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은근히 괜찮다.

남성 투탑, 두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꽤 눈길을 끌었던 작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기대감이 크지는 않았는데...
일단 언제나 기본 이상은 해주는 즐거운 차승원이 평소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
그러니까 전혀 웃기지 않은 건조한 캐릭터로 나오는 데다가
흥행보증수표였던 한석규는 언제부터인가 부도를 앞둔 어음 같은 이미지가 박혀있어서
게다가 곽경택 감독의 친구 이후 작품들 평도 썩 별로고...

그랬던 것이 처음 공개되던 PV를 보면서 좀 흥미가 당겼다.
백발에 해괴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한석규가 악역이고
진지한 얼굴과 말쑥한 차림으로 열심히 뛰던 차승원을 형사로 생각했었는데...
나레이션의 설명을 들으니 정반대였단 말이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개싸이코 형사 캐릭터.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했다.

직접 보니 역시 한석규 라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연기력이라는 말이 괜히 붙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영화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느낄 정도...
저런 캐릭터는 흉내내기도 벅찰 것 같은데 사소한 작은 몸짓에도 캐릭터가 뭍어나온다.

한석규가 연기한 백반장 외에 또 하나 걸출한 캐릭터가 탄생하였으니...

바로 안토니오 !!!
아주 대박 조연이 나타나 관객들을 뻔뻔스럽게 웃겨주신다.
전반적으로 건조하고 딱딱하고 긴장감만 있는 이 영화에
윤활유같은 역할을 하는 독보적이고 중요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거 뭐 말로는 설명이 안 되니 직접 보시라.



영화 포스터를 보면 두 남자의 맞대결, 그리고 불꽃 튀는 액션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거 거의 낚시다...

영화 자체가 몸으로 뛰는 액션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두뇌싸움과 범죄의 구성, 그리고 그 모습을 그려내는 영화적 연출과 편집이 더 돋보이는 쪽이다.
음... 사실 두뇌싸움이라고 하기도 좀 애매한게 한석규의 백반장은 딱히 머리를 잘 쓴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노련할 뿐.

그리고 특이한 점이 있는데...
여자 캐릭터가 한 명도 안 나온다.(?)
으레 이런 범죄집단에서는 여성 멤버가 꼭 있어서 적절한 미인계를 구사한다거나
아니면 꽤 중요한 키를 가지고 사건의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마련인데...
조연으로 잠깐씩 나오는 배역들을 제외하면
남자들과 남자들과 남자들만 나오는...!!!
참으로 무미건조한 영화다.

아니.. 그래도 안토니오라도 있으니까...
음.........(....)

어쨌든,



흠 잡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자면...
백반장 캐릭터는 엄청 잘 만들어 놓고 정작 이야기 흐름이나 사건해결에 그 캐릭터가 공헌한 부분이 별로 없다.
그저 포장만 그렇게 되어 있을 뿐 내용 전개에 있어서 잘 녹아들질 않았다고 해야 할까.
그 캐릭터였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나 뚫고 나갈 수 있었다는 느낌을 줄만한 부분이 별로 없다.
결국 캐릭터성이 전체 영화에 기여하는 부분이 줄어들면서 설득력도 좀 약해지고
구성의 치밀함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상대역으로 나오는 차승원의 안현민은 딱히 특이할만한 캐릭터가 느껴지지 않는 다는 점에서
왜 차승원이 저 역할을 맡았는지, 아니면 차승원이 제대로 살리지 못한 건지 애매하기까지 하다.
그러다보니 두 캐릭터가 맞부딪히는 상황에서도 그다지 불꽃이 튀거나 긴장감이 팽팽하게 살지는 않다.
마지막 장면도 좀 찐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어딘지 허한 감이 있었고...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또 다른 악역인 김현태회장이 더 제대로일정도.



여러모로 괜찮은 영화기는 한데 대박이 되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을까.
다른 시즌이었다면 꽤 선전했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앞에서는 좋나이상한놈이 대박을 쳐서 흥행가도를 한창 달려주시는 중이고
바로 다음 주에는 다크나이트와 월E라는 올 해 세계 최강의 흥행작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같이 달리는 주자는 헐리우드산 블록버스터 이연걸의 미이라3다.
미이라3는 여러모로 악평이 자자하던데 대신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좀 선전해도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난 이 영화 로고를 보면
눈눈이이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눈이눈이로 읽힌다.
나만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