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목매듯 우정에 집착해온 지난날이 또 한 번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이번엔 뭐에 매달릴 거니?  네 곁에 뭘 두어야 안심할 거니. 그동안 나는 대상만 달리해왔을뿐 줄곧 나를 채워줄 것을 찾아 헤맸다. 내 안에서 답을 구해볼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어딘가에 해답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 김신회 <사랑을 모르는 사람>  나의 복숭아 중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는 트위터에서 우연히 봤던 저 구절 때문이다. 사람 관계에 결핍을 느끼고 있는 걸 나는 어느정도 자각하고 있었다. 그 욕구는 잠잠하다가도 어느 날은 복어처럼 몸집을 부풀리고 가시를 세운다. 그 어떤 소속도 만들고 싶지 않다가, 어딘가에 강하게 소속되고 싶다는 욕망에 빠지기도 하면서... 최근 잃게 되었던 친구들이 있는데 내 자격지심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회피해서 끝낸 일이며, 외부적이고 내부적인 요인도 작용했으나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발을 동동 구르다보면 책임의 화살표는 내게 꽂힌다.

게다가 저 단편의 제목은 내게 엄청난 물음표를 던졌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랑을 모르는 사람'인 작가님이 비로소 '사랑은 이것이다'라고 답을 주지 않을까? 나도 사랑을 잘 모르겠단 말이다.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희생하고, 배려하고. 흔히 보이는 연애처럼 사랑을 주고 받기엔 난 나를 너무 좋아하는 듯 싶고, 저리도 소속감을 원하면서 혼자 있는 것을 극도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움은 곧 나의 콤플렉스로 자리잡았다.

사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으로 구원 받으신 건가요. 하지만 전 강아지를 키울 수 없는데요."라는 의문으로 저 챕터를 덮게 되었다. 연애에 무심한 것도, 덕질에 매달린 것도, 너무 나를 닮은 듯하여 공감성 수치를 느꼈다. (작가님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갈등일 뿐이다.) 난 나의 사랑의 역사를 용서하지 못한 것 같다. 이를 가감없이 표현해준 작가님은, 최소한 그 다음의 단계로 넘어간 게 아닐까? 어디서 봤는데, 한 토픽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 토픽의 상처를 넘어설 힘이 내 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거 아닐까. 이 책을 계기로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했다. 느낌표를 얻으려다 물음표를 잔뜩 얻었지만, 그렇게 나를 돌아봄으로 인하여 나도 나만의 복숭아를 하나씩 수집하게 되었다.

나의 복숭아는 여러 작가들이 참여한 에세이다.  '복숭아'라고 칭한, 자신의 부끄러운 점을 작가들이 개성있게 풀어냈다. 다른 건 다 잘하는데 엄청난 음치 작가님, 영상 문해력의 장벽을 느낀 작가님, 야구팬인 작가님의 희노노노애락 등등. 각자의 개성이 잘 보이는 글이 수록되어 있다. 독후감도 작가 버전별로 써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 표지는 복숭아 부분만 도드라지게 표현한 후가공이 귀엽다.

고양시 독서 대전에 참여하면서 다른 파트로도 후기를 썼는데, 그래도 김신회 작가님의 구절로 이 책을 시작한 만큼 <사랑을 모르는 사람>에 대한 후기도 남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