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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조는병아리
  1. 일본 미스터리로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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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인외 서커스
글쓴이
고바야시 야스미 저
하빌리스
평균
별점9.1 (38)
봄볕조는병아리

 후루룩~!!

 이건 더운 여름날 시원한 냉면을 흡입하는 소리가 아니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소설을 읽는 소리다. 이 작가의 이름을 우리나라에 알린 대표작, '엘리스 죽이기'를 읽어 보신 분이라면 이내 동감할 것이다. 정말로 그 소설은 페이지가 얼마나 빨리 넘어갔던가! 그런 소설을 또 하나 만났다. 그것이 바로 '인외 서커스'다. 


 먼저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인외'라는 말의 뜻에 대하여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인간 밖의 존재, 즉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존재들이 서커스를 하는 소설인가? 자연히 이런 의문이 들 것 같다. 대답하자면 그런 소설은 아니다. 거꾸로 보통 사람인 서커스 단원들이 인외의 존재와 정말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싸우는 작품이다. 그리고 여기서 인외의 존재란 바로 흡혈귀다. 



 흡혈귀라고 해서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나오는 흡혈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힘은 인간보다 몇 십배는 쎄며 하늘을 자유자재로 활공할 뿐 아니라  안개나 벼락 같은 날씨마저 마음대로 조정하며 분노하면 인간보다 몇 배나 큰 박쥐나 늑대 같은 걸로 변해버린다. 거기다 덤으로 아무리 많이 팔 다리가 잘라지고 몸에 구멍이  난데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복원되는 '엑스맨'의 울버린도 울고 갈 정도의 신체 재생력까지. 


 한 마디로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봤던 흡혈귀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인 것이다. 또한 아주 무시무시하고 잔혹한 녀석들이다. 인간을 바퀴벌레와 동급으로 보고 찢어발기는 걸 밥 먹듯 하는 놈들이다. 무리를 이루고 있지만 동료애 같은 것도 없다. 수 틀리면 아무리 동료라고 해도 사지를 분리시켜 버린다. 최근 뱀파이어들은 장르 문화에서 자주 로맨스의 대상으로 나타났지만 적어도 이 소설에선 그런 걸 바라서는 안된다. 대화는 결코 성립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인간은 다만 제거해야 하는 적일 뿐이다. 당신이 달콤한 사랑을 기대하며 입술을 내밀었다간 예고도 없이 얼굴 전체가 날아가버릴 것이다.


 이런 존재들을 평범한 인간이 맞서 싸운다. 이들은 마블 표 영화에 나오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초능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냥 사람이다. 다만 서커스를 하기에 보통 사람보다 신체적 능력이 조금 뛰어난 게 전부다. 더구나 주인공 란도는 서커서에선 좀 뜬금없는 존재인 마술사다(서커스라는 것 자체가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부연 설명을 하자면 서커스에선 마술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커스는 속임수는 일절 없이 있는 그대로를 관객에 보여주는 것이 근본인데 마술은 속임수를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란도 또한 서커스에선 예외라는 의미에서 '인외'적인 존재라 할 만하다.) 내세울만한 신체적인 능력이 그다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이 탱크나 전투기도 무서워하지 않을 정도의 전투 능력을 가진 흡혈귀와 맨 몸 전투라니!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승부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흡혈귀 무리가 다짜고짜 전멸시키겠다면서 달려드는데 이런 비겁한 싸움이 어디있냐며 항변할 여유 따윈 없다. 살아남으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진 힘을 다해 싸울 수 밖에. 이렇게 '인외서커스'는 마치 '진격의 거인'의 주인공 엘런처럼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하고 무지막지한 흡혈귀와의 치열하고 잔혹하며 처절하기 그지 없는 하룻밤의 투쟁을 한 권의 분량에 담아낸다. 총 332 페이지에 이르는...


 '뭐? 겨우 하룻밤 싸우는데 길이가 이 정도나 된단 말이야?' 하는 생각부터 드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페이지 수가 얼마인가 하는 것은 이 소설에 아무 문제가 안 된다. 이 글 맨 처음에 말했듯 그냥 '후루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몰입력을 자랑한다. 혹시 다른 거 다 필요없고 그냥 진짜 재밌는 소설을 만나고 싶으셨다면 더이상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여기 '인외서커스'가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나라 표지는 일본판 표지를 그대로 가져왔다. 표지로 쓰인 원래의 그림.


 일단 도입부터 펼쳐지는 흡혈귀와의 전투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알고보니 인류는 이미 이런 흡혈귀의 존재를 눈치채어 이런 존재들을 전문적으로 토벌하는 단체를 마련해 두었는데 바로 그 단체가 '컨소시엄'이다. 이 '컨소시엄'은 흡혈귀의 존재가 인류에게 알려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황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신분을 숨기고 활동하고 있는데, 전 세계에 암약하고 있는 흡혈귀들을 소탕하려면 계속 옮겨다닐 필요가 있어서 그렇게 상습적으로 옮기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서커스 조직으로 위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서커스의 존재가 첫 전투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흡혈귀 퀸 비에 의해 다른 흡혈귀 무리에게 알려지게 되고 그 중,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흡혈귀 키리피시가 무리 인근의 숲속에서 서커스 무대를 설치하고 있는 단원들에게 목격되면서 흡혈귀들은 선수필승(先手必勝)이라는 생각으로 서커스 단원 전부를 몰살하기로 감행한다. 한 편,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고 있는 서커스 단원들은 단원이 이제 겨우 열 명 정도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몰락하여 어떻게 하면 다시 서커스단을 부흥시킬 수 있을까에만 전념하고 있다. 주인공 란도는 서커스단이 이 정도로 궁지에 몰린 것이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도 계속 실패한 자신의 마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데  느닷없이 흡혈귀가 눈 앞에 나타나 자신을 가리키며 흡혈귀 퀸 비를 물리친 '컨소시엄'의 리더 랜돌프냐고 묻는다. 당황한 란도는 자신은 랜돌프라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흡혈귀들은 믿지 않는다. 이내 용서없는 흡혈귀의 공격이  이뤄지고 이것을 시작으로 온 밤을 피칠갑으로 물들일 인간과 흡혈귀간의 잔혹하며 처절한 살육전이 펼쳐진다.


 고바야시 야스미는 이 전투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흡혈귀가 어떻게 공격하고 그걸 인간이 어떻게 피해 반격하는지 그 세부사항을 상세하게 그려놓는 것이다.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비록 흡혈귀들이 꽤나 비현실적 존재라고 하여도 전투만큼은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면을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어서 전투가 전혀 허무맹랑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는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이 각자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흡혈귀들과 하나 하나 '일기토'(일대일 대결을 뜻하는 일본말인데 이 말을 우리나라에 유행시킨 삼국지 게임에서 보듯 장수와 장수가 맞붙는 것과 유사한 형식으로 펼쳐지기에 감히 써 본다.)하기에 전투 장면이 반복해서 계속 펼쳐지는데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미덕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모여 소설의, 흔히 말하는 '쩌는' 몰입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순 싸움만 펼쳐지는 '드래곤볼'이나 '원피스' 같은 소년 점프 스타일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앨리스 죽이기'에서 잘 보았던 것처럼 고바야시 야스미는 미스터리 장르 쪽 사람이다. 그런 그답게 이 책 역시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이나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에서 우리의 뒷통수를 가차없이 가격했던 '서술트릭'이라는 미스터리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후반의 충격적인 반전과 유기적으로 엮어 펼쳐지는데, 역시 고바야시 야스미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재미있는 소설을 추구하는 분들에게 한층 더 권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신다면 그 시간을 순식간에 삭제시킬 수 있는 '인외서커스'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싶다. 단 이 책 때문에 밤을 지새워 그 다음 날을 망치게 되더라도 제게 책임은 묻지마시길...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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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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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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