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도서

엄마는독서중(미듬)
- 작성일
- 2020.10.14
모든 순간의 향기
- 글쓴이
- 김민경 저
사이드웨이
건축을 전공하고 컬러를 공부한 이 책의 저자는 공간을 설계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단단하고 물리적인 공간도 부드러운 향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성북동 골목 한편 작은 '마미공방'을 열고 향을 만지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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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향이 좋을까요?"
향기를 만지는 일을 하며 자연스레 그녀의 삶에 향기와의 추억이 스며들었으며, 라벤더, 로즈메리, 바질, 티트리등 서른 개의 향기와 관련된 그녀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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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색과 향기는 다를 수 있다.
- '나는 늘 향을 곁에 두지만, 향수는 쓰지 않는다.
색이 넘치는 작업을 하지만 대개 무채색의 인간에 가깝다.'
p.27 中 -
- '무의식중에라도 향과 색을 동일시하는 선택을 하는 건 아닌지 조심해야 한다.' p.25 中-
이 책을 다 읽기까지 계속해서 의문이 드는 부분은 색이였다. 서른가지의 향기를 이야기 하면서 나무나 꽃, 아로마등의 사진이 전부 무채색이였기 때문이다.'향기와 알맞은 컬러를 수록했다면 이 책이 더 알록달록 예뻤을텐데' 라는 생각이 마지막 장 읽을 때까지 계속해서 들었다. 다 읽은 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런데 불현듯 저자가 왜 그랬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내 의문의 정답은 첫 장 부터 있었다.
- 보라빛의 라벨이 라벤더로 인식되고, 진한 핑크빛은 장미와 같은 플로럴 계열, 녹색은 허브계열, 연한 노란빛은 레몬같은 시트러스 계열로 쉽게 연상된다. p.25 中-
저자의 지인은 보라색을 좋아하지만 라벤더의 향을 싫어한다고 한다. 좋아하는 색과 향은 다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일까, 저자는 무채색을 고집한다고 한다. 이 책대부분의 사진을 무채색으로 한 건, 의도치 않게 글의 느낌과 향기, 색이 저자로 인해 정해지는 것을 막고자 '독자를 배려해 의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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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유래와 효능
서른 개의 향기마다 그들만의 이야기와 효능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라벤더】
(라벤더향이 들어간 디퓨저)
- 1910년경 프랑스 조향사 가문의 화학자 르네 모리스 가테포세는 화학 실험을 하다가 실험 중에 발생한 폭발로 손을 데었는데 우연히 라벤더 오일이 든 통에 손을 넣었다. 그 뒤 흉터 없이 상처가 빠르게 아무는 것을 보고 라벤더의 치유력을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가테포세는 아로마테라피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p.21 라벤더 中-
- 오랜 시간 치유와 진정의 역할을 담당해 온 라벤더. 지금에 와서는 피로회복과 숙면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된다...(생략)... 라벤더에 함유된 리나롤 성분이 심리적 이완 작용을 도와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p.22 라벤더 中-
나이가 들어서인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부쩍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그래서 작년부터 침실에 놔두면 잠이 잘 온다던 라벤더를 심었다. 하지만 싹이 나오고 얼마뒤 죽거나 아에 싹을 틔우지 못했다. 다들 쉽다고 하는데 난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시중엔 4000원이면 라벤더 모종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무슨 고집인지 나는 내 손으로 직접 싹을 틔워야 그 식물에 정이 간다. 이제껏 포기하고 있다가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소에서 1000원에 씨앗을 다시 구매했다. 그리고 다*소에서 구입한 라벤더향 디퓨저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이번엔 꼭 성공하길...^^
【로즈메리】
(직접 키운 로즈메리)
- 로즈메리 향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어 뇌를 자극하거나 집중력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기억을 대표하는 허브이기도 하다. p.29 로즈메리中-
나는 로즈메리를 키우고 있다. '공부법' 책에서 그 아로마의 효능에 대해 알고 난 뒤 그것의 효능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집중력에 특히 좋다는 로즈메리를 아이들 공부방에 놔두는 상상을 하며 씨앗을 심어 정성스레 내 손으로 직접 새싹을 틔웠다. 아직 10cm 정도로 다 크진 못했지만, 손끝을 스치는 로즈메리의 향기는 더 없이 황홀하다.
【시트로넬라 & 시나몬】
- 스리랑카와 인도네이사의 섬 자바에서 재배되어 추출되는 시트로넬라는 천연 재료로 모기를 퇴치하는 방법이 대중적으로 알려져있다. 오일속에 시트로넬랄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벌레 기피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p.48 시틀로넬라 中 -
-진드기를 예방할 수 있는 오일로도 알려져있는 시나몬은 꿉꿉한 기분과 쾨쾨한 냄새도 털어낼 수 있고 침구류에 쉽게 번식하는 진드기를 예방할 수도 있다고 한다. p.59 시나몬 中 -
시트로넬라, 시나몬 같은 오일은 벌레등에 아주 효과적이다. 여름철 모기, 가을에 혈기왕성한 진드기를 향기만으로 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주 매력적이다.
【바질】
(직접 키우고 있는 바질)
- 생 바질을 따서 잣과 같은 견과류와 함께 잘 빻아서 올리브 오일과 소금, 치즈로 간을 하는 걸쭉한 소스를 바질 페스토라 부른다...(생략)...절구에 잎을 직접 빻는 쪽이 훨씬 맛이 좋다 p.67 中 -
- '아유르베다 요법' 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서양에서는 안정을 주는 허브라고 하여 신경질적인 정서를 다스릴 때 찾았다. 불안하거나 예민해지는 마음을 다스리거나 집중력을 높이고 싶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p.69 中-
우리 집에서 음식할 때 유용하게 쓰고 있는 허브중 하나다. 소고기 위에 로즈마리 4~5잎을 올려 구우면 향긋한 향이 고기를 더욱 고급지게 만들지만, 그 중 단연 최고는 파스타에 넣는 바질이라 생각한다. 파스타에 들어간 바질의 향은 입맛을 더욱 돋구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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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향기와의 블렌딩
- 숙면의 소망을 담아 라벤더와 스위트오렌지, 베르가모트를 블렌딩한 오일을 '잘 자요 오늘 밤'이라고 부른다. p.23 라벤더 中 -
- 베르가모트의 느낌을 담은 향을 만들고 싶어 라벤더와 일랑일랑을 더해 '따뜻한 스웨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추워서 자꾸 웅크리고만 마는 겨울에 자꾸 손길이 가는 스웨터처럼 차가워지는 우울한 기분에 작은 활기를 불 피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p.88 베르가모트 中-
그녀는 향기 전문가이다. 그래서 효능을 더욱 극대화 하기 위해 여러 오일을 섞는데 그것을 블렌딩한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한 번만 들어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블렌딩한 것들의 이름이였다. 정말 저런 이름의 향기를 팔까? 궁금했다. 그래서 그녀의 사이트 '마미공방' (주소: www.g-mamie.com ) 에 들렀더니 정말 책에서 봤던 이름과 똑같은 향들을 사이트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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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향의 언어로
- 사람들은 공간을 채우고 있는 향을 맡은 느낌을 본인만의 경험으로 바꾸어 저장한다. 좋은 향기가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고, 적당한 향기는 공간의 경험치를 더 풍성하게 한다. 올팩토리 메모리, 후각 기억이라고도 불리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마케팅이다. p.102 中 -
-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 떠 있는 작은 돛단배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생략)... 어떤 날엔 지금의 삶이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하ㅣ만 또 어떤 날엔 불안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을 때도 있다...(생략)...시소 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다. 좋았다가, 슬펐다가, 부러웠다가, 만족한다. 흔들거리고 중심을 잡지 못할 때 풀잎 같기도 장미 같기도 한 제라늄이 생각난다. p.134 中 -
저자의 향기는 시, 공간과 함께 기억되는 것 같다. 옛 연인과의 추억에서 페퍼민트를 생각해 내고, 갈대같이 흔들리는 순간 제라늄을 생각해 내듯이 향기의 전문가 답게 이 책엔 서른개의 향기마다 그녀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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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사이프러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데스크 매트 中 사이프러스 나무)
- 나도 모르게 별것 아닌 일에 버튼이 눌리고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화가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지나고 나면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를 감정이다...(생략)...깊은 숲속에서 천천히 호흡하는 느낌으로 나를 달래며 다짐한다. 뾰족하게 솟을 것 같은 뿔을 눌러 담는다. p. 186 사이프러스 中-
- 사실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여기에 있고, 천천히 하고 있다. 반드시 의미 있는 시간만을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 작은 노력들이 쌓여 언젠가는 무언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p.195 사이프러스 中-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의 화면 아래쪽을 검은색으로 채우고 있는 구불구불한 나무가 바로 사이프러스다. 이 향의 특징은 강하고 묵직한 나무 향이 특징적이라고 한다. 세드롤이라는 성분이 심장 박동과 호흡을 천천히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차분한 상태에서 판단하는 것을 도와주는데, 감정기복이 심한 저자가 감정을 달래고 싶을 때 사용했던 향이라고 한다.
미래의 불분명함이 두려움이 되어 저자를 괴롭히는 것이 나와 비슷함을 느꼈다. 하지만 향기로 마음을 다스리며 이겨내는 저자를 보며 그 향을 맡은 것 같이 위 그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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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예전에 아로마에 대해 한참 관심을 가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아로마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았다. 그 당시 보통 아로마와 관련된 책들은 아로마의 이름, 학명, 유래, 효능에 대한 딱딱한 설명만 적혀있는 이론서적이 대부분이였다. 그 중 하나를 봤고, 지금은 몇가지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학명, 유래, 효능 그리고 저자의 공간에 향기를 담은 내용을 더해 더욱 따뜻한 책이 되었음에 신선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 '나도 나만의 공간에 그 향기를 추억하고 싶다' 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채우게 되었다...
- YES24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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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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