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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나비꽃 에디션)
글쓴이
박우란 저
유노라이프
평균
별점9.4 (36)
요우링

 사람들이 곧잘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아들만 가진 엄마에게는 '아휴 힘들겠다.' 하는 말이고, 딸이 하나라도 있는 집에는 '딸이 있으니 그래도 수월하겠다' 라는 말이다.

 아이 키우는것이 어디 쉬운게 있겠냐만, 딸이 있으니 좀 낫지 않냐는 말에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내가 딸하나 아들하나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딸이 정말 예민하다는 것이다.  성격이 까칠한 것을 말하는게 아니라, 부모의 감정과 자신이 놓여진 상황의 분위기와 흐름 등을 놀라우리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캐치하는 것을 말한다.

 때로 나도 모르게 피어오른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고 싶을 때도 딸은 기가막히게 엄마의 표정을 알아채고는 눈치보는듯한 행동을 하는데, 그런 걸 보면 내가 아이에게 좋은엄마가 아닌것 같아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

정신분석 상담 전문가 박우란의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바로 이 '좋은 엄마'라는 굴레에 갇혀 버린 이들, 엄마와 딸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다.

[프롤로그. 우리는 엄마라는 세상과 얼마나 사랑을 주고 받았을까요? 내가 주고받았다고 믿는 그것이 진짜 사랑이기는 했을까요? 사랑에는 분명 독성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이 책에는 이렇듯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이 겪는 집요한 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에 나는 이 책이 딸 키우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담긴 육아 참고도서일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누군가의 딸이기도 한 바로 엄마인 나 자신에 관한 책이었다.

아이에게 과연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

[p44. 상징적으로 어머니를 대지(大地)에 비유하는데, 대지는 비옥함으로 인간을 돌보기도 하지만 그 대지가 메마르고 척박해질 때 갈라지고 그 갈라진 틈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고 집어삼키기도 하지요. ]

아직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의 아이에게 엄마는 대지이고 신이다. 우리가 신을 의지하기도 하지만 두려워하기도 하듯이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인것이다.

화를 못이겨 아이에게 퍼부을 때가 있다. 아이가 잘못을 해서 화가 났을때도 있지만,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는 일이 내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또 좋은엄마가 아닌 것 같은 죄책감에 슬퍼지고, 아이는 또 자신이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위축되고 만다.

여자가 남자에 비해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각종 연구결과로도 밝혀져 있는데, 바로 이런 뛰어난 공감능력으로 인해 여자아이들은 엄마의 감정에 쉽게 침잠된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딸과 아들을 모두 키우는 나같은 경우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가 있었다.  엄마의 요구나 감정을 재빨리 알아차리는 딸의 반응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고, 상대적으로 무딘 아들보다 딸에게 더 많은 요구와 포기, 양보를 은근히 강요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작은 여자아이였던 내가 떠올랐다. 엄마는 칭찬에 인색했다. 나는 엄마에게 칭찬 받고 싶어 몸부림치던 꼬마였다.  엄마가 울면 내가 잘 못해서 그런것 같아 속상해 하던 어린 아이때로 돌아가 내 엄마를 생각했다.

나의 무의식속에 엄격했던 엄마에 대한 기억과 어린 내가 여전히 남아 불쑥불쑥 감정을 쏟아내는 기폭제가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무의식속에 남아있는 상처와 고통을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상담사례를 제시하여 설명해 주었는데, 그 사례들 중 일부는 마치 나같기도 엄마같기도 하여 생각보다 많은 모녀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엄마' 라는 프레임은 사회가 덧씌운 것일 뿐이라는 걸 책을 통해 알았다.

[p123-125, 좋은 엄마란 없습니다. 내 모습인채로 충분히 내 아이와 개별적이고 독특한 관계를 맺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요.(중략) 대외적으로 아무리 좋은 이미지와 좋은 사람인 엄마라도 내 엄마로서 개인적인 기억으로 체화되어 있지 않으면 무의미한 것이죠. 나쁘기만 한 엄마도 없으며, 좋기만 한 엄마도 없습니다. ]

그저 내 아이와의 특별한 기억을 공유한 OO이만의 엄마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한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딸을 위한 책이었다.

나의 엄마이자 할머니의 딸이기도 한 엄마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함께 읽고 무의식속에 남아있는 상처받은 어린 자신을 발견하고 애도할 수 있다면, 좀 더 건강한 모녀관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엄마와 딸에게 늦은시간이라는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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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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