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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osoda
- 작성일
- 2020.10.28
핫토리 씨 가족의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
- 글쓴이
- 핫토리 고유키 글,그림/핫토리 분쇼 글/황세정 역
더숲
한때 자연인이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던 적이 있다. 삭막한 도시에 살면서 삶에 지치고, 도시의 냉혹함에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자연으로 돌아가서 아픈 마음을 달래고,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도시에서의 시간과 인생을 되돌아본다는 컨셉에 특히 중년의 남성들이 열광했다. 그만큼 자연속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그런 열망을 가진 사람들의 페르소나로서 자연인이 등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자연인은 산속에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놓고 자신만의 룰대로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살아간다. 그런 자유를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자연인의 인기 비결이 꼭 그것뿐일까? 의외로 많은 남자들이 스스로 먹을 것을 재배하거나 채취해서 살아가는 것에 로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남자아이들은 로빈슨 크루소와 15소년 표류기 같은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나만의 왕국에서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고, 혼자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면서 살아가는 자연과 야생에의 도전은 인간의 유전자에 세겨진 본능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베어그릴스의 오지탐험이나 정글의 법칙 같은 방송이 인기 있는 것도 그런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야생에 도전하고, 모든 상황을 스스로 지배하려는 욕구. 그것이 사람들을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라 본다.
그러나 자연인을 동경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야생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런 꿈은 방송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데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아니 그런 사람이 대다수일거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촌놈이 야생에 적응한다는 것은 홀로 방치되고, 도태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연으로 돌아가겠다며 무턱대고 갈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요즘은 캠핑이나 낚시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 같다. 극기 훈련을 하듯이 탠트를 짊어지고 자연속에서 야생에 동화하고 교감하며 그 시간을 즐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릴 적 꿈꾸었던 모험인 것이다.
물론 캠핑은 진짜 야생에서의 서바이벌 생활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진짜 서바이벌 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과연 진짜 로빈슨 크루소의 생활은 어떻고, 그 생활은 우리가 기대한 것만큼 즐거울지, 아니면 우리가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힘들지,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서바이벌 등산가인 저자가 야생과 도시의 접점에서 ‘샐러리맨 사냥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다루고 있다. 서바이벌 등산가란 장비와 식량을 최소화하고, 식량을 현지 조달하며 장기 산행을 떠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베어그릴스 같은 사람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서바이벌 등산가인 아빠와 그 가족이 도심에 살면서 서바이벌 수렵생활과 도시 생활을 병행하며 겪게 되는 일상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자연인들처럼 세상을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글의 법칙처럼 야생과 도시를 딱 구분해놓고 이분법적인 이중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다. 직접 사슴을 사냥해서 집으로 가져와 해체하기도 하고, 집 정원에서 닭을 키우는 등 도심의 집에서 야생을 구현하고 문명과 야생이 어울어진 이른바 샐러리맨 사냥꾼이란 기묘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보통 이런 생활을 하면 가족들의 반대가 극심할텐데 저자의 가족들은 이런 기묘한 생활에 만족하고 그것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아내가 이 책의 공동저자로 참여하고 있었다.
저자인 핫토리는 정확히는 사냥꾼이다. 처음엔 야생에서 생존을 하는 서바이벌 등산가로 출발했는데 어느날 수렵 면허를 획득하고 사냥꾼 특성으로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었다. 그 전까진 아이들과 낚시를 하러 가거나 강으로 가재를 잡으러 가는 수준이었는데 수렵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수렵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낚시와 수렵의 생활은 크게 차이가 난다. 수렵을 시작한 이후로 사슴을 잡아와서 집 한켠에서 해체하고 사슴고기로 구이, 피자, 조림, 카레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얼마저나지 숲에서 뛰어다니던 사슴 고기에는 공장형 축산 시설에서 대량 생산되는 값싼 고기가 가지지 못하는 사슴의 시간과 이야기가 느껴진다고 한다.
사냥을 해서 잡은 동물을 해체하고 사슴, 멧돼지, 뉴트리아 등을 잡아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기도 하고, 아이들도 그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게 되면서 살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차피 살아있는 생명을 죽여서 먹는다는 행위는 똑같지만 돈을 내고 사먹는 돼지, 소, 닭고기는 이미 아는 맛이라 익숙한 맛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잘 손질되어 포장을 해놓았기 때문에 해체작업을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덜 수도 있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였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나 대신 누군가가 죽인 동물을 먹는 것과 내가 동물의 생명을 받는다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된다. 살생이라는 개운치 않은 기분에서 벗어나서 죄책감없이 마음껏 고기를 먹는다는 것에서 우리도 만들어진 고기에 길들여진 가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사슴과 멧돼지를 잡아 손질하고, 닭을 키우고, 낚시를 해서 생선을 먹고 서바이벌 등산을 하는 등 야생의 생활을 병행하면서 저자와 가족들은 생명에 대해 배우고 느끼게 된 것 같다. 다른 생명으로 생명을 이어나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고, 알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 음식물 쓰레기로 닭을 키우고 닭이 알을 낳는 자연의 선순환구조 등 책에서만 보았던 자연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고 먹고 그 속에서 살아가묘 인간도 자연의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커다란 깨우침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은 그렇게까지 자연에 순응하며 살기보단 해외여행이나 에어컨을 사자는 등 문명의 혜택을 더 바라지만 자연과 함께 하며 생명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온 아이들의 시각은 꽉막힌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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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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