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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3.7
혼자 살아도 괜찮아
- 글쓴이
- 엘리야킴 키슬레브 저
비잉
성인이 되기도 전에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생활을 했고 그에 아주 오랫동안 익숙했던 터라, 누군가와 한 공간에서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절실함이나 필요성을 체감하며 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는 계속 들어가고, 가끔은 예상치 못한 고립감이나 외로움이 훅 올라올 때면, 역시 사람은 가정을 꾸리고 누군가와 한 공간에서 있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고독사에 관한 뉴스나, 홀로 '외롭게'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찾아뵙는 따뜻한 이웃의 손길과 같은 뉴스를 볼 때면 더욱 커지고는 했다(훈훈함을 전하려 했던 뉴스의 부작용이다). 지금이야 젊고 그나마 건강하니까 괜찮지, 나중에 나이들어 오갈 곳 없고 힘들고 병들 때 가족이 없다면 그야말로 '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더 늦기 전에 나도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좀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결혼해서 가족이 생기면 나도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혹은 늙어서 힘들지 않게 지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도, 내가 결혼에 대해서 당장의 절실함이 없는데 어떤 삶을 살 지도 알 수 없는 노년을 대비해서 결혼 시장에 나를 내 놔야 된다는 건가 하는 반발심도 들다가, 생각이 오락가락 했었다.
이 책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안도감을 주는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비혼이나 미혼으로 남기를 장려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행복하기 위해 혹은 미래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결혼을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조언을 주기에는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결혼을 통한 행복감이 지속되는 기간, 그리고 이혼이 삶의 만족감에 주는 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리처드 루카스가 시행한 15년치의 종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이라는 이벤트가 주는 행복감은 보통 2년이 넘으면 결혼 전으로 되돌아 간다고 한다. 인간 감정에 관여하는 페네틸아민이라는 물질이 2년 이후에 분비되는 수치가 감소하거나 그 수치에 뉴런이 무뎌져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이유라는 과학적 주장인데, 한 마디로 결혼으로 인한 행복감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혼에 따른 감정적, 정서적 영향과 관련한 연구 내용이었는데, 이혼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삶의 만족감이라는 감정은 바닥을 치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올라오기는 하지만 결혼한 시점으로는 회복이 안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연구를 통해 저자가 내린 결론은 결혼이 행복에 기여하는 정도는 사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결혼 후 보통 2년이 지나면 만족도는 결혼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만에 하나 이혼이라도 한다면(책에 따르면 서양에서 결혼한 부부의 40~60%가 이혼을 하고 다른 국가에서도 그 비율을 점점 따라가고 있다고 한다) 결혼 전보다 만족감의 수준은 더 떨어지고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하며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와 같이 결혼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확률이 결코 높지 않다면 그야말로 '결혼은 미친 짓'이 되는 거겠군.
이렇게나 위험한 것이 이혼이라면, 이혼 위험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늦게 하는 방법을 택하게 될 것인데, 재미있는 것은 늦게 결혼할수록 오히려 이혼 가능성이 커진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32세 이후부터는 이혼 가능성이 매년 5%씩 증가한다고 하니, 지금처럼 30대 중반 이후의 결혼이 보통인 된 시대라면 결혼하면서도 이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사실 주변에서 결혼 준비 하면서 이혼을 말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이기는 한다. 이렇게 이혼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사회는 결혼을 안 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혼자 사는 것을 시장은 좋아한다고 한다. 여럿이 함께 사는 것보다 혼자 살아야 물건이 더 많이 팔릴 것이 아닌가. 혼자 살면 그에 따른 생필품, 부동산을 포함하여, 취미, 여행, 유흥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개인이 각각 준비해야 하니, 슬프기는 하지만 1인 가구, 특히 이혼해서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잠재적인 성장 시장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시장 역시 싱글의 삶에 적합하게 변했다. 농경 사회에서야 가업이나 농업을 하기 위해 가족 혹은 집단 단위의 공동체가 필요했지만, 세계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일자리를 찾아 개인이 뿔뿔이 흩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가.
결국 개인의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결혼을 장려할 만한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늙어서는? 나 역시 두려움을 가졌던 노년의 외로움에 있어서 결혼 아닌 다른 대안이 없다면 결혼으로 좀 손해 보는 부분이 있더라도 지금 해 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저자 역시 사람들의 이러한 인식에 대해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결혼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뿌리 깊은 이유는, 사실 행복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찾기 위함이 아닌, 홀로 나이 들거나 혼자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흔히 묘사되는 (불쌍한) 독거 노인, 즉 '늙고 병든 몸으로 사람들 사이를 쓸쓸이 걸어도 누구 하나 말 걸어주지 않고, 온종일 혼자 우두커니 공원 벤치에나 앉아 있는...' 모습은, 누군가 내 곁에 있어주고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해 주게 하는 결혼이라는 제도로 조금이나마 옅어질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로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노년기의 외로움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로움을 정의하자면 '자신이 원하는 사회적 관계의 수준과 실제 수준과의 차이'라고 하는데, 결국 외로움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실재한다기 보다는 개인의 인식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저자의 주장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구별되어야 한다고 한다. '사회적 고립'이 타인과 최소한의 관계만 맺는 객관적 상태라면, '외로움'은 개인이 인식하는 고립과 관련된 주관적 감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독신의 노년 = 외로움'이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인간관계의 폭이 넓고 친구나 친척 등이 많은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살면서 우리 모두는 적어도 한 번 이상은 혼자 살게 될 확률이 높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혼자 살기를 선택한 사람을 물론이고, 결혼을 했더라도 배우자와의 이혼 혹은 사별을 통해서 어떤 형태로든 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이 외로움이나 고립을 끝내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착각을 멈추고, 모두가 좀 더 넓은 범위의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고 더 질 높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정책입안자가 '혼자 살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은 독신으로 살아도 이 세상의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은 물론, 앞으로 더 많아질 독신 인구를 위한 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내가 노인이 된 미래에 저자의 주장대로 싱글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출산율 0.78이라는 이 수치가 너무너무 심각하다며 연일 뉴스를 내 보내고 100분 토론을 벌이고 있고, 결혼을 개인의 선택이라고 믿고 싱글로 사는 이들을 대놓고 소외하면서 결혼한 부부(그것도 법적으로 인정되는 이성애 커플만)와 아이들에게 부동산,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금, 교육 혜택을 퍼붓고 있는 이 한국 사회는 결혼해서 애 낳고 해야 이 사회가 유지된다는 시각을 아직은 절대 버릴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과연 한국에서 독신으로 살면서 고립감과 외로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날이 올까?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그 전에, 싱글로 살기를 선택했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여러 내용들을 믿고 실천해 보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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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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