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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ibo

공개여부
작성일: 2008.9.17

뉴욕 배달 음식들은 대부분 노란 종이 봉투에 담겨 손으로 들고 오거나, 그 노란 봉투를 다시 한번 비닐봉지에 담아 주는 게 다이다. 그래서인지 가끔 엘리베이터에 음식봉투를 든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이 배달부인지, 음식을 사가지고 들어가는 이웃사촌인지 구분이 안 된다.

미국의 중국식당은 미국 만의 ‘중국음식’을 판매한다. 우리나라에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자장면이 중국 본토에서는 흔한 메뉴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식 중국음식은 그 곳만의 특색이 있다. 대부분의 메뉴는 요리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탕수육이나 깐풍기와는 좀 다른 음식이 많다. 탕수육과 제일 비슷하게 먹을 만한 음식은 sweet and sour pork이고 깐풍기는 general Tso’s chicken을 시키면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탕수육이나 깐풍기를 기대하지 말고 sweet and sour pork과 general Tso’s chicken 그 자체로 맛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중국사람이 우리나라에 와서 자장면이 중국의 차오장멘이랑 맛이 다르다고 한다면 우리 자장면 고유의 맛을 보라고 하고 싶듯이, 미국 중국 음식도 그 만의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식 중국음식은 우리나라 자장면처럼 은근한 중독성이 있어 간혹 생각이 난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에도 미국식 중국음식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미국에서 먹는 그 맛이 다 나진 않는다.

재미있는 건, 미국에서도 중국음식은 배달시켜 먹는 게 참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식이나 양식은 아무래도 배달이 흔하진 않지만 중식만큼은 배달광고도 제일 많고 배달 메뉴도 많다.

조금 늦은 저녁, 출출함을 달래러 중국음식을 시켜보았다. 식당은 집에 날라 들어온 광고종이 중 제일 예뻐 보이는 걸로 골랐다. 30분이 다 되는 시간이 지나 조금은 안달이 난 나에게 반가운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배달음식 늘어놓기

중국인 아저씨는 한 손에 노란 봉지를 건네며 가격을 얘기한다. 미국은 모든 서비스에 팁이 있어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총 지불가격의 20% 정도를 주어야 한다. 보통은 15%정도인데, 간단하게 계산하려면 영수증의 tax에 2배를 하면 대략 15%에 가깝다. 배달에도 2-3불 정도 더 주거나 가끔은 잔돈을 그냥 주기도 한다. 팁 문화가 어색한 한국인으로서는 아직도 팁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배달부나 웨이터들의 수입 중 대부분이 팁이라니, 좋은 서비스에는 꼭 더 많이 주려고 한다.

중국집 대표 용기와 sweet and sour soup

이쁜 그릇은 밥이나 면을 담아준다. 아마도 가장 많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을 중국음식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용기이다.

general Tso’s chicken

이 곳은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맵고 빨간 general Tso’s chicken이 배달 왔다. 새빨간 색에 흠칫 놀라긴 했지만 맛은 그렇게 맵지 않으면서도 끝 맛이 감칠맛 나게 매워 자꾸 손이 갔다. 무엇보다도 고급스러운 포장이 좋았다. Spiring Flower Chicken은 건강식으로 나온 메뉴라 시켜봤는데, 마늘과 생강만 조금 넣고 닭육수로 빠르게 볶아 담백하고 정말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Spiring Flower Chicken

이런 건강메뉴는 이것 말고도 10가지 정도가 있었는데, Nutrition Spectacular라는 제목 하에 설탕, 소금, 기름, 옥수수전분(소스를 걸쭉하게 하기 위해 넣는다)을 일체 넣지 않았다고 표시되어있다. 메뉴는 치킨부터 소고기, 새우 등의 단백질과 함께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야채 세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점점 건강과 먹거리에 신경 쓰면서 기름기 많은 패스트푸드나 중국 음식은 외면 받고 있는 추세다. 맛으로 먹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지만 한 끼 식사는 조금 더 건강하고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선호하는데, 이런 트랜드에 맞춰 발 빠르게 건강음식을 만들어 파는 미국의 중국음식점에 놀라움이 앞섰다. 우리나라음식은 건강식임에도 불구하고 홍보나 판매 전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건강한 음식이 붐일 때 우리나라도 부지런히 중국사람들처럼 그 나라의 입맛에 맞추어 발전해 나가야 한다. 물론, 일본음식처럼 고급스럽게 토착화 되면 더 좋겠다는 욕심도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