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히 개인적인 책 리뷰

간웅
- 작성일
- 2019.7.26
유괴의 날
- 글쓴이
- 정해연 저
시공사
여름은 장르 소설을 읽기 좋은 계절이다. 읽다 보면 더위도 시간도 잊게 된다. 그것이 정해연의 소설이라면 더욱이.
가상 도시 영인시, 그중에서도 부촌인 은파동의 밤길을 명준이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전처와 통화에 방심한 사이 느닷없이 나타난 한 소녀와 부딪힌다. 우연히도 그 소녀는 유괴하려던 로희. 명준은 로희를 차에 태운 채 얼른 동네를 벗어난다.
명준의 집에서 깨어난 로희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는 명준은 얼떨결에 자신이 아빠라고 한다. 로희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배고프다며 밥을 차려달라더니 부잣집 소녀다운(?) 투정을 부린다. 그런 로희의 요구를 아빠 답게 명준은 일일히 다 받아준다.
유괴의 목적은 돈. 아픈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려면 하루바삐 접촉을 해야 하는데 로희의 부모는 도무지 통화가 되지 않는다. 몸이 단 명준은 로희의 집으로 찾아가는데, 이게 웬일 그집에서 시체 두 구가 실려나오고 있다. 유괴범에 살인범 누명까지 뒤집어 쓰게 된 명준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1장 유괴의 날은 코미디를 보는 듯 하다. 주인공 명준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이나 심각한 상황이지만 로희의 대사를 듣고 있자니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초반부터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도일까 아님 명준의 착한(?) 성정을 극대화하긴 위한 장치일까. 케미 돋는 이 둘의 만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장 살인에서 이야기는 본 궤도에 오른다.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은 범인의 단서를 하나씩 흘리며 추리 수수께끼를 한다. 초반에는 이 책도 그런 구도를 충실히 따른다. 검도를 배운 로희, 살인전과가 있는 명준 등 누가 범인이어도 무방할 만큼 모두에게 의심의 시선을 분산시켜 놓는다. r그런데 중반에 이르자 아예 이 사람이 범인이요 하며 한 인물을 등장시킨다. 누구나 유추가능한 범인, 프롤로그 속 그 남자를. 동시에 이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3장 두 번째 유괴와 4장 살인의 날은 형사 상윤이 범인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잃었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의 로희도 대한민국 0.01% 천재다운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에 다다를 때쯤 저자의 맥거핀에 당했음에 놀라고 '프롤로그 속에 깔아두었던 밑밥을 이렇게 회수하는구나' 하며 감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명준에게 내려진 단호한 처벌과 작은 배려는 작금의 현실과 대조적이라 인상깊었다.
저자가 강조한 '왜'는 결국 <유괴의 날>의 사회파 소설임을 밝힌다. 의학연구 속 생명윤리와 대리수술 문제가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차지한다. 더불어 철저히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과 물질만능주의, 승자독식 사회를 비판한다. 특히 개인을 철저히 감시하는 CCTV가 많은 지역일수록 부촌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실제여서 조소를 짓게 한다. 무엇이 빅브라더 사회를 회귀하게 만드는가.
프롤로그는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어둡고 어려운 이야기가 초반의 책장을 넘기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가며 프롤로그 속 상황이 이해가 되며 퍼즐이 하나둘씩 끼워맞춰지자 그 때부터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에필로그 2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더욱 여운이 남는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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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