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여행에세이의 즐거움에 빠진 나는 여행책을 찾던 도중에 최영미씨의 여행산문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짧게나마 소개된 줄거리는 한 순간에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가장 아름답다는 유럽의 도시, 파리에서 베네치아로, 암스테르담에서 쾰른으로, 리옹에서 교토로, 버클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시카고에서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는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나간다. 솔직한 글에 반했다는 평들이 유독 많은 서평들을 읽으면서 나도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흔히, 여행을 위한 책들은 여유와 낭만을 찾아서 떠나는 기록이 많다. 그곳에서 느끼는 새로운 감각은 틀에박힌 일상생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이고,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은 돈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다. 여행관련 서적이 언젠가부터 유명한 음식점과 호텔이름을 나열해주는 리스트가 되어버렸다. 돈이 있어 여행하는 것은 몸은 편하고 오히려 더 즐거울지도 모르지만, 쓴 돈은 없어져 버리는 것처럼 편한 순간에 겪었던 경험은 후에 기억에 많이 남지 않을 것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여행이란 나에게 다시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와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따뜻한 경험을 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여행을 하면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고 여행에서 겪는 경험들은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된다. 나는 그러한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의 인생을 알 수 있다.

한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다른 목표를 가지고 만나게 된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면서 견문을 쌓고, 그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여행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솔직한 이야기로 글을 써냈고, 두 파트로 나눠진 이 책은 첫번째는 그녀가 여행하면 겪었던 이야기와 두번째는 그녀의 전공을 살린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여행을 하는 목적은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에 있다. 하지만, 그러한 아름다움도 작은 지식이라도 없다면 그저 특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위대하고 경이로운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최소한 자신이 여행할 장소의 정보와 지식을 쌓는 것이 이 시대, 최고의 거장들이 만든 예술품들을 보기 전, 최소한 갖춰야 하는 예의가 아닐까. 그들을 아는 것이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예술품이 한번보고 감탄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볼 때마다 새로운 작품이 될 수 있길.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더 읽고 싶어진다. 많은 여행 서적은 전공지식이 아닌, 자신의 경험에 의한 지식만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녀가 알고 있는 전공지식을 독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주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았을까? 그녀가 쓴 에세이를 꼭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