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의 동업자 히구라시처럼 나는 날마다 잡다한 생각과 감정들을 일상으로부터 사들입니다. 웃음, 희망, 기쁨, 행복은 헐값에 사들여 창고 깊은 곳에 팽개쳐 두고, 고민, 미움, 서운함, 아픔, 슬픔은 제법 비싼 값을 주고 사들여서는, 의식의 창고입구에 방치합니다. 두툼한 먼지를 입고 중고 상품들이 숨 좀 쉬게 해 달라 아우성칠 때면, 가끔씩 입구의 것만 꺼내 들여다 봅니다. 곱씹고 또 곱씹으며 그날의 상품을 내게 강매한 '오호지의 주지'를 떠올립니다.

중고상품을 꺼내어 먼지를 털고, 닦고, 바람을 쏘이고, 싱그러움을 덧입혀,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립니다. 모두가 귀중한 삶의 궤적이기에 그것들을 언제까지나 방치해둘 수만은 없겠지요. 히구라시처럼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눈과 사물을 꿰뚫어보는 시각으로, 가사사기의 어설픈 추리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심미안으로, 내 소중한 중고상품들을 대할 것입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간은 우리에게 오늘을 선물합니다. 오늘이 지나면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지요. 그러고 보면 세상에 중고 아닌 게 없네요. 삼라만상도 연륜이 있고, 오늘 보는 해는 어제 보던 해와 같은 듯 같지 않고요. 생에서 빚어지는 모든 감정의 편린들도 이와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고상점을 훈훈하게 감도는 박애가 수상한 중고 상점을 빛나게 하듯 나의 중고 상품들에게도 사랑을 입혀야겠습니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사랑은 중고 상품에 숨을 불어넣어줄 마이다스의 손길(히구라시 같은)이 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https://brunch.co.kr/@834830cc478c4a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