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독서리뷰

하우애공식계정
- 작성일
- 2013.5.30
브리꼴레르
- 글쓴이
- 유영만 저
쌤앤파커스
박신영의 《기획의 정석》에는 뇌에 관한 재미있는 비유를 (인용해) 보여준다. '뇌는 아주 깜깜한 곳에서 두개골이라는 헬멧을 쓰고 있기 때문에 외부세계를 직접 파악할 수 없고, 모든 정보는 주인의 '몸'을 통해서 뇌로 전달된다. 소리가 나면 귀로 듣고 '아, 지금 누군가 말을 했군', 빛이 느껴지면 눈으로 보고 '아,불이 켜졌군'하고 알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뇌는 두개골 속에 갇혀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직접 보고 느낄 수 없다. 사방이 막힌 아주 깜깜한 곳에 들어앉아 오직 감각이 전달해주는 것에만 의지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신체의 감각에 의존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가 세상을 얼마나 어떻게 경험하는 가에 따라 두뇌의 세상에 대한 인식은 바뀐다는 얘기다. 두뇌가 바뀌면 나의 태도 역시 바뀌게 되므로, 결국 신체야말로 세상과 접속해서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접점이다. 세상을 인식하는 유일한 창인 셈이다.
유영만 교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신체'를 먼저 떠올리는 건 전작인 《니체는 나체다》와 《체인지》에서 그토록 '신체'를 강조했기 때문이고, 신체를 통한 체험적 삶과 지식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면서 얻은 게 아니라면 어떤 사상도 믿지말라고 했던 니체의 말을 내가 늘 기억하고자 하는 건 책을 덮고 책상머리를 떠나 온 몸으로 세상에 부대끼며 행동하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영만 교수의 책을 접할 때마다 같은 자극을 받는다. 이 책 《브리꼴레르》 역시 몸으로 체득한 실천적 지혜를 가진 인재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의 인재는 책으로 배운 논리적 사고보다 몸으로 배운 야생적 사고로 무장한 브리꼴레르이며, 야생의 사고는 사물과의 접촉, 자연과의 마주침, 사람과의 만남으로 생기는 신체성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몸으로 느끼고 배우는 체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가슴이 뛰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되 일상에서보다 더욱 격렬해야만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삶을 살고 싶다면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에서 제시한 가슴 따뜻한 전문가는 온몸으로 삶을 체험하고 미덕을 갖춘 최고 경지의 전문가를 말한다. 3장, 어떻게 브리꼴레르가 될 수 있는가? 에서 저자는 브리꼴레르의 즉흥적 판단력과 임기응변력, 색다른 정보편집력과 지식융합력은 체험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체험이야 말로 브리꼴레르의 아이디어 뱅크이자 창의력의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브리꼴레르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은 쉽게 문서화할 수 있는 '명시적 지식'이나 몸에 체화된 '암묵적 지식'을 넘어서는 '실천적 지혜'라고 한다. 바닥까지 구르며 축적한 생존의 지혜야 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다 주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미래형 지식인인 브리꼴레르가 실천적 지혜를 가진 가슴 따뜻한 지식 전문가인 이유가 이처럼 가슴 터질 듯한 뜨거운 열정으로 몸소 체험하는 삶을 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실천현장과 연계된 살아 있는 지식을 함께 만들고 공유하면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람과 지식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 가장 강력한 이론은 척박한 현실에서 온몸으로 체화한 것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싶다._(P.244)
신영복 교수는 독서를 가리켜 삼독이라고 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필자를 읽고, 최종적으로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인용하며 설명했지만 저자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의 책에 흐르는 저자만의 철학을 올바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저자의 최근 저서들 중 단 한 권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유영만 교수가 어떻게 살아온 인물인지 대충은 이해할 수 있다. 저자 자신의 삶이 역경을 경력으로 만든 과정이었음을 항상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저자의 삶을 이해하지 못해 그만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할까봐 독자를 배려한 듯하다. 책을 읽고보니 이 책에서 소개한 21세기의 인재상은 현재 저자 자신이 열렬히 추구하는 지식융합전문가의 인재상이라 느껴진다. 물론 독자들의 삶이 바뀌기를 염원하며 내놓은 책이겠지만 저자 자신의 그런 열망을 담은 책이란 생각도 든다. 늘 그런 열망 속에 사는 지식인이기에 매번 진일보한 책을 내놓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꼭 거창한 미래형 인재를 꿈꾸지 않더라도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독자라면 구체적인 조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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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