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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1.26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 글쓴이
- 안희진 저
웨일북
새해를 맞이하여 올해는 기필코 돈을 아끼고 싶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평소 한 지출하는 나에게 경종을 울릴 따끔한 재테크 책이라 (멋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직관적 제목 그대로 한 치의 거짓 없이 책 저자가 이곳저곳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열심히 지출한 지출기록서라고 할 수 있다.
알뜰짠순이의 기록인 줄 알았는데 소비 동지의 책이라니…… 하지만 저자는 잘못이 없다. 몇 줄 읽다가 설마 하고 살펴본 목차는 글쓴이가 어디에 얼마나 돈을 열심히 썼는지 친절하게 보여줬다.
보고 싶은 대로 본 나의 착각이자 짠순이의 길로 접어들고 싶었던 나의 소망이 빚어낸 삐끗이었다.
책을 리뷰하기에 앞서 나 또한 한 소비한다. 그런데도 내가 굉장히 합리적인 컨슈머라 생각해왔다.
생활용품이 떨어져 급하게 사느라 제값을 지불하기보다는 미리미리 몇 개 세트 할인가로 채워둬서 한 푼이라도 아끼자는 주의니깐.
팍팍한 월급 생활에 내 기분을 달래서 내일도 출근할 힘을 내고자 내 나름의 기분전환 아이템도 구비해둔다. 인센스 스틱, 폭신한 룸슈즈, 각종 마사지 도구…. 명품 하나 살 돈보다 저렴한데 가짓수는 많게,,,!!! 이 얼마나 야무진 소비인가? 그런데도 부모님께, 친구들에게, 직장 동료에게 내 소비 민낯을 보여 줄 자신은 없다. 합리적 소비지만 돈 자체를 아꼈냐 하면 그건 아니기에, 떳떳한 가계부가 아닌 것 같다고 은연중에 생각해왔다.
그런데 저자는 물건을 사는 행위에 늘 진심과 이유가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어떤 평가를 들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아 그렇지. ‘내돈내산’이라는 신조어가 한창 유행인데 내 돈 쓰는 일에 누군가의 시선이 무에 그리 중요헐까.
프롤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세상에 나쁜 쇼핑은 없다고 물건을 사고 사다가 그걸 소재로 책까지 써서 돈이 벌리다니 이거야말로 창조경제이자 경제순환이 아닌가. 글을 쓴다는 핑계로 돈을 쓴다고 자조적이게 에필로그에 써 내려갔지만 이런 당당함이 나에겐 부족해서 그런가 멋있었다. 내 소비에 경종을 울리지는 않아도 소비가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의 전환이 된 책이었다. 그 소비가 장마와 한파를 준비하는 계절성 비용이든 상사 잔소리의 홧김에 지른 비용이든. 어쨌든 장바구니에 고심해서 담고 있는 오늘의 나를 그리고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의 나를, 그 물건을 쓰는 내내 잘했다 잘했어 하고 셀프 쓰담쓰담을 아끼지 않을 미래의 나를 살게 한다면 그리 나쁜 일도 아니라는 당위성을 갖게 해준 접근이었다.
최근에 100만원 남짓한 아이패드 결제를 두고 한 달 내내 고민한 적이 있다. 혼자 장바구니에 담았다 뻈다 하는 사이에도 잔잔한 소비는 멈추지 않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번에 100만원 쓰기는 두려워하는 사람이지만 잔잔바리로 200만원은 쓰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떠벌떠벌 뭐 샀다고 소문낸건 맞지만 민망함이 몰려와 앞으로 적에게 나의 지출은 알리지 말라의 심정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저자의 소비일지를 읽다 보니 묘하게 설득이 됐다. 그래! 나의 소비도 헛된 소비라고는 하나도 없었는데! 가끔 내가 예상한거보다 허접한 물건을 마주할지언정 그때의 나는 그 지출에 진심이었는데!!!! 무엇 하나 가벼운 마음은 없었는데!!!
백원을 쓰든 백만원을 쓰든 그 지출이 오늘의 나를 살게 하고 미래의 내가 과거의 지출을 감행한 나에게 땡큐를 외친다면 그것으로 넘어가는 하루도 있는게 아닌가. 물론 통장은 많이 버겁지만.
저자의 나름의 이유가 담긴 이모저모 지출일지를 읽다보니 나만 이런게 아니구나. 그래 나도 당당하게 소비하자!!!! 우하하하!!!! 라는 격려를 받은 한 권이었다.
물론 내가 여기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하면 나의 금융치료 메이트 고요가 너 이놈~하고 달려올 것 같지만.
고요에게 조심스럽게 얘기할래요. 용기내볼래요. 의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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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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