹고 싶은 걸 먹고 만족하면 그만이지, '먹는다'라는 원초적인 욕구 해결에서부터 일일이 따지면서 살기에는 너무 피곤하지 않나? 하는 게 그간의 내 지론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부터 조금은 신기하고 놀라웠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호기심이 엄청나게 광범위하고 다각적이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정말 짧고 굵게 요약하자면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것은 인류와 육류의 사랑이야기다. 그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왜 그토록 강렬하게 지속되고 있는지, 그리고 만약 끝이 있다면 어떻게 끝날지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육식에 대한 책이라 하면, 육식의 단점에 대해 논하는 책을 떠올릴 것이다. 나 역시 미리 보기를 읽기 전에는 으레 있는, 육식이 우리 몸과 지구의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며, 사육되는 가축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그에 비해 채식이 얼마나 완전한지를 논하는 책일 것이라 지레 짐작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관점을 제시했다. 그간 익숙하게 논해졌던 좋다, 나쁘다의 관점이 아니라 진화론적, 마케팅적, 심리적, 문화적 측면에서 육식을 낱낱이 해부한다. 육식을 선호하는 사람이든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이든, 혹은 식단의 변화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든, 모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육식을 하게 된 데는 당연히 채식을 하는 것에 비해 더 많은 칼로리를 얻을 수 있으니, 생명과 건강의 유지가 가장 큰 목적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상 육식을 하기 위해 소모하는 칼로리와 노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오히려 나무 열매나 견과류 등을 채집해서 먹는 편이 칼로리를 얻기 위해서는 더 영리한 방식이었을 거라는 것을 알고는, 아, 내가 너~무 현대인이라 고기를 얻는 방법을 정육점에 가서 고기 사듯이 생각했구나 했다. 동시에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던, '우리가 얼마나 쉽게 고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곧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들이 얽혀 만들어진 힘이, 우리의 식생활에 관여하면서 조종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쉽게 고기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은 다양한 산업, 사업의 발달로 말미암은 결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모든 내용을 서평 안에 일일이 언급할 순 없지만, '제3장 만들어진 신화, 단백질', '제11장 아시아의 폭증하는 육류 소비', '제12장 육식의 미래' 파트는 꼭 읽어보고 모두가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동물을 물건 취급하거나 학대하는 사람들에 치를 떨며 동물실험이나 모피 등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나지만, 터무니없게도 소고기, 돼지고기, 특히 닭고기는 아주 환장을 하고 먹는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앞에 언급한 장을 읽으며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가치의 재고에 대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여담이지만, 미국인 친구에게 요즘 읽고 있는 책이라며 이 책의 표지를 보여줬더니 캔의 롤링된 부분에 적힌 'meathooked'라는 원제에 대해 고기를 매달아 놓는 고리와 고기에 중독된 사람들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는 코멘트가 있었다. 원제도 한국어 제목도,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참 잘 꾸려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프롤로그에서 제세한 여러 가지 호기심에 답이 될 수 있도록 내용면에서도 꽉 찬 책이었다. 읽다 보면 결국에 하고 싶은 말은 육식보다 채식이 더 이로우니 채식을 하자!는 채식주의자의 우회적이고도 노골적인 설득이 담긴 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지만, 그 의견을 대놓고 강요하지 않아서 더 공감을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점을 높이 사고 싶다.
하지만 번역 상 약간 어색하거나 오역한 게 아닐까? 싶은 부분이 종종 있어서 아쉬웠다. 이를테면, '자루에 눈이 붙어 있다'거나 '긴 줄기에 자리 잡은 눈'이나 왠지 키가 작다를 짧다로 번역한 것 같은? 등등. 뭐 그래도 주석이 즐비한 학술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책임에도 가볍게 잘 읽혀서 크게 불만족스럽거나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야아악간 아쉬운 정도.
'내가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고기에 환장하지?' 하는 생각을 한번쯤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책.
본 서평은 리뷰어스 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메디치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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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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