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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osoda
- 작성일
- 2021.10.31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글쓴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열린책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일명 상절지백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첫 작품 개미에서부터 최근작 문명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책 속의 책으로 베르베르의 팬이라면 굉장히 친숙한 이름이다. 상절지백은 베르베르가 청소년 시절부터 노트에 기록해둔 기록물에서 출발한다. 베르베르는 13살때부터 어딘가에서 들은 깜짝 놀랄 이야기,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이야기 등을 하나씩 노트에 써내려갔고, 성인이 되면서 그 기록물은 좀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 노트에 적힌 지식들은 이후 베르베르가 소설을 쓸 때 이야기를 구성하는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기반이 된 것 같다. 개미에서부터 백과사전이 들어가 있는데 소설에 쓰여진 내용을 추가로 상세하게 설명을 하는 마치 각주와 같은 역할을 하거나, 아예 소설 속에서 상절지백이 언급되며 이야기 속에 녹아들거나 그 자체가 스토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며 독자들에게 그 이름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96년에는 아예 개미에 첨부됐던 상절지백이 하나의 독자적인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상절지백은 이후의 작품인 신, 제3인류, 죽음에 등장했던 내용들이 추가로 들어간 개정증보판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많은 정보들이 추가로 들어간 만큼 초판 백과사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책의 두께가 일단 어마어마하다. 책은 백과사전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매우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가 담겨 있는데 상상력을 촉발하는 이야기, 수수께끼와 미스터리, 생물학, 역사학, 신학, 문학, 연금술, 형이상학, 공학,미술, 수학, 신비신학, 현대 서사시, 처세 등 과학적 사실과 신화적 허구를 넘나들며 여러 분야의 다양한 지식을 담고 있다. 아무래도 베르베르 작가의 개인저인 취향과 성향이 들어가서 그런지 다루고 있는 내용이 예사롭지는 않다.
얼마전 알쓸신잡이나 지대넓얕 같은 방송이 인기를 끌었는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전문적이고 유용한 지식이 아니라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식을 굳이 깊게 알지 않더라도 살짝 수박겉핥기로 맛만 보자는 식의 지식탐구법이 유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지식 자체가 사는데 실질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런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세상을 보고 새롭게 읽는 색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하고 색다른 지식과 정보를 아는 건 중요하고 그래서 그런 다양하고 쓸데없는 지식에 관심을 가지는 것인데 상절지백은 이런 포맷의 시조새 같은 위치에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상절지백은 그야말로 잡학다식한 정보를 모아놓은 잡학사전으로 평소에는 접하기도 어렵고,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종류의 독특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다.
여기서 그런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세상을 보고 새롭게 읽는 색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데 상절지백은 단순히 여러가지 정보를 담아놓은 지식의 집합인 백과사전, 용어집이 아니라 다소 생소하거나 비일상적인 지식을 접하며 세상을 평소와는 다르게 생각해보고, 베르베르의 해석이 더해지며 기존에 알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게 각도를 달리해서 볼 수 있게 된다. 베르베르는 그의 소설 속에서 평면적인 시각과 해석을 벗어나서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생각할 것을 끊임없이 강조했는데 베르베르의 그런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각의 밑바탕이 되어줬던 것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던 지식들이었고, 우리도 그것을 통해 베르베르와 같은 상상력과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의 제목부터 상대적이며 절대적이라는 모순된 단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자들이 책을 통해 제각각 다른 의미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제목을 만들었다고 한다. 예컨데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르게 해석하게 되는데 마치 그런 식으로 세상의 지식이란 사람에 따라 다 상대적으로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고유의 절대적 의미가 동시에 공존하고, 개인으로서는 자기만의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그 상대성 속에서 어떤 절대적 의미를 찾아내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책은 가장 먼저 죽음, 땅울림, 초소형 인간이라는 테마로 관련 지식들이 소개되고, 그런 다음 출간된 소설의 역순으로 제3인류, 신들의 신비, 신들의 숨결, 우리는 신, 천사들의 제국, 개미혁명, 개미의 날, 개미, 그리고 마지막 기타의 순으로 진행되며 각각 소설에 등장했던 상절지백의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들어있다.
기본적으로 베르베르의 소설에 직접적으로 언급이 되거나 영감을 준 내용들이라서 여기 나오는 정보들을 잘 꿰고 있으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을 때 소설의 내용이나 그 의미하는 바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용 중에는 어릴 적 문방구에서 500원에 팔던 미스터리나 기묘한 이야기, 신화와 같은 꼬꼬마들의 시선을 사로잡던 신비한TV서프라이즈스러운 내용들도 많아서 묘한 관심을 끌게 한다. 또 흥미로운 역사적 이야기도 들어있고, 지극히 과학적인 이야기나 여러가지 심리실험의 결과물, 그리고 동식물들의 생태특성까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잡학다식한 이야기가 수없이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다. 그중에서도 중간중간 베르베르의 메모처럼 개인의 의견이나 생각 혹은 비평을 적어놓은 내용도 많이 섞여 있는데 그런 것들이 책의 엑기스라고 생각한다. 여타의 백과사전처럼 딱 있는 사실과 팩트만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 베르베르 개인의 의견이나 인상비평 같은게 많이 첨부되어 있어서 그런 메모를 통해 베르베르식 상상력과 사물을 보는 시각을 배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책은 굉장히 두껍고 다루고 있는 지식과 정보도 굉장히 많다. 그런 내용을 전부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보인다. 그리고 솔직히 책에 나오는 그런 지식을 알고 있다 한들 살아가는데 그 지식과 정보 자체가 큰 도움을 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앞서 계속 말했듯이 평소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현실을 깨는 아이디어와 일상을 벗어나는 상상력과 생각으로 고정된 생각의 틀을 벗어나는데는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모두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백과사전이라는 이름답게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와 지식, 조언들도 많이 있어서 여러모로 굉장히 유용하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다보면 항상 새로운 지식과 상상하지 못했던 베르베르식 아이디어를 얻게 될 것 같다. 딴걸 다 떠나서 베르베르의 팬이라면 이 책은 무조건 소장각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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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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