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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osoda
- 작성일
- 2023.7.4
한국현대사 다이제스트100
- 글쓴이
- 김은식 저
가람기획
지금은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우리 또래가 학교 다닐 때는 역사 시간에 한국현대사에 대해 그다지 많이 배우지 않았다.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이라는 워낙 추잡하고 악독한 독재자들이 계속해서 정권을 잡고 있다보니 자신의 독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의 현대사를 조작하고, 왜곡하고, 은폐하면서 사실상 공교육에서도 한국현대사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내 또래는 한국의 현대사를 있는 그대로 배울 기회를 놓쳐버렸고, 그런 한국 현대사의 무지는 정치 무관심이나 정치혐오의 형태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한국의 현대사는 학교 역사시간에 배웠던 것보다 졸업 후 영화나 드라마 같은 2차 창작물이나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관련 역사를 많이 접하고 있다. 그리고 2차 창작물이나 유튜브에서는 유명한 큰 사건 위주로만 다루고 있어서 단편적인 역사적 지식만을 얻는 경우가 많고,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각 사건 간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 같은 것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한국사람이면서도 한국 현대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한국현대사 다이제스트100]는 1945년 8.15 광복 이후부터 20대 대선이 있었던 2022년까지 77년간의 격동의 한국 현대사 중 의미있는 100가지의 결정적 장면을 골라서 한국의 현대사를 살펴보는 역사서이다. 일단 이런 역사서는 글을 쓰는 사람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 내용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말하자면 엄연한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놓고도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의 시각을 가지고 그 사건을 바라보고 자신의 입장과 위치에서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고 비판하면서 역사를 왜곡시키고 사실과는 다른 잘못된 평가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념적으로 극단을 달리는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상황 속에서는 그런 경우가 상당히 많다. 진보 보수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교과서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현대사 다이제스트100는 가급적 그런 성치적 성향이나 이념은 배재한채 꽤나 중립적인 입장으로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를 기술하고 있어서 이념과 성향에 따라 역사를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으로 지난 한국의 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생각보다 한국 현대사를 많이 알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떤 역사적 사건에 대해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그 차우의 문제이고 우선 언제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의 전후 맥락을 아는 것이 필요한데 생각보다 많은 사건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아무리 현대사를 모른다고는 해도 해방 이후 100가지 정도의 큰 사건이라면 대부분 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는데 모르고 있는 사건들도 몇 가지가 언급되고 있어서 새삼 한국 현대사에 많이 무지하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서 모른다는 의미는 아예 처음 들어본 사건들도 있었고, 고유명사처럼 사건의 명칭은 들어봤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건지 혹은 그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렇게 한국 현대사를 연대기순으로 쭉 훑어가면서 중요한 사건들을 되짚어보는 작업이 상당히 의미있다고 하겠다.
책에서 꼽은 결정적 100가지 사건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져왔는데 아무래도 정치적인 사건이 좀 많아 보인다. 그건 실제 정치이야기가 많은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꼭 정치권에 속하는 사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의 문제가 정치와 결합하면서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정치적으로 확장되어서 사건이 다루어지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오래전 사건들은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사건의 개념이나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해방이 되던 45년부터 80년대까지 35년간의 사건이 대략 반을 차지하고 90년대와 21세기의 사건들이 나머지 반을 이룬다. 생각보다 2000년 이후의 사건들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최근의 사건들은 직접 그 사그 역사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보고 들으면서 비교적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이전 사건들을 더 많이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특이하게 모든 회차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다 언급되어 있는데 선거가 치뤄졌던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사회적 환경, 의미 등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서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상황이나 선거를 통해 벌어진 시대적 배경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앞서 사회, 경제 등 다른 영역의 사건이 정치와 결합하여 정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정치적으로 다루어진다는 말을 했는데 말하자면 사회, 경제, 문화적 사건 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시의 정치상황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다. 혹은 다른 영역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마무리가 되는지 혹은 어떻게 확장되어갔는지 등을 알 수 있고 또는 선거가 이후 벌어진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그런 것들도 알 수 있기 때문에 해방 이후 한국정치의 맥락을 짚어본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하고 좋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정치의 비중이 높은 반면 문화, 예술, 체육 분야는 2002년 월드컵과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외하면 전혀 언급이 되고 있지 않아서 그점은 좀 아쉽다. 물론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히트가 세월호와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해방 이후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화적 포인트는 적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문화 예술 분야의 중요한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서라도 언급하면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그리고 책 속에는 노무현, 세월호, 광주, 양주 여중생 압사 같은 아픈 이름들도 많이 보여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실 노무현이나 광주, 세월호 같은 건 아직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어서 이런 사건들은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라고 하겠다. 국가적 비극을 다루고 있고 이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이런 사건들은 책에서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좀 더 주의깊게 읽게 되는데 내가 읽기에 거슬리거나 괜히 되도 않는 소리로 사람 열받게 하는 곳이 없다는 점에서 나름 중립적으로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하겠다. 최소한 극우적인 억지 주장 같은 건 언급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 같은 사건사고도 언급되고 있다. 사실 세월호도 형식적으로는 '사고'지만 이후 '정치'가 되어버린 케이스인데 성수대교는 어쨌거나 순수하게 사건사고의 영역이라고 하겠다. 성수대교를 설명하면서 삼풍백화점, 대구 지하철공사장 폭발 사고 등도 함께 거론하고 있는데 실제로 당시에는 다리 무너지고, 비행기 떨어지고, 여객선 침몰하고, 열차 전복되고 온갖 사건사고는 다 터졌었다. 사실 어느 사건이건 경악할만큼 큰 사건인데 그걸 성수대교 하나로 압축을 해놓은 셈. 책에는 이런 사고들이 당시의 "빨리빨리"문화가 낳은 참극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모든 사건이 김영삼 때 다 터졌지만 박정희 시절부터 잉태된 것이었다는 것도 깨알같이 지적하고 있다. 이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사건이나 태안 기름 유출 사건, 숭례문 방화 사건 같은 굵직한 사건 사고는 다 빠져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발생한 사건 사고들은 전부 빠져있어서 이태원도 언급이 되지 않고 있는데 솔직히 그동안 이런 사건 사고가 워낙 많아서 전부 언급하긴 어렵겠지만 어쨌거나 잊지 말아야 하겠다.
책을 보다보면 이것 말고도 더 중요하고 더 임팩트(?) 있는 사건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건 빠지고, 이건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데 들어가있는 것도 있다. 개인이 생각하는 사건의 중요도와는 당연히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꼭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사건만을 보려고 할 것이 아니라 아예 존재 자체를 몰랐거나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여겼던 사건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보면서 우리 현대사를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아무래도 77년의 역사를 100가지나 서술하려다보니 아주 자세한 설명이 되지 못하고 핵심적으로만 내용을 요약하며 설명하게 되다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분명 있을텐데 그런 사건은 추가적으로 검색해서 상세한 이야기를 알면 좋겠다. 이렇게 시간순으로 대한민국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하나씩 보니 참 수많은 일이 있었고, 격동의 시간이라는 말이 맞다고 느껴진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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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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