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카모리 아키나'라는 80년대 일본 대중 가요계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다. 아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유튜브에 무슨 순정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를 소유한 아가씨가 보여 호기심에 듣게 됐는데, 노래가 너무 좋다. 감성을 절절히 울린다. 난 일반적으로 일본어에 대한 반감을 지니고 있다. 일본 노래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 일본에서 몇 달 지낼 때도 일본인들이 서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 매우 거북했던 기억이 난다. 참, 사람의 신념이란 것이 이렇게 쉽게도 바뀔 수 있다니. 그런데 이 아키나란 가수는 목소리가 매우 호소력 있다. 겉으로 보이는 연약하고 청순해 보이는 이미지와 다르게 목소리는 중저음에 매우 카리스마가 있다.

  아카나는 65년생이다. 거의 내 이모뻘 되는 나이다. 아쉽다. 왜 아쉬운지 모르겠지만 아쉽다.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으면 일본이라도 찾아가서 고백이라도 할 생각이었나. 종종 이렇게 되도 않는 상상을 하는 나를 보면 한심하다. 이렇게 해서 덕후가 탄생되어 가나보다. 노래에 반하니, 자연스레 사람에도 끌리나 보다. 물론 대단한 미모가 한 몫 하는 거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가수의 노래 중에 ‘北ウイング’를 가장 좋아한다. 우리말로는 북쪽 출구라는 것 같은데, 내가 일본어를 몰라 확실히 해석을 못하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은 ‘난파선’이라고 하는데, 나는 ‘北ウイング’ 이 노래가 더 와 닿는다. 곡은 마이너적이며 빠르게 진행된다. 가사는 대충 사랑하는 이를 그리며 그 사람한테 가고 싶다는 그런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도 가장 먼저 들은 곡이 바로 이 노래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에도 잘 맞을 것 같다. 그런데 이 가수의 노래들은 확실하게 어느 장르인지 잘 모르겠다. 엔카(우리로 치면 트롯)인지 댄스인지, 발라드인지, 모든 노래를 종합해 부르고 있는지, 혹은 섞어 부르는지 제대로 구분을 못하겠다. 아마도 이런 풍이 당시 일본에서 인정받았던 하나의 장르 같아 보인다.

  이 가수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인터넷 여기 저기 찾아보니 당대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아이돌 문화가 훨씬 빨리 생긴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여가수를 따라 다니는 일명 빠돌이들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일본은 이 당시부터 이런 빠돌이들이 존재했나 보다. 아키나와 관련된 영상을 하나보는데, 남성 팬들이 ‘우우’거리며 환성을 지르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한국보다 무려 20년은 빠르게 이런 문화가 진행되었다는 소리니 말이다.

  아키나는 가슴 아픈 사연이 무척 많다. 가정 사를 비롯해 특히 남자 문제에 관해서 비련의 여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았다. 당시 아키나와 더불어 그녀의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세이코라는 가수가 있었다. 아키나가 어둠이라면 세이코는 빛이라고 불렸다. 그런데 이 세이코가 아키나의 남자친구와 뉴욕에서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직접 아키나에게 알린다. 아키나는 그것에 충격을 받고 손목을 긋는다. 그러나 미수에 그쳐서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마음이 굉장히 여린 사람 같다. 그 당시 아키나가 불렀던 노래가 ‘난파선’이란 곡인데, 가사가 매우 구구절절한 아픈 사랑을 말하고 있다. 가수가 자신의 노래처럼 산다고 아키나가 꼭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긴 세월을 술과 담배로 찌든 생활을 했고 현재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휴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난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런 사람을 보면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그 사건을 일으킨 당사지인 세이코와 전 남자친구는 아주 잘 살고 있다고 하니 더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굉장히 강하고 할말 다하는 가수의 이미지였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여리디 여린 마음을 가진 그녀의 마음이 내게도 느껴지는 것 같다. 비록 알지도 못하는 타국 사람이지만, 그 아픔을 잘 이겨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