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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올
- 작성일
- 2009.12.28
전우치
- 감독
- 최동훈
- 제작 / 장르
- 한국
- 개봉일
- 2009년 12월 23일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 무비";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온 영화 <전우치>. <타짜>,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과 함께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등 호화 캐스팅으로 일찍이 그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12월 23일, 배우들의 1차 무대인사를 시작으로 영화가 개봉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였던 ";아바타";는 56.3%의 주말 예매 점유율로 선두다. ..... 전날 개봉한 ";전우치";는 21.4%의 예매 점유율(2위)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지난 23일 개봉해 전국 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포문을 열었다. 이날 수치는 2009년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다. - 출처 : 시티신문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흥행예정작 <아바타>와 맞붙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출발은 가히 경히롭다 할 만 하다. 그동안 장대한 스케일의 헐리웃 영화로 인해 우리 영화가 참패하게 되는 상황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곤 했는데도 출발은 아주 순조로운 상황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라는 점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은 부정하진 않겠다.
23일 저녁 21시 20분 CINUS 단성사에서 진행된 무대인사(의 사진은 아니지만)를 보기 위해 늦은 시간이지만 영화관으로 향했다. 최동훈 감독과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주연 배우 4명이 모두 함께 참석하는 자리였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들어가진 못하고 입구에 서서 보았는데, 가까워서 그것도 괜찮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눈이 간 사람은 단연 강동원. 가장 훤칠해서 금방 눈에 띄였다. 노란 야구 점퍼(?)와 백구두같이 생긴 단화를 신고 뿔테 안경을 끼고 서 있었다. 화면과 너무 똑같아서 신기했다. 조막만한 머리와 길쭉한 팔다리, 생각보다 마르지 않은 몸이 의외였달까. 센스있게도 곧 크리스마스라며 캐롤불러달라는 팬들의 무리한 요구에도 웃으면서 한곡 멋쩍게 뽑아주었던 강동원이었다. 그리고는 송강호가 ";너 애들이 못 알아보지? 나는 애들이 괴물아저씨라면서 알아본다~";라고 했다며 자신도 아이들이 ";어! 전우치다!";라고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경상도 사투리로 부럽다고 말하는 모습이 조금 친근하게 다가왔다.
좀 늦게 도착해서 그런지, 임수정과 김윤석, 유해진의 인사말을 드지 못했지만 그들의 모습도 눈에 담으려 열심히 보았다. 같은 여자이지만 임수정의 뽀얀 피부는 서른살이 넘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빛이 나 보였다. 마르고 아담한 몸이지만 볼 살이 보기좋게 통통해서 왜 이 여인을 두고 동안의 대표주자라고 하는지 납득이 갔다.
<전우치>의 모티브가 된 <전우치전>은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여러 문헌에 전하는 내용을 종합하면, 전우치는 중종 때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실제 인물을 전우치는 실제 인물로, 도술을 익히고 시를 잘 지었으며 나라에 반역을 꾀했다가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고 죽었다. 문헌에 전하는 전설에서는 전우치가 도술을 부렸다는 것과 함께 죽은 뒤에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기본적인 내용으로 삼고 있다. < 전우치전>은 이러한 전설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인데, 전설과는 달리 전우치가 나라에 반역죄를 지어 잡아죽이려고 했으나 도술로 탈출했다 한다.
<전우치전>은 세가지 계통으로 되어 있는데, 신문관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송도에 사는 전우치라는 사람은 신기한 도술을 얻었으나 재주를 숨기고 살았는데, 빈민의 처참한 처지를 보고 참을 수 없어서 천상 선관으로 가장, 임금에게 나타나 옥황상제의 명령이니 황금 들보를 만들어 바치라고 하였다. 그것을 팔아서 곡식을 장만해 빈민에게 나누어 주고 그 뜻을 널리 알렸다. 나라에서 잡아갔으나 쉽게 탈출하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횡포한 무리를 징벌하고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었다. 그러다가 자수를 하고 무관 말직을 얻어 도둑의 반란을 평정하는 공을 세웠으나, 역적의 혐의를 받자 다시 도망쳤다. 도술로 세상을 희롱하며 다니던 끝에 친한 벗을 위해 절부(節婦)를 훼절시키려다가 강림 도령에게 제지를 당하고, 서화담(徐花潭)에게 굴복해 서화담과 함께 산중에 들어가 도를 닦게 되었다.
일사문고본은 전우치가 천상 선동으로 속계에 내려왔는데, 어려서 여우 입 속에 들어 있는 구슬을 먹고, 다시 구미호에게서 천서(天書)를 빼앗아 도술을 익히게 되었다고 하는 내용이 서두에 더 있다. 그 밖의 내용은 대체로 같은데, 도술이 기이하다는 데 관심을 갖게 한다.
김동욱본에서는 전생에 손오공이었던 전우치가 강릉 지방 관노의 아들로 태어나 자기 가문의 지위를 높이는 한편, 중국에 가서 활인동 도적의 두목이 되어 중국 천자가 조선을 업신여길 수 없도록 하고, 마침내 연나라 임금이 된다. - 출처 : 일교시 닷 컴 www.1gyosi.com -
이러한 <전우치전>을 바탕으로 새롭게 각색한 영화 <전우치>는 원작에서 탐관오리들이 요괴로 바뀌어 등장한다. 신선들은 요괴를 다스린다는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을 노리는 요괴들을 봉인하고 그들로부터 '만파식적'을 지키기 위해 당대 최고의 도인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편, 천관대사(백윤식)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가고, 피리를 둘로 나누어 각각 보관하게 된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는 초랭이(유해진)과 함께 그림족자에게 봉인된다.
말대신 자동차들이 거리를 메우고, 왕이 사라진 2009년 서울, 과거 봉인된 요괴들이 하나 둘 다시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운둔해 있던 신선들은 다시 모여 행방이 묘연한 화담 대신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내 요괴 사냥에 나선다.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개략적인 줄거리는 위와 같다. 그러나 이 영화의 줄거리를 안다고 유치하다며 단념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영화 <전우치>의 매력은 줄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숨어있는 복선들이 주는 스토리의 개연성과 136분 내내 터져나오는 웃음 포인트들, 반전의 캐릭터들에 있다.
복선이라 함은 문학에서 다음 사건의 전개를 넌지시 암시하는 기법이다. '복선'이라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복선을 찾기 위해 영화를 집중해서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영화 <전우치>의 장르는 어디까지나 코믹, 액션이니까. 영화 내에 등장하는 복선들은 간단히 지나치기 쉬운 부분들에 배치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동안 자연스레 기억될 만한 장면에서 등장한다. 그
래도 미리 알고 싶다는 분들을 위해 살짝 언급하자면, 납치한 과부(임수정)와 함께 갔던 (도술로 만든) 바다에서의 음악소리, 전우치의 꿈, 천관대사의 다잉메시지 ";거문고를 쏴라";, 2009년 서울 청동검을 찾으러 간 장소에서 초랭이가 발견한 사진 이다. 이 네 가지를 잘 기억하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영화를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웃음 포인트는 말그대로 136분 내내 빵빵 터진다는 소리다. 캐릭터들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 그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부
적이 없으면 도술을 부리지 못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나는 도사 전우치";라며 뻔뻔한 얼굴로 선비 걸음을 걸어다니는 반쪽짜리 도사 전우치. 그는 500년 전 조선에서는 그 개구쟁이 같은 당돌함으로 웃음을 주고, 500년 후 서울에서는 현대에 적응하는 전우치의 의외성 넘치는 행동들로 자꾸 웃음이 난다. 한 일화로, 영화를 찍는 내내 자꾸 은근히 흘러나오는 사투리때문에 고민하던 강동원이 감동원에게 말하자, 오히려 사투리가 나오면 그대로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말투도 웃음 포인트 중의 하나이다. 또, 예고편에서 천관대사(백윤식)가";너는 진정한 도사가 되지 못하느니라.";라고 말하자, 그에 답하는 전우치도 재치있고 인간적이다.
영화 내내 전우치를 쫗아다니는 초랭이는 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유해진임을 생각해보면 말도 필요없는 웃음 덩어리이다. 전우치가 우아한 자태로 웃음을 준다면, 초랭이는 짐승같은 웃음을 준다. 영화를 직접 관람하면 왜 짐승같은 웃음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그리고 봉인하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것 같은 깨방정 신선들. 이들은 과연 신선이 맞는가? 의문이 든다. 500년 전 조선에서 요괴들이 등장하게 된 것도, 500년 후 서울에 요괴들이 재등장하게 된 것도 이 말썽꾸러기 신선들 때문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그들이지만 셋이서 붙어다니면서 요괴들을 잡겠다고 낑낑 대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 외에도 신통한 미친 노파(이용녀), ";과부가 집안을 망친다";만 외치다 간 이천댁(이숙), 뒷모습만 봐도 넘어질 것 같은 연기 못하는 여배우(염정아) 등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잘 살아 있다.
세 번째로 언급했던 반전의 캐릭터. 예고편으로도, 줄거리로도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다. 무엇이 반전일까? 그에 앞서 지금까지 읽은 내용으로부터 의문은 없었는가?
첫째, 천관대사(백윤식)은 누구에게 살해되었는가?
둘째, 임수정은 조선에서도, 서울에서도 등장할 정도로 주연으로써 빈도 높은 인물인데 왜 임수정은 예고편에서도, 줄거리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을까?
위 두가지 의문이 반전의 캐릭터의 힌트이다.
즉, 반전의 캐릭터는 천관대사를 살해한 인물과 임수정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초랭이의 정체! 끝까지 보고나면 (조금 과장해서) 충격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그 밖에 인상적이 었던 것은 CG로 등장한 요괴들. 서양의 CG기술에 비교했을 때는 다소 부자연 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만약 당신이 영화 <아바타>를 관람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자연스럽고 아니고를 떠나서 인상적이라고 말했던 이유는, 요괴들의 모습이 신화에 나오는 12지신의 모습을 본따고 있기 때문이다. 괴물이라고 하여 단순히 징그럽고 우악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신화를 바탕으로 재현된 12지신의 모습이라 어딘가 친근하고, 괴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많이 고민했다는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물과 불이 싸우는 CG가 있는데, 이 장면에서도 물과 불이 만나 수증기를 일으키는 일반적인 모습이라기 보다, 불이 물을 우억우억 잡아먹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또, 전우치가 부적을 이용해서 도술을 부리는 장면들도 생각보다 자연스레 처리되어서 신기했다.
좀 아쉬운 부분은, 선우선과 공정환이 연기한 요괴들의 괴수소리가 더빙임이 너무 티나서 조금 어색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쓴 내용들은 개인적인 감정을 완전히 빼고 쓴 글이 아니다. review라는 것이 영화를 감상하고 그 내용을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에게 감상평을 들려 주는 것이므로, 감정이 들어있을 수 밖에 없는 글이다. 이 글을 보고 이 영화를 선택할지 말지는 온전히 여러분의 몫이지만,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흥미를 더하여 고민을 덜어드리기 위해, 보기로 결심하신 분들은 그 재미를 더해드리기 위해 최대한 스포일러성 내용은 배재하고 쓰도록 노력했다. 이 글이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동네 아이들이 강동원을 보고 ";전우치다~!";라고 외쳐주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침.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 꾸벅(^^)(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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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