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창고

해맑음이
- 작성일
- 2013.10.10
정의공주
- 글쓴이
- 한소진 저
해냄
우리 문자 한글의 위상이 어느때보다 높아졌음에 기분이 좋다.
어쩌면 이것도 국력에 따른 위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상 어느 문자보다 과학적이면서 실용적인 '한글'
이 한글이 세상밖으로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힘겨움이 있었는지, 그 한글을 만들기위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했는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모를것이다.
이 책 <정의공주>를 읽기전까지는.......
더욱 우리 문자 한글이 특별하게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정말 나라를 잘 다스렸다고 칭찬받을만한 군주는 어떤 사람일까?
군주의 진정한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참 궁금했다.
책 속에서 느낀대로 말하자면 '백성들의 마음을 알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군주'가 나라를 잘 다스리는
군주가 아닌가 싶다. 즉 왕의 자리에 있지만 자신을 낮춰 백성들의 '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겸양을
갖춘 군주, 바로 '세종대왕'이 아닌가싶다.
심각한 사대주의에 물든 신하들의 말을 듣기보다 남녀노소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우리만의 문자가
절실하다고 믿었기에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만들어내는데 여생을 보냈다.
그리고 이 한글을 만드는데 실제적인 도움을 준 세종의 둘째 딸, 정의공주.
책은 바로 한글을 만드는데 일등공신이었던 정의공주 이야기이다.
유교가 바탕이었던 조선, 그리고 삼강행실도의 근본을 따졌던 조선, 대국 중국과의 관계가 우선이었던
나라 조선. 이런 조선이란 나라에서 진정 '여자'가 나랏일에 깊숙히 관여되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발칙한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한글'은 큰 글이란 뜻 속에서 '암클'이라고도 불리어졌다.
여자를 차별했던 유교가 여자를 인정하지 않음과 정의공주가 한글 창제에 큰 힘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쉬쉬하면서 은연중에 인정(?)하는 그 역설적인 모호함.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배제되어지고 잊혀져가고 묻힌 인물 '정의공주'에 대해 조명하면서, 한글 창제를
위한 세종대왕과 가족 모두의 힘겨운 노력을 정의공주의 적극적이고 지성적인 시선으로 그려 본
소설이다.
많은 사극물들이 왕과 왕자 妃에 관해서만 편중되어서 궁궐 내 새로움이 반감된 느낌이었는데,
궁궐내 잘 드러나지 않은 공주와 부마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궐내 권력 다툼 사이에서 한참 비켜간 공주와 그 아비 왕의 이야기.
세종대왕과 차녀 정의공주, 그리고 먼저 보낸 큰 딸 정소공주에 대한 그리움과 그 애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여느 집안의 父女사이와 똑같았다. 아비의 마음은 딸이 안다고....
한글이 탄생하기까지 세종과 정의공주의 소통이 얼마나 많았는지.....
결국 우리 글에 대한 꿈을 그린것은 아비 세종대왕이었지만, 아비의 그 꿈을 완성하는데 정의공주가
있었다.
이두와 향찰, 한문...,....... 한 나라의 공주가 어렵다고 하면 백성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였기에 우리글을 만들어내는데는 멈춤이 있을 수 없었겠지.
신하들의 선입견과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찾듯.... 그 답답함이 어쩌면 우리 한글을 만들어내는데 기본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냥 대화하듯 주고받는 말을 굳이 한자로 바꿔 다시 이두로 표기하는 그 어려움과 불편함....
이것이 가림토문자, 토착언어, 사투리로 눈을 돌리게 했던 이유들이 될 것이다.
입에서 나온 아름다운 말을 그대로 표기할 수 없을까?
'살랑 살랑~~~ 구구구구......' 이런 아름다운 순수 우리말들을 어떻게 또 한문으로 다시 표기해서 말들의
느낌을 살리지 못하고 죽이게 하느냐에 대한 그런 고민의 흔적 결과물이 한글을 만들어내기 위한
동기부여였을 것이다.
백성들 사이에서 예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내려 온 암호와 같은 글자들...
그 글자들은 백성들 사이의 소통을 위한 글자들이었다. 같은 글, 말임에도 지방마다 다르게 내려 온
글자들. <단군세기>에 남아있는 가림토문자와 38자를 읽을 수 있는 날들을 위해 왕과 왕자들, 공주,
젊은 신진학자들까지.... 백성들 속으로 파고들어 그 문자들을 알아내었다.
가림토문자를 찾는 과정들을 보게 되니........
새삼 '가치, 값어치'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가장 화려하고 높은 자리에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님을.....
가장 낮은 곳, 허름한 곳일지라도 그 속에 가치 있는 보물들이 숨겨져 있음을 느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알게 되는 것이 바로 '한글'이 아닐까!!!!
영원히 묻혀져버릴 듯한 가치있는 한 사람, 정의공주 또한 늦게나마 후세의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어서
하나의 또다른 가치를 발굴해낸 듯한 느낌이다.
당시에 사대부들로부터 천대 받았던 암클 '한글'이 이렇게 글로벌 세상 속에 이렇게 버젓이 명함을
내밀 수 있음에 그들은 묻혀서 어떤 생각을 할까?
사대주의, 대국... 이란 그 선입견이 한 나라의 발목을 잡는 얼마나 위험한 발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을까?
그러면서도 그들의 반대가 오히려 한글 창제의 필요성을 더욱 상승시켰다고 하니...
아이러니 하면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오로지 반대를 위한 그들의 반대가 밉지만도 않다.
"세종께서 우리말과 한자가 서로 통하지 못함을 딱하게 여겨 훈민정음을 만들었으나,
변음과 토착음을 다 끝내지 못하여 여러 대군에게 풀게 하셨다...;.
결국 정의공주가 곧 풀어 바쳤다.
세종께서 무릎을 치며 크게 기뻐하시고 칭찬하여 큰 상을 내려셨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완성될 무렵 아름다운 글자가 암클로 멸시당할까봐 아비의 업적이 수렁에 빠질까봐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간청한 아름다운 그녀, 정의공주.
비록 여자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역사의 한 획을 긋은 존경할만한 조상이 있다는 것에 많은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말 한글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어렵게 힘겹게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사료를 찾고, 불철주야로 오로지 한글 만들기에 전념했던 왕과 왕자들 그리고 공주..... 참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게 느껴진다.
세계가 인정한 한글인데, 정작 지금의 우리들은 얼마나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지.... 우리 한글이 수난을 맞고 있는 시대인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힘겨웠다.
비둘기 우는 소리 '구구구구구~~'를 한자로 '관관관관관~~~'으로 하면 느낌이 살아나지 않잖아.
그렇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정말 아름다운 언어들의 조합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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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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