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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 작성일
- 2014.8.26
헤르만 헤세의 사랑
- 글쓴이
- 베르벨 레츠 저/김이섭 역
자음과모음(이룸)
사랑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였다. 그것도 세번이나.
본인 스스로도 자기는 결혼에는 뜻이없다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이 결혼을 하였다.
그는 위대한 작가임에는 틀림없을지 모르나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그는 빵점이었다.
그리고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내가 그런 철면피의 아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술가들은, 작가들은 히스테릭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경우가 무척 많다고 들어왔고 천재니까 그럴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너무나 헌신적이었던 아내 마리아에게 헤세는 해도 정말 너무한 사람이었다.
그의 히스테릭이 받아들여졌으니 누군가가 희생을 했으니 우리가 데미안 같은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거겠지~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리아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헤세의 뻔뻔함에 기가 질려서 그의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더이상 들지 않았다. 이런 사람의 책 안 읽어도 될 것 같아라는 생각.
잘 알려진, 위인이건 아니건 그의 작품이나 업적으로 이렇게든 저렇게든 알려진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
얼마전 나를 실망케 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프로이트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식구들, 직속식구는 물론 처가 식구와 주치의 가족, 심지어 기르던 개들까지 데리고 망명하면서도 친여동생들은 단 하나도 구하지 않았다.
그가 버리고 간 여동생들은.... 오빠의 연락만을 기다린채 유태인 수용소에서 죽어갔는데 말이다.
위대한 사람들의 인간으로써의 삶과 내가 몰랐던 뒷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서 업적 면에선 어땠는지 몰라도 알고 보면, 보통 평범한 사람으로썬 생각키 힘든 그런 생활을 한 사람들도 많았구나 하는 생각들이 든다.
헤세가 처음 결혼했던 마리아와는 아홉살 차이가 났다. 연상이었던 그녀는 늘 헤세에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헌신하였다.
세명의 아들을 낳고, 집안일과 정원일, 아이 보는일 모두가 그녀의 몫이었고, 헤세가 하는 일은 작품활동은 물론 주 업이긴 하겠지만 늘 가족을 피해다니는 휴식과 휴양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13여년 만에 그의 아내가 정신분열증 (맨날 치료받고 휴양하는건 헤세의 몫이고, 집안일 뒤치닥거리 아이들 돌보는 일은 모조리 마리아의 몫이었지만 그녀는 단 한번도 불평하지 않고 견뎌내었다. 그리고 자신과 아이들은 냉습한 기후속에 아파할 때도 따뜻한 남쪽에서 휴양하는 남편 옷가지를 챙기고 먹을 거리를 챙기고 그의 약을 챙기고... 읽다보니 참 부아가 치밀었다. 그렇게나 희생했는데 그녀의 아주 짧은 그 며칠의 휴양도 견디지 못한 헤세는 아내에게 쉽게 짜증내고 집안일 돌보는데 무책임해진다. 여태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증세로 휴양을 가자 그 짧은 찰나를 못 견뎌하고 그녀가 며칠 더 있겠다 하자, 그녀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문제가 있어 남편이 데리러 와주길 바라자, 오지 않는다. 도대체 마리아의 13년은, 아이들과 함께 한 그 헌신의 시간은 다 무엇이었을까?
아내 곁에서 다른 여성을 꿈꾸고, 정신과 주치의와는 동성애적인 감정을 느끼고, 늘 친구들과 휴양, 휴식 여행을 떠다니던 한량 같은 헤세는 아내의 헌신에 감사하기는 커녕 그녀와의 이혼이 다 그녀의 정신분열증때문이었다고 핑계를 대었다.
헤세가 직면한 문제는 언제나 똑같았다. 은둔자적 평화를 추구하는 그에게 가족은 창작과 사유를 방해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마리아와 아이들이 집을 떠날때쯤 그의 '남아있던 신경'은 거의 다 소진된 상태였다. 148p
자신의 위대한 위인전에도 아내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싣지 않게 한다.
뭐 자랑스러울 것도 없겠지만 나름 헌신했던 그녀들에게 그의 치졸한 행동은 너무나 상처되는 일들이 아닐수없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마음이 좀 풀렸다는 첫 아내 마리아에 대해서는 정신병에 대한 이야기만 싣게 하고, 두번째 아내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위인전이라, 그래 자신의 이야기만 포장이 되어 나와야 하는 법이겠지.
헤세는 집도 아이들도 적지않은 부담이었다. 그래서 헤세는 브루노(큰 아들)를 랑나우에 있는 보육원에 맡겼다. 193p
헤세는 크리스마스 축제를 아이들과 함께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는 디머스빌에 사는 화가 루이 무알리에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에마에게 부탁해놓았다. 195p
헤센느 마리아가 조만간 퇴원해 집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195p
브루너 박사는 마리아가 어려움에 부딪히면 병이 재발할 수도 있다고 해세에게 일러주었다.ㅎ ㅏ지만 해세는 이미 마리아와 헤어지기로 결심한 뒤였다. 196p
그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멜헨뷜베크로 돌아왔을때 헤세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마리아는 가을까지만 그 집에 머물수있었다. 헤세가 그집의 임대계약을 해지했기때문이다.197p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상태여서..
헤세에 대해 실망한 상태여서 자꾸 말이 곱게 나가지지가 않는다.
그러니까 여자들이란 어쩌고..하는 비난이 나가도 쓸말은 쓰고 싶다.
그러니까..아무리 천재 작가라도 이런 사람은 아빠 될 자격도 결혼할 자격도 없었더라는.
그렇게 극진할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더라는..
월급 받는 가정부의 의무와 잠깐의 유흥을 즐길 여자들과의 연애가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여인들에게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는것.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워졌다.
나로서는 이혼을 그리 서두를 생각이 없다네. 아내가 3년간 정신병을 앓는다면 자동적으로 이혼이 성립된다고 하니까 말일세. 지금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2년만 더 기다리면 되는거지.
1919년 10월 17일 몬타뇰라에서 헤르만헤세가 폴크마르 안드레아에게 보낸편지 220p
아버지는 항상 뒤로 물러나있었다. 난 그가 스스로 책임지고 행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브루노는 시골에 있는 화가 쿠노 아미에의 집으로 갔다...나는 예전에 머물던 교육 시설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마르틴은 그가 예전부터 종종 거처하던 수용시설에 들어갔다.. (세사람 다 헤세의 아들들이다.) ... 마르틴은 나이많은 수용자들 가운데 유일한 아이였다... 그리고 아버지때문에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고 그를 몰아세웠기때문이다... 하이너 헤세 221p
마리아의 심리 상태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그런데도 해세는 그녀와 동행하지 않았다. 뤼테에서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다 쓰러져가는 초라한 가옥과 정원, 작은 동물 농장이 있었다. 브루노와 하이너는 공부를 하기는 커녕 농장에서 혹사당하고 있었다. 게다가 함부르크에서 온 볼프강 브로크만이라는 청년이 하이너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당장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헤세에게 전보를 쳤다. 230p
자기 아이들은 방치하고 여자나 만나러 다니고, 술에 취해 농담이나 하고 있고..
너무 끔찍한 이야기들이었다. 아내의 정신병이 누구로 인한 발발일 것인지.. 읽어보면 누가 봐도 뻔한데.. 참으로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헤세 하면 그의 위대한 작품만 생각하고 작가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의 이면에 이렇게 희생된 가족들이 있었다니..
사랑하는 가족이 아닌 작품을 방해하는 양, 무시 당하고 배척당하고 나중에는 끔찍하게 여겨지는 존재가 되었다니.. 평범한 가정을 희망하며 사는 한 사람으로써 인간으써의 해세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헤세가 '싯다르타'를 낭송해주기를 기다렸다. 루트는 알리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헤세가 말했다. '너무 피곤해서 안되겠어요. 먼저 자러 갈게요.' 하지만 그는 전혀 아파보이지 않았다... 난 지금도 그날 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가 나를 혼자 내버려 둔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비난하지는 않았다.어쩌면 그건 천재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특권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헤세가 떠나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272p
어찌됐건 그는 다시 두번째 결혼을 하게 되었고, 20살 어린 루트와의 결혼에서, 아내는 남편과 평범하게 아침을 같이 먹길 바라는 편지(?)를 보냈으나 남편은 점잖게 거절을 했다 해야할까. 그리고 마흔이 넘은 그는 호텔에서 자살소동을 벌이기도 한다.
루트는 헤세를 '귀하신 거지'라고 놀려댔다. 그가 아무것도 책임지지않고 받는데만 익숙했기때문이다. 303p
루트는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한번도 같은 방을 써본 적이 없다. 정상적인 부부라면 으레 나눌법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우리는 침묵했다. 헤세가 명령하고 결정하면 난 따를뿐이었다. 311p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부부간의 관계가 이렇게 숨막힐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를 오랫동안 기다렸던, 어린 시절부터 그의 작품에 탄복해왔던 팬으로써의 니논이 세번째 부인이었다.
헤세가 천재인건 사실이었지만 대부분 경제적인 능력이 뛰어난 여인들과 결혼을 하였고, 또 결혼 역시 그녀들이 조르고 졸라 한 것들이긴 하였다.
그런데 헌신적인 첫번째 부인이었던 마리아, 그리고 짧게 끝나버린 두번째 루트, 마지막을 함께 한 젊은 아내였으나 남편의 비교에 힘들어했던 니논
세 여인의 결혼생활이 천재와의 결혼생활이어서 힘들었다고 봐야할지.
물론 천재라고 해서 결혼 생활이 다 이럴 거라곤, 사랑이 다 이렇게 힘들거라곤 생각하기 힘들겠지만
그녀들이.. 아이들이 감내해야할 충격이나 고통 등이 컸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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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