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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osoda
- 작성일
- 2022.1.6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
- 글쓴이
- 조재면 저
블랙피쉬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 문화라는 것은 나름 힙한 것으로 취급되어졌다. 정식으로 수입되지도 않은 영화, 애니, 게임들을 구해서 즐기고, J-pop을 듣고 잘 나가는 애들은 소위 니뽄필이라는 일본식의 패션을 추구했었다. 당시만 해도 일본 문화는 한국보다 앞선, 뭔가 쎄련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이야 완전히 역전된 상태지만 당시에는 일본 문화가 전 세계를 뒤덮었던 시절이었다. 꼭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일본에서 들어온 노래방 문화, 왕따라는 사회문제를 가져온 이지메 문화 등 한국 사회는 알게 모르게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꼭 문화적인 측면 이외에도 한국은 일본의 전후 경제발전 모델을 차용하여 일본과 비슷한 형태의 경제성장을 따라가고 있어서 일본은 여러모로 한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선행지표처럼 말해지기도 한다. 즉,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흔히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이 쉽게 일본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일본 여행이 단절됐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에 가장 많은 돈을 퍼주며 일본을 먹여살리던게 한국 관광객이었을 정도로 일본에 많이 갔었다. 이처럼 과거보다 훨씬 일본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트랜디한 일드를 보고 현지 맛집에서 줄서서 라멘을 먹는 것으로 일본의 속사정을 알지는 못한다. 한국의 젊은 사람 중에는 일본을 찬양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들은 주로 한국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이나 여러 사회문제 등을 이유로 일본에 가서 살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그럼 일본은 그런 일이 없을까? 일본에 대해선 겨우 일드와 맛집 구루메 여행에서 접한 것이 전부이면서 일본의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현재 우리가 일본에 대해 아는 지식은 상당수가 놀고, 먹고, 즐기는 쪽에 편중되어 있다. 편식도 이런 편식이 없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뜻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지만 깊이 들어가면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다는 뜻이겠지만 일본에 대한 정보를 편식해온 우리는 깊이 들어갈 것도 없이 일본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훨씬 더 많고, 그런 것을 안다면 실제로 더 가깝게 느껴질지 더 멀게 느껴질지 알 수 없다. 진짜 일본을 알기 위해서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일본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본이라고 하면 과거의 문제 때문에 괜히 불편하게 생각되고,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혹은 일본을 더 즐기고 싶고, 가깝게 받아들이고 싶지만 역시 어딘지 꺼림직한 길티 플레져로 느껴지는 경향도 있다. 이런 편견도 버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일본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는 일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30가지 테마로 일본을 톺아보는 형식의 책이다. 법, 정치·경제, 사회, 문화의 네 영역으로 나누어서 현대 일본을 소개하고 일본인을 이해할 수 있는 썰을 풀어놓는다. 여기서 현대 일본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본에 대한 키워드, 담론 등은 이미 10년 전의 정보라고 한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일본을 소개하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때 채에서 봤던 내용들이 최근까지도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우리는 일본에 대한 정보를 편식하고 있는데 이런 책에서 소개하는 주제 자체부터 굉장히 한정적이고 편중되어 있어서 다양한 테마와 여러 관점으로 일본을 이해하는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같은 한국사람일지라도 기성세대들은 MZ세대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겨우 10년의 차이만으로도 세대간 문화적 거리감은 엄청나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만큼 아무리 일본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최신의 문화와 사회적 이슈를 계속 갱신해주지 않으면 현대의 일본의 문화를 따라가기가 힘들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바로 지금의 일본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가장 생동감있게 일본사회를 두루 경험할 수 있어서 일본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겐 상당히 도움이 된다. 특히 일본의 법과 정치·경제라는 편식하기 좋은 테마도 충실하게 다루고 있어서 일본 사회 전반을 두루 알 수 있게 구성한 것도 매우 좋다.
박근혜 덕분에 지금은 아주 유명해진 한국의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반면 일본의 헌법 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지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국민이 주권을 가지지만 일본은 천황에게 있다는 것이다. 천황이 아니라 일왕이라는 호칭을 쓰고 싶지만 일본의 입장에서 설명을 하는 것이라서 부득이하게 천왕이라고 쓰고 있지만 아무튼 일본은 2차대전 이전까지는 천황을 신으로 하는 천황주권사회였는데 20세기 초부터는 천황은 구가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헌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한다는 천황기관설이 새롭게 등장했다고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둘다 한심한 소리지만 그나마 천황기관설이 조금은 진보한 개념인데 민주주의 운동이 일어나면서 이 천황기관설이 탄압을 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천황은 신인데 무슨 기관이냐는 비난이었다는데 일본인들의 천황에 대한 개념은 한국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일본은 정치 후진국이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정치가 세습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인데 정치가 세습되는 것은 그야말로 물이 고이고 고여 고인물이 썩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능력도 없이 단지 아버지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식도 정치를 하게 되다보니 펀쿨섹좌 같은 애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일본 정치에서는 지반, 간반, 가반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세습 정치인들은 지역후원회를 그대로 물려받아 지역 기반을 쉽게 다질 수 있고 다른 후보보다 인지도가 높으며, 후원회를 통해 자금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게 되므로 정계 진출이 상대적으로 훨씬 쉬워진다. 아빠찬스를 제대로 쓰게 되는 셈이다. 일본 현대정치사에서 세습 정치인이 아닌 수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데 그래서 지반, 간반, 가반이 없는 스가가 총리가 된게 큰 사건이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초라하게 물러났지만 말이다.
일본 얘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버블이야기가 나온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해지는 장기 불황으로 일본의 문화와 사회도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한국도 현재 일본과 비슷한 불황의 늪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버블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에는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일본에 먼저 있었던 것 같다. 땅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토지신화는 197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건실한 제조업 회사가 부동산업에 뛰어드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주력 업무에서는 큰 손해를 봐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살아남은 사례도 있다고 하니 일본도 부동산쪽이 현재 우리만큼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지금 한국의 부동산 상황은 일본의 버블 때와 비슷해보인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평범한 노동자들은 내집마련의 꿈은 어려워졌고 도쿄의 토끼장 같은 작은 집도 사기 힘들어졌다. 부가 골고루 분배되지 않아서 자본이 자본을 벌어주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정부는 뒤늦게 부동산을 규제하고 금리를 인상시켰고 버블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꼭 지금의 한국의 상황과 같다. 말하자면 지난 정부 때 미리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빚내서 집사라는 이상한 정책으로 폭탄돌리기를 하며 대처가 늦었기 때문에 지금의 최악의 부동산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욕이란 욕은 현정부가 다 먹고 있는 상황. 더불어 일본의 국채 문제도 한국의 경우와 연결시켜 생각해볼만하다. 일본 정부의 빚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데 왜 국채 발행이 증가했는지 여러가지 이유를 설명해 놓고 있는데 단순히 버블 때문만이 아니라 인구 구조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일본처럼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한국 역시 이런 점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라서 일본을 다루는 책도 자주 읽었지만 대부분이 문화적인 것을 소개하는데 편중되어 있었고, 사실 일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일본의 즐길거리와 문화생활, 그리고 여행에 관련된 것들에만 관심을 가지는 측면이 있는데 그나마도 그런 정보들이 10년 전의 정보라니 그동안 너무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에는 문화적인 내용외에 정치, 경제, 사회 등 그동안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내용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상당히 새롭게 느껴졌다. 정치, 경제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어려운 정치공부 경제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라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일본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어서 재미도 있고 일본에 대한 지식이 한단계 업된 느낌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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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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