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서, 보다

닉네임제로
- 작성일
- 2018.11.29
쇼코의 미소
- 글쓴이
- 최은영 저
문학동네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 어떤 게 먼저였어도 상관 없었겠지만, 두 번째 작품집을 먼저 읽어서 다행이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그냥 내 이야기 같았다. 기교나 이야기의 특별함 없이도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쇼코의 미소>는 첫 소설집인 만큼, 작가가 마음먹고 감정을 건드리는 소설을 넣은 게 아닐까 싶었다. 나의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언제나 곁을 내어주는 가족에 대한 글들이 이렇게까지 특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특별하기 때문에 그 문장이 남은 건 아니다. 그냥 무덤덤하게, 그 사람에게 있을 법한 감정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그 소설은 그렇게 계속 오래 머리에 살아 있게 된다.
* * *
살아오면서, 내가 겪지 않았지만 잊고 싶을 만큼 큰 사건들이 몇 가지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고 되씹는 그런 사건들. 85년에 태어나 고작 33년을 살아온 나에게는 세월호가 그렇다. 한때는 노란색 리본만 봐도 마음이 울컥할 때가 있었다. 왜라고 묻는다면, 왜 넌 안 그러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슬픔은 거대했다.
마지막 작품 미카엘라와 비밀을 읽고서 꽤 많이 울음을 참았다. 버스였고 지하철에서 읽게 된 부분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관련 작품을 보면 처음부터 세월호를 앞세우는 작품들이 많았다. 몇 장만 읽어도 단번에 '세월호겠다. 나는 이 글을 읽을 수 없겠다'라는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최은영 작가는 세월호를 조금 뒤에 두었다. 이야기상 결코 앞과 뒤를 나눌 수 없고 애초에 세월호라는 걸 숨기겠다는 지점은 보이지 않지만, 조금의 준비도 없이 그 부분을 읽어나가게 됐다. 무엇보다 조금은 숨겨져 있던 죽음에 대한 접근이라는 것. 그만으로도 작가는 작가의 할 일을 한 게 아닐까 싶었다.
* * *
최은영의 작품에서는 유난히 죽음이 많다. 그리고 유난히 한국이 아닌 곳에서의 시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과의 관계가 많다고 느껴진다. 죽음과 삶이라는 극과 극의 상태를 만들지 않고 한국과 외국, 한국인과 외국인이라는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건 작가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고 본다.
다른 건 없다. 죽음은 살아 있는 지점과 그다지 멀지 않다. 죽음은 어디에든 있고 누구든 겪는다. 곁에 있는 가족일 수도, 가족만큼 소중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 바깥에는 각자가 다 다양하다. 굳이 나의 나라, 나의 나라 사람이라는 경계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하다.
그 전에도 이렇게 남긴 것 같다.
최은영이라는 작가의 그다음은 기다리겠다고.
그리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