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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osoda
- 작성일
- 2021.6.29
철학의 대답들
- 글쓴이
- 사이먼 크리츨리 외 1명
북캠퍼스
보통 철학책은 이름난 철학자별로 그들의 사상을 소개하거나 혹은 철학사의 연대기별로 철학자나 철학사상을 나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철학이 어떻고, 중세철학의 특징은 어떻다느니 17세기 철학자는 누구가 있느냐는 식의 구성이거나 테스형은 뭐라고 말을 했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은 무엇이며, 칸트와 니체의 이론을 현재 우리의 생활에 대입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식으로만 철학을 배워왔다. 보통 어느 한 시대의 철학을 소개할 땐 당시의 주류 학파나 많은 영향을 미친 이론 위주로 설명을 하게 되므로 어떤 특정한 한 가지 주제별로 설명하기보단 주류 이론과 관련된 전체적인 개념으로 설명하기 마련이다. 그런 식의 연구는 시대별 대표적인 철학자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사상이 무엇인지 계보도 조금은 알 수 있지만 반대로 어떤 하나의 주제가 철학사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어 왔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그런 식으로 뒤집어서 보려면 우선 기본적으로 각 철학자들의 사상을 시대별, 인문벼로 줄줄 꿰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역으로 하나의 명제 아래 정렬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철학에 정통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철학의 대답들]은 10가지 주제별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소크라테스, 플라톤 같은 고대 철학자부터 앨빈 플랜팅가, 알랭 드 보통 등의 현대의 네임드 철학자들까지 철학사의 연대기별로 관련된 철학 개념들을 정리해본다. 삶, 인간, 지식, 언어, 예술, 시간, 자유 의지, 사랑, 신, 죽음 등의 가장 철학적이며 근원적인 10가지 주제에 80명의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철학의 핵심과 흐름을 살피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보통은 시대별로 대표 철학사상과 철학자들을 정리하다보니 이 책처럼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철학적 가치와 해석의 변화를 이해하는 시도는 잘 없었기 때문에 작은 변화지만 굉장히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인데 주제별로 각 철학자들의 여러 사상을 소개하고 있어서 이전의 철학자들의 생각과 어떻게 다르며 그런 차이점은 어디에 기인한 것인지, 각자 무엇을 전제로 철학적 사유를 하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어서 서로의 주장 속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볼 수도 있고, 여러 다양한 관점으로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다.
각 장의 앞에 시대에 따라 주류 학파나 철학 사조별로 해당되는 주제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연표가 나와있어서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 철학자들부터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의 여러 철학사조에 이르기까지의 변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제마다 8명의 시대별 철학자들을 소환해서 철학자의 일생과 철학적 사상과 이론, 배경 등을 간략하게 알아보는데 핵심적인 내용만 축약해서 소개하고 있어서 내용이 너무 깊어지거나 복잡하지 않은 선에서 정리하고 있다. 주제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각각 시대별로 한명씩의 철학자들을 강제할당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대의 철학자들 대신 근현대의 철학자 위주로만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80명의 철학자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한 명의 철학자는 하나의 주제 내에서만 다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주제와 관련하여 어떤 철학적 사유를 했는지는 자세하게 다루어지지 않아서 아쉽게 느껴진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에로스, 아가페, 필리아, 스트로게의 종류로 구분했다. 각각 성적인 사랑, 신과 사람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가족 사랑을 뜻한다. 이후 플라톤은 성적 사랑을 초월적 미에 대한 사랑과 연결하고 고유한 기능이 최상으로 발현된 상태를 선의 이데아라고 말했다. 즉, 미는 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가 주류가 되자 기독교에서는 최고 사랑이 신에게 돌아가려는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후 낭만주의 시대에는 예술가와 철학자들은 열정적이고 좌저된 사랑을 강조했다. 그야말로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해석이다. 이때의 사랑의 핵심은 정열이었다. 그러나 비관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쇼펜하우어는 사랑은 단순히 아이를 낳기 위한 본능적 욕구로 생각하였다. 사랑은 생존을 위한 충동이며 때로는 고통과 좌절에 직면한다고 생각했다.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사랑은 느낌 이상의 무언가로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상호 의존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였고, 신실존주의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서 사랑은 자신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형성시켜 주는 타자와의 친밀감이라고 말했다. 21세기에는 겸손한 사랑이 미덕으로 말해진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확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우리의 감정적, 동기적 자원들에 공을 들여 성숙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사랑이라는 하나의 테마에 대해서도 시대에 따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가치로 인식하는지는 전부 다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철학적 가치에 대해 비교해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다. 다만 앞서 말한대로 각 시대별로 한 명 이상의 철학자들을 강제 할당하여 시대별 사유를 모두 보는 것이 아니라서 세부적인 철학적 이론과 시대적 배경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한 명의 철학자는 하나의 테마에 대해서만 소개되고 있으므로 다른 테마에서는 그 철학자의 사상을 들을 수가 없는 것도 역시 아쉽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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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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