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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버스
- 작성일
- 2023.4.30
눈먼 자들의 도시
- 글쓴이
- 주제 사라마구 저
해냄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 본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만약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보게 된다면’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시작한다. ‘눈이 멀었다’라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에 눈먼 사람’이나 ‘사랑에 눈먼 사람’이라는 비유적인 표현에서도 쓰이듯이, 이 작품에서 ‘눈이 멀었다’는 표현은 단순히 시력을 잃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확인한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작품에서 눈이 먼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인간은 물질적 소유에 눈이 멀어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소유를 위해 인간성조차 말살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생사가 달린 긴박한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수용소에 강제 격리되어 각자의 이익만을 챙기는 눈먼 사람들, 이들에게 무차별하게 총격을 가하는 폭력적인 군인들, 전염을 막기 위해 수용 조치를 내린 냉소적인 정치인, 그리고 범죄 집단을 방불케 하는 폭도들까지, 전염병으로 인해 체제와 가치가 붕괴된 사회에서 드러나는 인간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잔혹성이 이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인간 사회의 어두운 면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삶의 가치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처음 눈이 멀어 수용소에 들어가게 되는 집단이 함께 고통을 나누고, 서로가 의지하며 도와가는 인간 관계의 회복은 살아있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연대 의식은 인간성이 말살된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진정한 휴머니즘이다. 바로 인간이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작품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연대 의식을 가진 인간의 선한 면을 대표하면서, 전염병으로 초토화된 도시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의사의 아내’는 이기주의로 가득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수용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타인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희생과 헌신을 통해 사람들의 고통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한다. 중요한 것은 그녀 혼자서만 희생과 헌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이를 실천해나간다는 것이다. 작품 속 ‘의사의 아내’가 다른 사람들과 목욕하는 장면에서 그들은 비록 눈은 둘이지만 손이 여섯이라는 사실을 통해 이 손들이 합쳐지면 세상을 지탱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러한 확신이야말로 체제와 가치가 붕괴된 무규범사회 속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의 아내’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나누었던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류애다. 이러한 인류애야말로 혼탁한 세상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서로 함께하는 연대 의식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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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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