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독서리뷰

하우애공식계정
- 작성일
- 2024.2.17
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
- 글쓴이
- 댄싱스네일 저
웅진지식하우스
좀더 가벼워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며 매일 아침 남산 산책을 한다.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은 일부러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이미 그렇게 된 것처럼 느끼고 싶어서. 가볍게 뛰기도 하고,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폴짝폴짝 뛰어보기도 했다. 가벼워졌다고 몸이 느끼는 만큼 뭔가를 내 안에서 들어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혼자 걷는 동안 내 안에서 꿈틀꿈틀 삐져나오는 생각들이 있었고, 그때만 나를 스치는 생각이라 여겨 걸으면서도 메모를 하곤 했다. 산책은 하루 중 유일하게 내 안에 있는 생각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하루 일과 속으로 뛰어들고 나면, 내 몸과 마음은 늘 반복되는 틀로 다시 세팅된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낼거야! 란 단 한번의 결심은 내 안에 그리 큰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말이나 행동에 별반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자주 했던 결심 중 하나가 항상 웃음을 잃지 말자는 것이었지만, 어느 새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자주 발견하며 깨달은 것이다. 아침 산책을 할 때의 나와 일상에 부대낀 나는 다른 나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 또 깨달은 것은, 변화는 한 순간에 오는 게 아니라 양파 껍질을 벗기듯 천천히 온다는 것.
반복한 것은 어떻게든 변화를 만든다. 매일 남산 산책이 내 몸에 서서히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내 안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더 자주 웃으려하고, 자세를 곧게 하고, 좋은 기분으로 보내려고 애쓰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남산을 오르기 전의 나 자신과 산책을 다녀온 후의 내가 다르다고 느낀 것처럼 시간은 내가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이제 매일 매일 똑같은 내가 아니란 걸, 살아가는 동안 미세하게 멈추지 않고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고 자주 떠올릴 수 있게 됐다.
홀로 보내는 시간을 매일 가질 수 있었기에 감지한 것이다. 내가 매일 매순간 바뀌는 존재란 것을. 원래 그런 존재였다는 것을. 이걸 아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나를 좀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하면 뭐해!'가 아니라 '이렇게라도 하면!'으로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해내는 것이 나를 바꾼다는 확신이 나를 더더더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홀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된다.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기도 하고,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정말 왜 이 따위야! 때론 의미 없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이 친밀감을 쌓으려면 일단
자주 만나는 게 시작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주 본다'는 표면적인 행위보다
더 중요한 건 의미 있는 교감이 아닐까. (48)
혼자일 때의 나, 일상 속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나와 나누는 대화와 일상에서 만난 이들과의 대화는 당연히 다른 차원의 것이다. 우리는 그저 상대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에서 대화를 나눈다. 그러니 똑같이 일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틀이 정해져 있다. 자주 보는 사이라고, (혼자) 친하다 느끼는 사이라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하진 못한다. 그러니 생각은 생각대로 말은 말대로 따로 논다. 만나는 이가 많아도 헛헛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건 대단한 축복이다.
누군가를 멀리서 바라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까워지고 싶지만 마음의 크기가
나와 같지 않다는 걸 느끼며
나 자신조차
싫어지는 것보다는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게
차라리 편할 때가 있다. (155-156)
이 책 <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를 읽으며 내 속을 툭툭 건드리는 말들에 밑줄을 그었다. 말로, 글로 표현하지 못했던 내 안의 경험들이 건드려진 느낌. 대화를 나눌 벗을 하나 찾은 것 같다. 이런 이야기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모든 헛헛한 관계들도 다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다. 지름신을 극히 경계하는데, 이 책만 읽고, 저자의 다른 책들을 주문해 버렸다. 편안한 느낌의 그림들이 작가의 글에 더 애정을 갖게 한다. 아직 읽지 않은 책 한 권을 지인에게 선물했다. 그에게도 좋은 벗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흔들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순간을 살기를 반복해 나가는 것이
어쩌면 삶의 본질이 아닐까.
봄이 되면 다시 고개를 내밀어 줄 꽃을 기대하며
나도 오늘을 살아 나가야지.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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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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