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abelly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푸코의 진자 (상)
글쓴이
움베르토 에코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7 (34)
makiabelly

 장미의 이름을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움베르토 에코에 대한 엄청난 기대로 프라하의 묘지를 읽었습니다만, 무슨 내용인지 기억조차 없습니다. 독후감을 올렸나 몰라서 찾아보니 2013년에 짧게나마 모호하게 올린 게 있긴 하네요. 줄거리 언급을 최대 한 억제하려 노력하기도 했을 거고,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장미의 이름과 같은 탁월한 느낌과 흥분을 전해주는 책은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막연하게 기억나는 것은 방금 읽었던 푸코의 진자와 프라하의 묘지를 비교해 어떤 책을 선택할지 고민했던 상황인데,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내 책읽기가 부족한 것인지...



 



 이 책의 핵심 소재는 카발라(cabala), 즉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인 것으로 보이며, 그와 관련하여 카발라를 신봉했던 성전기사단의 후예들과 관련한 사건을 주인공이 실제 목격한 내용과 그 목격과 관련한 상황까지 주인공이 접근하게 되는 회상 내용을 허구의 창작으로 서술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주인공이 과거의 내용을 회상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실제로 주인공이 배경으로 취하는 시간적 범위는 2일 정도인 거 같습니다. 소설이 핵심인물은 주인공 카소봉, 동료 벨보 및 디오탈레비입니다. 출판사 편집인인 벨보와 디오탈레비는 주인공 카소봉과 어떤 주제 관련한 책의 출간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으로 보이고, 그들의 출판사 사장의 제안으로 카발라와 성전기사단 관련 책의 출판을 준비하는 데 그 과정에서 점차 성전기사단의 핵심 핵심 사상으로 근접하게 되고, 결국 그들이 수 많은 시간을 들여서도 파악하지 못했던 지자기류에 대한 거짓정보를 제공하게 되면서 발생한 사건을 구성한 내용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계획]이란 명칭으로 말이죠. 책의 제목 푸코의 진자는 그러한 지자기류 관련 사실을 확정하는 데 측정장비 역할로만 사용되어 엄밀히 따지면 책의 제목으로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듯 한데, 아무튼 그것은 책을 다 읽어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니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구의 자전을 측정하는 푸코의 진자는 프랑스 국립공예원에 설치된 것으로 소설에 설정되어 있어 회상 내용을 제외한 핵심 공간적 배경은 따라서 국립공예원입니다. 나머지는 주인공 카소봉이 사라진 벨보의 행적을 찾아내기 위해 찾아간 벨보의 작업실 또는 집이 될 거 같습니다. 카소봉이 벨보의 행적을 찾아내는 결정적 단서를 벨보의 컴퓨터에서 벨보가 작성한 문서를 통하여 확보하는데, 그 과정에서 벨보의 글을 매개로 카소봉이 과거의 회상내용이 복잡하게 시점 구분없이 등장하게 되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카발라, 은비주의, 성전기사단 등 다양한 내용이 등장하여 내용이 헷갈려 따라가기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유대교 신비주의 관련한 세피로트의 나무로 소설의 장을 구분한 것인데, 그래서 소설의 처음 시작은 세피로트 나무의 최 상단 항목인(세피라) 케테르(왕관)가 되고 마지막은 말후트(왕국)이 됩니다. 각각의 세피라와 관련한 내용으로 내용 구성이 된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만, 배움과 지식이 부족하여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합니다.



 



 각각의 세피라로 구분되는 장은 또다시 소절로 구분되는데, 각각 절의 시작은 반드시 어떤 책들의 인용구로 시작되며 그 인용구는 각 절의 소설내용을 핵심으로 요약하는 내용으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책이 상중하로 나뉘어 총 10개의 세피라로 구성되므로 각 세피라에 포함된 많은 절에 맞는 책이 인용되어 있어 저자의 탁월한 기억력 또는 구성력을 느끼게 되는데, 인용구의 선정이 먼저인지 내용을 서술하고 맞는 인용구를 찾은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인용구의 원저는 수백년 전의 책도 있고, 근래의 책도 있으며 소수의 중복이 있지만 거의 다른 책에서 인용되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책의 전체적 구상을 세피로트의 나무로 구성하고, 소설의 내용에 맞는 인용구를 기억해 붙였다면 정말 대단한 기억력 아닐까요? 아니면 각각 인용구를 찾아 넣은 것이라면 엄청난 노력과 독서량이 필요했을 것이고요. 무엇이든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탁월함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겠지만 말이죠. 결말로 치달아가는 저자의 탁월한 서술력도 대단합니다. 책은 공예원에 카소봉이 잠복하는 상황묘사로 시작해 결국 하이라이트는 카소봉이 목격하는 어떤 사건을 묘사하는 내용이며, 마지막은 결국 그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절망적이라고 봐야 할 듯 한데)에 대한 서술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퇴마록이 생각났습니다. 수준차이야 하늘과 땅차이겠지만, 구성방식이 많이 흡사한 것이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저자가 관련한 엄청난 자료를 바탕으로 끌어다 인용한 것이나, 유럽의 유대교와 한국의 불교의 밀교적 요소를 내용으로 구성한 것이나 미스테리 추리적 서술 등이 그런 거 같습니다. 국내에서 퇴마록은 단기간 소모되고 말았지만, 푸코의 진자는 고전으로 끝까지 살아 남을 것은 너무도 커다란 차이일것이니다만...



 



 마지막으로 주인공 카소봉을 비롯한 세명의 주연이 만들어 낸 그 [계획]에 대하여 카소봉의 연인인 리아가 평가한 부분을 원문 그대로 옮겨봅니다. 저자 에코가 말하는 내용이겠다 싶었고, 벨보는 결국 이런 내용을 몸으로 품어 죽음으로 실천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또한 마지막에 카소봉이 읽어냈다고 봅니다.



 



‘당신네 계획은 전혀 시적이지 못해. 못 봐줄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다고. 호메로스를 읽는다고 해서 트로이아에 불을 지르러 가는 사람은 없어. 호메로스와 더불어 트로이아의 불길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어떤 의미를 획득했어. 그럼에도 일리아스는 세월을 견디면서 불후의 명작 노릇을 할거야. 왜? 일리아스는 명쾌하고 투명하니까. 그러나 당신네 장미 십자단 선언문은 명쾌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아. 악의 과장이 난무하는 밀약에의 초대일 뿐이지. 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찾아내고 싶은 것을 여기에서 찾아내면서 이 밀약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린 까닭이 여기에 있어. 호메로스에게는 비밀이 없지만 당신네 계획은 비밀과 모순투성이야. 바로 이 때문에 당신네들은 이 비밀과 이 모순과 자기네들을 동일시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불건전한 사람들을 무수히 찾아낼 수 있었던 거라고. 제발 이제 그만 던져 버려. 호메로스는 속임수를 쓰지 않았는데 당신네 삼총사는 무수한 속임수를 써왔어. 속임수를 조심해야 해. 자꾸 쓰면 사람들이 믿어 버린다고. 사람들이 발모 고약 장수를 믿는 거 당신도 알지? 그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발모 고약 장수가 앞뒤가 안 맞는 진실을 줄줄이 꿰어 맞추고 있다는 것, 논리적이지 못하는 것, 솔직하게 떠들어 대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 하지만 사람들은 신은 신비롭다, 신의 뜻은 측량할 길 없다는 말을 자꾸 들으면 모순을 신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믿게 돼. 당치도 않는 것을 두고 기적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믿게 돼. 그런데 당신네 삼총사는 발모 고약을 발명했어. 싫어. 고약한 장난이라고...’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23.04.26

댓글 1

  1. 대표사진

    moonbh

    작성일
    2022. 1. 5.

makiabelly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6.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6.3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5.25

    좋아요
    댓글
    10
    작성일
    2025.5.25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4.28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4.28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사락공식공식계정
    작성일
    2025.6.4
    좋아요
    댓글
    56
    작성일
    2025.6.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2
    좋아요
    댓글
    132
    작성일
    2025.6.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5
    좋아요
    댓글
    102
    작성일
    2025.6.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