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은 내가 왕가위 감독과 홍콩영화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된 영화였다.

영화는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간과 공간은 같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 속 배우들이 서로 스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연결되는 스토리는 아니다.

두 이야기 속 남자 주인공들의 직업은 경찰이며 연인과 실연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첫번째 이야기 (금성무+임청하)

경찰 223은 (금성무) 실연의 상처를 떨쳐내기 위해 무작정 달린다.

체력이 안되서 금성무처럼 달릴수는 없지만 나도 헤어지고 가슴이 답답할때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원을 무작정 걷고 또 걸었던 것 같다.

자신의 생일이자 여자친구 메이(may)와 헤어진지 한달째 되는 5월 1일.

메이와 헤어진 만우절부터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매일 사모은다.

30통의 통조림을 다 샀을때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으면 모든 걸 잊기로 한다.

역시 그녀에게서는 연락이 없고 실연의 상처를 먹어 치우듯 파인애플캔 30개를 모두 먹어치운다.(속이 괜찮을까? ;;)

상심한채 술집에 간 223은 처음 술집으로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데 하필 들어온 사람이 마약 밀매업자인 임청하. 경찰과 마약 딜러.

223은 마약 밀매업자인 임청하와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해 쓰러진 그녀의 구두를 벗겨 닦아주고나서 호텔을 나선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꼭 기한을 적어야한다면, '만년 후'로 적어야지.

두번째 이야기 (양조위+왕정문)

캘리포니아 드림을 가지고 있는 숏커트의 상큼발랄한 패스트푸드점 점원 아비(왕정문)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언제나 똑같은 샐러드를 사가는 경찰 633을 (양조위) 남몰래 좋아하고 있다.

경찰 제복을 입고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나도 왕정문처럼 양조위에게 반해 버렸다!

급기야 633의 스튜어디스 전여친이 가게에 맡긴 이별편지와 열쇠 통해 스토킹(?)을 하기에 이른다.

633이 집을 비운 사이 몰래 집에 들어가서 (무단침입!) 전여친의 흔적을 지우듯 물건들을 하나하나 다 바꿔 버리지만 

633은 경찰이 이렇게 눈치가 없을수가 싶을정도로 둔탱이였던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속에 변화가 오고 새로운 사랑 역시 그렇게 찾아오는게 아닐까 싶다.

아비: 어디로 가고 싶어요?

633: 아무데나. 당신 가고 싶은 곳으로

영화에 울려퍼지던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이 정말 잘 어울리는 상큼한 에피소드였다.

두번째 이야기를 특히 좋아해서 수십번은 본것 같다,

양조위의 눈빛, 광동어 억양, 왕가위 감독 특유에 색감과 특이한 카메라 워크로 홍콩영화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1994년도 작이지만 25년전 영화라고 믿기지 않는 감각적인 영화로 도시에 사는 청춘남녀의 센티멘탈한 감성과 사랑을 느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