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여르미
- 작성일
- 20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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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안데르스 한센 저
동양북스(동양books)
핸드폰 없이 살 수 있는 사람.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적어도 내 얼굴보다 자주 들여다보는 게 핸드폰인 것 같다. 작은 엄지손가락 하나면 충분하다. 우리는 금방 지금 이곳을 떠나 다른 세계로 접속한다. 인스타든 블로그든, 페이스북이든 트위터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냥 늘 접속해 있다. 그렇게 핸드폰은 나의 일부가 되어간다. 심장이나 뇌처럼. 폐나 위처럼. 숨 쉬고 먹고사는 데 꼭 필요한 장기가 되었다.
이제 이것 없인 살 수 없다.
그런데 대체 우리는 왜 이리 핸드폰에 집착하는가? 핸드폰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마음이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핸드폰을 둔 곳이 기억나지 않으면 쩔쩔맨다. 아. 어딨더라. 꼭 찾아야 하는데. 사실 핸드폰으로 꼭 해야 할 일도 없는데. 그냥 습관처럼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리고 수시로 그 작은 화면을 연다. 그렇다. 핸드폰은 마약보다 더한 중독이다.
많은 인간들이 취해 있는 강력한 마약.
그 자체다.
우리는 하루에 핸드폰을 2600번 정도 만진다는 통계가 있다. 이러면 평균 10분에 한 번 정도 들여다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심지어 3명 중 1명은 한밤중에도 최소 한 번 이상 핸드폰을 들여다본다고 한다. 오. 정말 대단하다. 핸드폰은 어떻게 이런 강력한 중독을 만들까?
도파민
우리몸의 엔진
그 중독의 비밀은 뇌에 있다. 우리 뇌에는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엔진이자 기름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 하나 있다.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보면 수치가 팍팍 올라간다. 음식을 먹어서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도파민은 음식을 먹기 전, '먹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동기부여 호르몬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어떤 일을 했을 때 '잘 했어'라고 칭찬해 주는 보상 시스템이기도 하다.
뇌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들은 새로운 것을 무척 좋아한다. 익숙한 일상엔 관심조차 없다가, 화려한 여행지 사진이 나오면 눈이 반짝, 세포들이 모두 들고일어나 손뼉을 치며 환호한다. 이거야!! 이렇듯 도파민 세포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며, 뇌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핸드폰을 만질 때마다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게 된다. 우리가 새로운 뉴스, sns 정보를 접할 때마다 우리 도파민 세포는 똑같이 눈을 번쩍인다.
오. 좋아좋아. 더, 더.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보라구.
뇌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한다. 이러한 뇌의 메커니즘은 도박 중독과 마찬가지로 핸드폰 중독을 만든다. 자자. 핸드폰을 열어봐. 중요한 메시지가 왔을지도 몰라. 좋아요 댓글이 달렸을지도 몰라. 빨리 핸드폰을 열어! 지금 당장!
디지털 우울
핸드폰 자체가 스트레스
시도 때도 없이 분출되는 도파민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핸드폰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우울해진다'는 점에 있다. 이 핸드폰 우울은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하게도 세상은 점점 발전했지만, 우울한 사람은 너무나도 많아졌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스웨덴에서만 성인 10명 중 8명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80프로라니.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또한 문제는 그 연령층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어린 청소년들도 핸드폰 때문에 우울증이 심해져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핸드폰을 쓰면 우울이 생길까? 일단 핸드폰 자체가 스트레스다. 계속 핸드폰을 해야 한다는 욕망은, 핸드폰과 떨어졌을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낳는다. 늘, 언제나 핸드폰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이렇게 핸드폰하고 잠시 이별만 해도 우리 몸에서는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아아아. 스트레스야.
내 핸드폰을 돌려줘. 돌려달라!
세로토닌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
또한 행복해 보이는 SNS 속 사람들을 들여다보면서 나만 왜 이리 우울할까. 생각할 수도 있다. 뭐든 비교하면 우울해지는 법이다. 이때 뇌를 들여다보면 도파민과 비슷한 다른 호르몬이 관찰되는데, 그것은 바로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평온, 조화, 내면의 힘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세로토닌은 기분뿐 아니라 지위, 명예와도 관련되어 있다. 즉,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호르몬인 것이다.
우리는 SNS를 보며 디지털 질투를 느낀다. 내 위치가 왠지 전보다 나빠진 것 같다. 나는 강남에 집도 없고, 주식으로 돈도 못 벌었다.
이렇게 비교하다 보면
삶이 경쟁으로 가득 찬다.
그런데, 요즘은 더 심각한 게 과거의 우리는 우리 주변 사람하고만 경쟁하면 됐었다. 많아봤자 20~-30명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오늘날엔 SNS 속 수십억 명과 우리는 경쟁한다. 내가 무엇을 하든 항상 나보다 더 잘하는, 더 현명한, 더 멋진, 더 부유한 누군가가 있다. 이러한 위계질서 속에서 내 지위가 점점 하락하는 게 느껴진다.
불안해지고 슬퍼진다.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진다.
그러면서 우울증은 슬며시 찾아온다.
디지털 디톡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디지털 디톡스를 할 때다. 과학자들이 실험한 결과, 하루에 30분 정도만 SNS를 할 경우 기분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아예 핸드폰을 끌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모든 푸시 알림도 끄고 핸드폰도 침실에 두지 말자. 핸드폰을 흑백으로 설정하면 도파민이 덜 나온다고 한다. 한 번 해보자. 그리고 핸드폰 그만 보고 나가서 걷고 뛰자.
SNS를 완전히 끊는 건 어렵겠지만, 조금씩 줄이는 것은 확실히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된다. 사실, 우리의 뇌는 1만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초원과 정글을 돌아다니며 과일이나 따먹고 히히 웃던 그 시절 그대로다. 그런 원시인은 확실히, 핸드폰보다는 진짜 사람을 더 좋아하고, 핸드폰보다는 직접 두 발로 뛰는 걸 더 좋아할 거니까. 핸드폰은 확실히 절제가 필요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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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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