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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남한산성
글쓴이
김훈 저
학고재
평균
별점8.7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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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김훈의 빼어난 문체에 매료된 사람들의 상찬이 그득했으나, 아직 그의 소설을 접하지 못하던 차에 <남한산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에다 <자전거여행>까지 나왔지만, 왠지 손이 가지 않더군요. 그러다 그동안 우리가 '임진왜란'에 대해서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자주 다루어도 '병자호란'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그 전쟁의 뒷얘기가 궁금하더군요.

아마 임진왜란은 자주 다루어졌고, 반면에 병자호란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않은 것은 임진왜란이 장기간에 걸쳐 처참하게 국토와 백성들이 유린되었지만 그래도 결국엔 이긴 전쟁이었다면, 병자호란은 짧은 전란이었지만 굴욕적인 패배와 항복을 한 사건이라 극적인 요소가 덜한 전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남한산성>을 보면서 최근에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연개소문>과 <대조영>이 겹쳐 읽힙니다. 수나라와 당나라과의 전쟁에서 주전파와 화친파의 명분과 실리 논쟁을 그리 간단하게 '자주'와 '끝없는 항전'을 주장하는 주전파의 손을 쉽게 들어주는 것도 사건을 너무 단순도식화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니다.



<역사의 현장인 남한산성 남문>


소설 속 김상헌과 최명길의 척화파와 주화파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양쪽에서 주장하는 근거 또한 한쪽으로 쏠림이 없습니다. 최근 한미 FTA 체결을 두고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이 대립하는 것과도 그리 멀어떨어져 있지 않은 듯합니다. 한 정치인은 '남한산성론'과 '안시성론'을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배경이 되는 사건이 역사의 아픈 과거라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습니다. 거기다 건조한 듯하면서 화려한 문체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대하역사극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연개소문>이나 <대조영> 같은 드라마를 볼라치면 괜한 호통과 일장연설, 별 중요하지도 않는 의기만이 난무하는데 질린 독자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역사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사실 전쟁은 선과 악의 대립으로 단순하게 나눠 구분하기에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그리고 내부에서 대응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화파를 무조건 악으로, 척화파를 무조건 선으로 그려서도 곤란합니다. 일단 당한 일,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 수습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묘호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다시 침략을 허용한 것을 더 뼈져리게 반성해야 했습니다.

전쟁에서의 참상은 초가집에 얹은 지붕과 가마니를 풀어서 말먹이로 먹이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말을 잡아먹는 예에서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작가의 감정을 싣지 않은 채로 담담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일러두기>란 통상은 편집자의 각주처럼 사용되는 곳에 이례적으로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고 이르고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소설에 이런 언급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소설은 소설로 읽혀야 하지만, 소설로만 읽히지 말기를 바라는 의도를 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작가가 일러주는 대로 따르지 못하고, 이 남한산성에서의 일이 자꾸 현재 지금 우리의 현실에 대입해보게 되는 건 또 무슨 심사 때문일까요?



<전란의 배경이 1636년 12월 12월과 1월 한겨울이었다.>

 


<준비만 제대로 한다면 성을 깨뜨리기는 정말 만만치 않아보인다.>

 


<성 앞에는 그 때의 치욕적인 현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붉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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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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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101

    작성일
    2007.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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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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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5. 9.

    @cs101

  3. 대표사진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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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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