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까지는 참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니까. 생각해보니까 대화법이 잘못되었다는 거지 자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소린 아니었는데ㅋ...공화당 지지자도 흔히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의도를 가졌다는 말에는 그래서 트럼프를 뽑았냐? 라는 말이 나왔지만 그래도 참고 읽었다. 계속 읽다 보면 나한테 도움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오는 게 제임스 더모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글이 다양성과 포용이란 용어를 일반적이지 않은 용법으로 사용했다고? 일반적이지 않은 용법으로 사용한 건 너겠지 ㅋㅋㅋㅋㅋㅋㅋ단어로 인한 오해로 발생한 해프닝에 불과한데 해고까지 당한 피해자인 척 포장하다니. 결국 프롤로그에서 제 입으로 말한대로 적극적 우대조치는 공정하지 않으며, 자기 책을 통해서 백인 역차별과 공화당 지지자를 옹호하는 논지를 설파하고 싶은 거잖아. 잘난 척, 똑똑한 척, 자기는 반대편 이야기도 잘 들을 수 있는 대화적 기술을 갖고 있다는 허울 좋은 자기 포장과 함께. 

차라리 앗싸리 대놓고 나는 적극적 우대조치를 반대하며 백인 공화당 지지자이다. 지금부터 내가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했는지 알려주겠다. 라고 하면 ㅇㅇ그렇구나 이 책은 패스하고 적극적 우대조치를 찬성하며 유색인종 민주당 지지자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했는지 알려줄 사람 책을 찾아볼텐데. 딱 부러지게 자기 정치적 입장을 쓰지 않으면서(하지만 누가 봐도 알기 쉽게 나오기 때문에 못 알아보면 독자가 바보가 됨)자기가 실제로 대화법을 써서 실수한 사례와 성공한 사례를 교묘히 섞어가면서 사람들한테 자긴 반대편의 주장도 수용할 수 있으며 그들이 주장하는 이야기도 잘 들을 수 있는 능력자인 척 표방하다니. 역겨워서 못 봐주겠네 정말 진짜, 하나만 해라 하나만. 

저자가 왜 대놓고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지 모를 것도 아니다. 책은 가급적 많은 사람들한테 팔아야 하니까. 내용을 읽으면 자본주의 4 : 반대편한테 공격받기 싫어서 6 정도의 비율로 보이는데, 어느 쪽이든 비겁한 선택인 것은 마찬가지다. 책을 쓰고 싶으면, 책을 써서 자기 의견과 논지를 사람들 앞에 말하고 싶으면 먼저 자기 스탠스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아닌 척, 예전엔 내가 실수했던 척, 지금은 반성하고 새 사람이 된 척, 난 내 입으로 내 잘못을 인정하는 쿨한 사람인 척 할 게 아니라. 

출판사가 타이틀이나 홍보 문구는 참 읽고 싶게 잘 뽑았다. 원제 그대로 나왔으면-애초에 이 책을 읽지도 않았을 뿐더러-이렇게 '당했다'는 생각까진 안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출판사도 타이틀을 이렇게 뽑았겠지만. 하여간에 이 책은 '어른'의 문답법도 아니고 개싸움을 지적 토론의 장으로는 더더욱 만들어주지 않는다. 이 책은 대놓고 자기 정치적 입장은 안 밝히면서 내용에는 자기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는 사례들(공화당 지지자한테 왜 공화당 지지자들은 빈곤층의 어려움에 무관심한가요? 같은 질문을 하면 안 되는 이유 등)로 채워 교묘하게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소인배이자 자본주의가 낳은 미꾸라지의 책이다. 그런 게 어른이라면 어른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물론 미국이란 우물 안에 사는 전형적인 백인 개구리의 헛소리에서도 배울 점이 하나쯤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세상에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은데 굳이 내가 개구리 울음소리에서 하모니를 찾아야 할까? 게다가 적극적 우대조치를 반대하는 백인 공화당 지지자라면 읽을만한 책일지도 모르겠지만, 극동아시아의 어느 한 국가에서 쓰는 언어로 번역될 필요까지 있었는지? 유색인종 아시안인 나로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