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음이
  1. 파블10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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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글쓴이
버지니아 울프 저
민음사
평균
별점9.2 (13)
해맑음이

생전 버지니아 울프를 참 힘겹게 했던 자전적 소설, <등대로>를 읽었다.

앞서 읽었던 책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서 20세기 최고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집필 과정을 엿보았다. '댈러워이 부인'과 '자기만의 방'과 함께 가장 많이 등장했던 <등대로>였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당대 잘 나가는 작가를 힘들게 했을까? 궁금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어릴적 삶과 생각들이 많이 담긴 책이라 했다.

이 책을 읽으면 버지니아 울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까?

학교 다닐때 공부하면서 무던히도 많이 외웠던 유명 작가와 책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와 함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최초로 사용한 작가였다. 어쩐지 책 속 표현과 묘사가 섬세함을 느꼈다.

끊어지지않고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연결되는 의식들은 날개를 달았고, 그 생각들을 어디까지 이끌고

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철학자인 램지와 홀로 고상하고 우아한 램지부인, 그들의 여덟 아이들, 별장에 모인 친구와 친지들.

만찬을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시대엔 퍽 일상화된 모습같다.

바다가 펼쳐진 뷰와 맞닿은 창을 통해 램지씨네 모습이 보인다.

내일 날이 맑으면 아이들과 함께 섬 너머 등대를 보러 가기로 했다. 한껏 기대에 부풀었는데,

램지씨가 찬물을 끼얹는다. 날이 맑지 않을게다.

살면서 꼭 이런 사람들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안중에 없고 자기 기분대로 말하는 사람.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분위기 급랭~

램지부인은 아이들의 설레는 마음을 지켜주고싶다. 하지만 이래저래 자신의 마음도 힘겹다.

그녀는 자신의 지아비되는 램지씨를 존중하니깐.....

헉, 읽으면서도 갑갑한 마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게야. 아무렴...

남편의 말이 곧 법이 되는 가정 분위기 탓에 아이들만 쉽게 억눌린 감정의 희생양이 된다.

강압적이고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어느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채 그렇게 생각들만이 흐른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고 경계하는 듯.....

전반적인 책의 분위기다. 묵언수행하는 듯.

 

이런 상황 속에서 분위기를 바꿀 줄 아는 램지부인의 역할.

밝고 쾌활하며 사교적이지 않지만 그녀는 그 분위기 속에서 존중받길 원한다.

말하지 않아도 풍겨지는 아우라는 단연 그 분위기를 압도한다.  

그 느낌, 사뭇 램지씨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언뜻 느껴을 때 소름 돋았다.

찬사받길 좋아하고, 호응해주길 원하는 램지씨와 램지부인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듯하게 자신을 포장할 줄 아는 사람들.

겉으로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온화하지만 내면에서 두려워하고 있는 또 다른 그들을 발견한다.

찬사에서 그가 느낀 기쁨들, 이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고 '허튼소리'라는 말 속에 숨겨야했다.

위장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기 두려워하는 남자, 이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오, 이게 바로 내

본모습이오 하고 말할 수 없는 남자의 도피처였다.

윌리엄 뱅크스와 릴리 브리스코에게는 그 모습이 다소 가련하고도 혐오스럽게 보였다.

왜 그렇게 숨길 필요가 있는지, 왜 그는 늘 찬사를 받으려 하는지, 사고에 있어서는 그렇게나 용감한 사람이 왜 실생활에 있어서는 소심한지, 존경을 받을만한 동시에 비웃음을 살 수 있다니 얼마나

기이한 일인가. 그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두렵기에 자꾸 회반죽으로 마음들을 덧칠한다.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며 그 결과 그들은 타인에게 습관적인 선을 베푸는 것으로 공허한 마음을 달랜다.

허영심이고, 자기 만족이 아니었을까싶다. 위선적인 모습은 주변에서도 아는데......

램지씨, 편협하고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철학자의 모습이었다. 아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가정에 소홀할 것 같은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어릴적 환경이 이런 모습이었다면 그저 놀랍다.

생전에 평화주의자로서 삶을 살아왔다고 했는데. 이런 트라우마가 있었다니..... 연민이 들었다.

신의 삶을 담은 이야기를 직접 쓰니 얼마나 마음이 아리고 아팠을까?

전후(戰後) 정신 질환의 재발 우려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하니 그 삶, 참 기구하고 힘겨웠겠구나!!!

 

이렇듯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에는 개인의 생각들을 따라가보니 인간의 심리가 보였다.

자존감이 결여된 인간의 모습은 항상 불안정하고 뭔가에 쫒기며, 허탄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들이 부재상태였다. 램지씨의 모습 속에서 부정적인 자화상들이 자꾸 보였다.

아이들에게 권위적인 아버지, 무서운 아버지로 각인되어져 회복되어질 수 없는 베일에 쌓인 섬 너머의 등대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결국 곁에 있는 사람들이 저 세상으로 갔고, 남은 사람들은 또 어떻게해서든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환경이 바뀌었지만 사람의 본성은 그대로인 채..... 세월에 나약해가는 마음만 확인할 수 있다.

전쟁을 겪었고, 몇 사람만 램지씨네 별장에 모였다.

그리고 램지씨와 두 남매 캠과 제임스, 그들은 결국 못다한 숙제마냥 <등대로> 향한다.

역시나 아이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램지씨의 생각이다. 변하지 않은 모습.

이미 아이들은 아빠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는데...... 불편한 마음이지만 따르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램지부인을 보는 듯 하다. 램지부인이 생전에 등대로 갔다면 가지고 갈 꾸러미(뜨개질한 양말들...)가

램지씨 손에 들려져 있다.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램지부인에게 마음의 빚을 갚은 듯 하다.

씁쓸하면서 홀가분한 마음이 교차할 것 같다. 그렇다고 죽은 램지부인이 자기 곁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말과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아비의 불성실함이 보상받는 것도 아니지만.....

 

<등대로>를 통해 그럴듯하지만 불완전한 가족의 모습들을 엿보았고, 무엇보다 생각의 흐름을 통해

개개인의 심리가 고스란히 보여 꽤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버지니아 울프의 책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던데 충분히 공감했다.

아무래도 받아들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낯선 의식의 흐름의 기법 때문이리라.

그런면에서 오히려 나는 이 책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버지니아 울프란 작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계기가 되고,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다음 책은 버니지아 울프란 작가 개인을 더 깊숙이 알게될련지도 모를 『자기만의 방』을 읽을 계획이다.

책은 이래서 흥미롭다. 영속적이다. 읽고 싶은 책들의 선택이 폭넓게 된다.

지금 읽고 있는 책 김정운의 문화심리학 에세이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에서도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자유연상법)에 관련된 글이 나와서 반가웠는데.......

글과 글은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싶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더디지만 책 읽고 싶은 욕구가 회복되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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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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