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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판결은
글쓴이
모리 호노오 저/조마리아 역
말글빛냄
평균
별점8.6 (10)
ingtae
전 직장 사장으로부터 떼인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지방법원을 드나든 적이 있습니다. 형사든 민사든 재판은 모두 어렵습니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지만 수족이 고생하고, 생계를 위해 생업전선에라도 뛰어들라치면 버겁고 번거로운 절차들이 누군가를 고소하기까지 굳게 굳힌 심지를 유약하게 만듭니다. 없는 사람은 이겨도 상처 뿐인 영광일 테지요.
당신의 판결은. 아무렴, 당시의 판결은 사건 자체만으로 따진다면 적절한 수준이었습니다. 마음의 상처까지 계상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당신의 판결은>은 그때의 배경지식이 고작인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수준의 책입니다. 살인사건 등이 주요소재가 되는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눈길이 갑니다. 카뮈의 <이방인>, 도스토프예프스키의 <죄와 벌>, 제임스 케인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등 명작들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 얽힌 사건 속에서 어떠한 판결을 내릴 것인지 가늠하게끔 도와줍니다.

아래의 사건일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일지 1. <젊은이의 양지>

도시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시골 출신의 젊은이. 그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그들에게 우연한 계기로 한 부호의 딸이 나타난다. 뛰어난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젊은이는 화려한 부유층의 세계를 조금씩 접하면서 점차 그 세계를 동경하게 된다. 그러한 가운데 부호의 딸도 젊은이의 순수한 면에 끌리게 되고, 젊은이는 이제 가난한 여자친구가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임신을 하게 되고, 젊은이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더더욱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싶어진다. 그러다 결국 임신한 여자친구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젊은이는 여자친구가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보트를 빌려 호수 한 가운데로 가 놀다가 일부러 보트를 전복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날, 두 사람을 태운 보트가 호수에서 전복되는데 여자친구는 죽고, 젊은이는 물가로 헤엄쳐 나와 살았다. 후에 살인죄로 기소된 젊은이. 그는 재판에서 우연한 사고였다며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솔직히 여자 친구를 죽일 목적으로 보트에 태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보트가 전복된 후 도와달라는 여자 친구를 그대로 두고 도망쳤다. 그리고 나만 혼자 물가로 헤엄쳐 나와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보트가 전복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죽일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수영을 하지 못하는 여자 친구가 갑자기 일어나자 보트가 흔들려 뒤집힌 것이다."

피고인에게 동기가 있었지만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도중까지 살해할 생각이었다고 솔직히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직접 살인을 했는지 의심할 만한 증거는 모두 설명이 된다. 판결하는 쪽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당신의 판결은?
 
사건일지 2. <용의자 X의 헌신>

수학교사인 X는 중년의 독신 남성이다. 검소한 아파트에서 살던 그의 옆집으로 어느 모녀가 이사를 오고 X는 특히 엄마에 대해 호감 이상의 감정을 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려 X는 모녀가 사는 집을 방문하고, 곧 모녀가 남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X가 호감을 가졌던 그녀는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는 30대 여성으로, 이날의 사건은 헤어진 후에도 돈을 뜯어내려고 끈질지게 괴롭히던 전 남편이 행패를 부리던 중 일어났다. 남자는 자신의 혈육이 아닌 딸에게 모욕적인 언사에 퍼부었고, 이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딸이 남자의 머리를 꽃병으로 내리친 것이다. 남자는 이에 흥분하여 딸을 마구 폭행하고, 엄마는 이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전 남편을 살해한다.

자신이 좋아하던 그녀가 전 남편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학교사 X는 초고속으로 머리를 굴려 모녀가 사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알리바이를 완성한다. 하지만 X는 자신의 공작을 완벽히 하기 위해서 사건과는 아무 관련 없는 노숙자를 죽여야만 했다.

모녀가 저지른 동정할 만한 살인은 과연 형량이 어느 정도나 될까? 한편 용의자 X가 모녀를 지키주기 위해 취한 '헌신'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당신의 판결은?






'만약 내가 배심원이라면' 이 어렵고 곤란한 상황 앞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의 판결은>은 앞서 얽힌 사건들을 현실의 법률에 근거하여 다시 판결함으로써 형사재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단순히 판결에 필요한 잣대를 제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법의 정신과 가치를 일깨우며 인명 존중을 강조합니다. 나아가 사형제도라든지, 자백의 강요라든지, 오판에 따른 책임 소재 등에 대한 논란거리도 끌어들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형 선고에도 기본룰이 있다는 사실은 새로웠고, 그보다 일본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모리 호노오'(글쓴이)라는 사람의 독서 편력도 놀라웠습니다. 모두 24가지의 사건이 소개되고 있는데,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반성하는 중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일반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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