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 산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타인의 선택에 끌려 다닌다. 대한민국 질병 원인 1위가 스트레스라는데 사실 노동 환경 또는 노동의 강도의 문제가 아닌 ‘착한 아이 콤플렉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최서윤은 자신의 불만을 직설적으로 말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 순간 가지게 된 감정을 거리낌 없이 분출하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적극적인 돌직구를 던지는 것이지만 다르게 보면 이기적이며 또 다른 누군가를 착한 아이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자신의 불만을 효율적으로 제기하는 책으로 그 방향성은 분명하다. 자신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 그리고 이를 만든 사회, 마지막으로 남자다.

최근의 우리나라 페미니즘의 특성을 정확히 보여주는 책이라 하겠다. 최서윤 작가가 당했던 그리고 주변에서 당한 부당한 폭력에 대해 고발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만을 제기한다. 하지만 불만을 말할 때에도 기존의 가해자와 달리 ‘품격’을 갖추어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메갈’에 대해 논하는 장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미러링을 이야기하는 듯하면서 정작 핵심은 비켜간다. 우리가 ‘일베’와 ‘메갈’에 대해 분노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못 본 척하고 곁가지에 대해서 논한다면 과연 이것을 ‘불만의 품격’이라 할 수 있을까? 미러링은 대부분의 경우 옳다. 부당한 권력과 폭력을 상대방에게 되돌려 준다는 점 그리고 되돌려 받은 당사자는 최초의 피해자 이상으로 당황하고 분노하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메갈’의 미러링에 분노하는 것은 미러링을 가장한 또 다른 폭력 때문이다. ‘메갈’은 일베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언어를 남성에 대한 차별적 언어로 변환한다. 여기까지는 미러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말끝 어미마다 붙이는 ‘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베’에서 저지르고 있는 심각한 인격 테러를 메갈에서는 어떤 이유로 어미마다 ‘노’를 붙이고 이를 미러링이라 하는가? 여성에 대한 비하를 남성에 대한 비하로 바꾸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개인에 대한 비하를 미러링 한다면 오히려 반대로 개인에 대해 칭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작가 최서윤은 본인이 ‘메갈’ 논란에 휩싸였으며 본인은 ‘메갈’이 아니라 하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메갈’과 다르며 그들의 미러링이 어떤 부분에서 문제인지 정확하게 짚어주는 ‘불만의 품격’을 보여주었어야 한다.

책을 읽으며 한국형 ‘페미니즘’을 넘어 이퀄리즘에 대해 논하게 되길 기대하게 되었다. 특히 회의 시간에 ‘남자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상사의 말에 ‘고추’도 보여주냐고 되물었다는 것을 ‘불만의 품격’이라고 책에 남긴 최서윤 작가에게 묻고 싶다. 만약 여성에게 저런 식으로 성기를 가지고 희롱하는 상황이었다면 작가 최서윤은 ‘불만’이 아니라 ‘여성 인권과 폭력’을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상대가 남자이기에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소소한 잘못’ 정도의 취급을 하고 있다. 반성한다는 말 한마디에 성희롱을 해도 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성희롱을 하고 또 성희롱을 받아도 문제 삼지 말라. 가해자는 진심이든 거짓이든 언제나 반성을 하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