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은 처음이다. 아직까지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종이책을 좋아하는터라 e-book을 읽은적이 없어 조금은 신기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는데,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 이야기는 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에스코피에'라는 인물부터 살펴보자. 요리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것도 아니요 일가견이 있는것도 아니라서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라는 이름은 처음 접했는데, 이 분 프랑스 요리계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분이란다. 수천가지의 요리 방법을 개발한 것은 물론이요, 요리를 하나의 학문으로 체계화 시킨 장본인이며 프랑스 요리를 미식의 상징의 반열에 올리고 예술로 승화시킨 분이며 요리학에서 바이블로 불리는 여러 권의 책도 썼다고 한다. 이 회상록은 본인이 13살에 요리에 입문하게 된 때부터 시대순으로 그의 요리 인생 60여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가 특별한 날에 내놓은 메뉴가 통째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거기에 적힌 요리 이름들을 읽다보면 '메뉴가 길어질수록 음식 가격도 올라간다'는 불변의 진리를 떠올리게 된다. 물론 어떤 요리일지 짐작도 하기 어려운 암호같은 이름들이 대부분이지만 메뉴를 해독해서 머릿속에 상상하게 되는 요리는 아주 지극히 단순한 모양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상상력의 부재인지 과대포장된 메뉴 덕분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던 시대라, 때론 전장에서 군인들을 위한 음식을 마련하기도 하고 부족하고 한정된 재료로 재치를 발휘하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였으며 일급 호텔 주방장으로 있을 때에는 유명인이나 귀족들을 위해 호화스러운 메뉴에 정성을 쏟기도 했고 때론 그들을 골탕먹이는, 메뉴 이름만 가지고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개구리 뒷다리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그의 60년 요리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제대로 된 번역으로 읽었다면 정말 괜찮았을 것이다.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다음번에는 번역에도 신경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