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독서리뷰

하우애공식계정
- 작성일
- 2021.6.13
인간 본성의 법칙
- 글쓴이
- 로버트 그린 저
위즈덤하우스
'사람에게 생각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심리학 관련 책을 읽다가 만난 말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우리는 배웠고, 이것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굳은 믿음의 근거는 내가 생각하고 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경험상 나는 생각하며 산다. 내 경험에 비추어 절대적으로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에게 생각이란 게 있기는 하냐? 라는 의문 제기가 아니라 생각 없이 산다고 못박는 말들을 자주 접한다. 인간 심리를 연구한 책들을 볼 때만 공감하게 되는 말이다.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증명한 사실들을 볼 때마다 슬쩍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쉽게 잊힌다.
우리는 내 행동이 대부분 의식적이고 의지에 따른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 행동을 늘 내가 통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진실이다. 우리는 내면 깊숙한 곳에 위치한 여러 힘의 지배를 받는다.(008쪽)
생각을 하지만, 이랬다 저랬다 한다. 파스칼이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건 그런 이유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떠오른 생각을 무조건 내 것이라 여긴다. 생각은 내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믿음이다. 이런 강력한 믿음 때문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거기 맞게 행동한다. 그런데 인간 심리에 대한 연구 자료들은 다른 말을 한다. 타인이나 환경에 의해 사람의 생각은 쉽게 달라진다. 심지어 나 자신이나 타인에 의해 조작되기도 한다. 그렇게 떠올린 생각대로 하는 행동이 내가 원하거나 의도했던 행동일리 없다.
지금 이 순간도 깨어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는 무의식에 의지해 산다. 다양한 책에서 자주 다루는 인간 본성이 가진 진실이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생각대로 사는 게 반드시 좋은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 '생각'이란 게 자기 생각, 올바른 생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대로 살려면 내 생각이 확실해야 한다. 내가 내 생각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해진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말이다.
인간 본성은 우리의 뇌 구조가 이미 특정한 방식으로 구조 지어져 있는 데서 비롯된다. ... 인간 본성을 뜯어보면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해온 것과 관련되는 내용이 많다. ... 태곳적에 이루어진 이런 발달 내용은 아직도 우리 안에 계속 살아남아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009쪽)
사람의 마음은 평균 10~15초 사이에 한 번씩 바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다. 우리는 이성적이라기 보다 감성적 판단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존재다. 우리가 얼마나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인지, 얼마나 자주 흔들리는 존재인지 알아야 한다. 생각도 이랬다 저랬다 하고 행동도 제 마음대로다. 그래서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그래야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인간은 타고난 본성상 자기 안에 몰두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감정, 상처, 판타지처럼 내적인 것에 소모한다. 최대한 이에 역행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좋다.(725쪽)
공부해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 타인을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내 생각에만 골몰하는 습관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알게 된 지식을 현실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하고,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 <인간 본성의 법칙>은 로버트 그린의 두툼한 책들 중에 유일하게 끝까지 읽어낸 책이다. 그 힘이 여기에 있다. 현실에 활용해볼 팁들이 책 두께만큼이나 풍부하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지 못하고, 깊이 음미하지 않는 습관을 바꿔보려고 줄친 데 다시 줄을 그으면서 읽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이 없어서 실수와 무위(無爲) 속에 내가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얼마나 자주 내 마음과 내 영혼에 반하는 죄를 지었는지 생각하면, 가슴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888쪽)
이 책은 인간이 바꿀 수 없는 운명,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한다.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삶을 더 큰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덕분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격하게 흔들릴 때, 마음을 가라앉게 하는 방법으로 죽음을 떠올린다.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그럴 때마다 함께 떠올리는 생각이 있다. 죽기 전, 제발 삶을 잘못 살았다며 후회하면서 가슴을 치는 일이 없었으면. 이 책이 인용한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한때 자주 들여다 봤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죽기 직전의 후회는 되돌릴 수 없는 일. 가슴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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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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