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인 이지은은 혼외자예요.
지은의 부모님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의사인 아들에게 내세울 것 없는 며느리는 부족하다 여긴 시어머니로 인해 혼인신고도 못한 채로 모진 시집살이를 겪어야 했던 지은의 어머니는,
결국 망신창이가 되어 아직 어렸던 지은만을 데리고 남편의 곁을 떠났거든요.
아내와 헤어진 후 바로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다른 자식까지 얻은 아버지를, 지은은 애정하면서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구요.
그런 성장 배경 때문에, 지은은 서로의 처지가 비슷하지 않은 상대와의 관계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원래라면 멀리했을,
큰 병원을 가진 집안의 아들인데다 가벼운 연애를 즐기며 결혼은 집안에서 정해준 여자와 하겠다는 남자 기준에게,
지은은 감당하기 힘든 끌림을 느껴요.

남주인공인 남기준은 양자예요.
기준이 아직 아기였을 때, 아이가 없던 큰아버지 댁에 입양되었죠.
그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큰 병원을 가진 집안의 장남으로 복받은 인생인 것처럼 보일 테지만,
기준이 그런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테지만,
사실 기준의 속은 많이 곪아 있어요.
자신의 아들인 기준을 빼앗아갔다는 빌미로 끊임없이 양어머니의 재력에 기생해온 친부모로 인한 수치와 부채감을, 오랜시간 느끼며 살아왔거든요.
내내 자신을 키워준 양어머니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 애정보다 부채감을 먼저 생각할 수 밖에 없었구요.
그랬기 때문에 기준은, 불임이라던 양어머니에게서 뒤늦게 태어난 8살 어린 동생과 양어머니를 위해서 살겠다는 생각을 내내 해 왔어요.
결혼 역시 양어머니가 원하는대로 할 생각이었구요.
그런데,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듯한 여자 지은을 만난 후, 기준은 자신을 옭아맸던 모든 것을 버리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