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도서

엄마는독서중(미듬)
- 작성일
- 2020.12.8
90일 밤의 미술관
- 글쓴이
- 권미예 외 4명
동양북스(동양books)
《90일 밤의 미술관》
이용규 | 권미예| 신기환 | 명선아 | 이진희 지음
동양북스 | 2020.11 | 416쪽
"유럽 각지의 미술관에서 수천 명을 감동시킨
5명의 도슨트가 전하는 미술 이야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화가의 삶과 그림 속 이야기를 90일동안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유럽에 있는 미술관을 기준으로 미술작품을 소개해 놓았기 때문에 중복되는 화가가 몇 번 나오기는 하지만 되도록 많은 화가가 이 책에 소개되어있다.
이 책의 저자는 5명의 '도슨트'들이다. '도슨트'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이라는 뜻으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등 유럽 각지의 미술관에서 오랜시간 도슨트로 활동한 저자들이 작품 하나하나를 이 책에 재밌게 풀어놓았다.
Day1 부터 Day 90일 까지 읽은 것들을 하나씩 체크해 가며 편안하고 여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차례를 구성해놓았다. 매일 한 작품을 2장 정도로 구성했는데, 조금 모자른 감도 있다. 읽으면 그 다음 날도 읽고 싶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10일이 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ㅋ
이 책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그 외 지역으로 구분 짓고 각 장마다 들어가기 전 각 나라의 유명한 미술관등을 짧게 소개해놓았으며, 마지막장엔 그 지역의 대표 미술관의 사진을 1면 혹은 2면에 꽉 채워 눈을 즐겁게 했다.
이 책엔 수많은 화가와 작품들이 있으므로 소개하기엔 너무 방대한 양이라 각 나라의 도슨트들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 혹은 내가 인상깊었던 그림 위주로 짧게 소개하려 한다.
&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中 신기환 저자】
소 한스 홀바인 <대사들>
탁자 상단에는 별의 운행을 나타내는 천구의와 천체 관측 기구인 사분의, 나침반, 휴대용 해시계, 다면 해시계 등 당시 인류가 이룩한 과학의 산물들이 놓여 있습니다. 다양한 과학 도구는 두 인물이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지닌 학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동시에 어두운 중세 시대가 끝나고 이성과 과학으로 대표되는 시대, 즉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p.41)
이 그림은 다채로운 배경과 갖가지 상징으로 가득한, 미술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그림이라고 설명한다. 작품 안에는 여러 메시지가 있는데, 하나 하나 저자가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그림을 더욱 꼼꼼히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림의 의미도 같이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화가는 해골을 통해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p.42)
그림 중간 아래에 보면 그림과 어울리지 않는 기이한 형상 하나가 보이는데 이를 '왜상기법'으로 표현한 '해골'이라고 한다. 그림 중간에 해골은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왜상기법은 정해진 위치나 각도에서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상의 실체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기법이다. 이 그림을 실제로 오른쪽 방향에서 비스듬히 보면 아래와 같은 해골 형상이 제대로 보인다. 정말 신기하다. 핸드폰으로 이 리뷰를 보고 있다면 한 번 해 보시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中 이용규 저자】
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
왼쪽 하단에는 피를 흘리며 죽은 시킨의 모습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그 사람의 하의가 벗겨져 있다는 것인데, 죽은 사람의 옷까지 훔쳐 입었어야 하는 당시의 빈곤함과 처참함을 나타냅니다. (130쪽)
이 그림은 예전에도 많이 봐왔지만 아래 누워있는 죽은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Day26 정도까지 오면 그림을 조금 자세히 보는 능력이 생기나 보다. 이상했다. 싸우는데 왜 하의를 벗겨놓았지...까지 생각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역사에 깊은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라 별 생각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림을 상세히 보기는 했으나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이용규 저자는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 마냥 친절히 설명한다. 당시의 빈곤함에 옷까지 훔쳐 입었음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순간이다.
모든 그림에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제일 마지막엔 감상 팁까지 준다. 다 읽은 후 다시 그 그림을 보고, 놓친 부분들, 생각해 봐야 할 것들, 시대 설명, 미술 기법, 한 번 더 봤으면 하는 부분들까지 친절히 설명해놓았다.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中 권미예 작가】
이 그림은 초상화가 아닌 '인물'이라는 '트로니' 라고 한다. '트로니'는 인물의 표정 묘사와 의상 양식을 통해 특정한 계층을 드러낸다.
이 그림은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린다.
눈썹과 속눈썹이 생략된 과감한 표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연상케 하는데, 실제로 <모나리자>와 같은 스쿠마토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194쪽)
이 소녀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후원자의 딸이라는 말도 있지만, 벌어진 입술의 성적 능력을 내포한다는 점을 통해 화가의 내연녀라는 상상으로 이시 슈발리에는 소설《진주 귀고리 소녀》를 썼다고 한다. 소설을 읽으면 이 소녀가 머릿속에 생생히 살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中 이진희 저자】
프란시스코 고야,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이 그림은 벽화다. 고야가 죽은 후 벽면을 그대로 떼서 캔버스에 붙여 전시한 것이라고 한다.
고야는 자신의 부인 바예우와의 사이에서 10명이 넘는 자녀를 낳았지만 살아남은 아이는 단 한명이었습니다. 임신 중에 사산된 아이도 있고,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들도 있었지요. 이에 대해서는 고야가 젊은 시절 워낙 문란한 생활을 한 탓에 성병에 걸렸고, 이 때문에 아이들이 일찍 죽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277쪽)
이진희 도슨트는 고야는 이 그림을 그리기 전 얼마 살지 못하고 떠난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했을 거라 이야기 한다. 자신을 자책해서 그래서 사투르누스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했을 거라 하는데, 일리가 있는 듯 하다.
이 그림은 한국슈바이처 출판사에서 나온 '그리스로마신화' 에도 나오는 그림이다. 우리집에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전집 중 하나인데, 예술작품을 같이 소개해주는게 특징이다. 제우스이야기에 이 그림이 나왔었다. 진작 이 책을 읽었다면 아이들에게 고야가 살았던 시대상황과 이 그림이 나오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을테고, 조금 더 풍성한 독서가 되었을 텐데. 그저 '으악~잔인해~' 이러고 아이들보고 보지 말라고 했으니. 참 무지한 엄마를 둔 덕에 아이들에게 미안하기 까지 하다. ㅋ
【독일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中 명선아 저자】
알브레히트 뒤러,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
그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이 그림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 그림 속 얼굴이 예수의 상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중략)..이유는 무엇보다 시선때문입니다. 16세기 초상화는 45도 각도로 앉은 자세를 그리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며, 오직 예수와 마리아의 성상만 정면관으로 그렸습니다. (327쪽)
명선아 도슨트는 자칫 신성 모독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이러한 위험한 행동을 한 것은 뒤러가 첫 이탈리아 여행 후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에서 예술가는 여전히 단순한 기술공에 지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탈리아에서는 화가가 학자이자 사상가였음에 충격을 받고, 창조자인 예수의 모습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넣어 자신이 진정한 예술가 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설명한다.
그 외 지역 중엔 미국 캘리포니아 '메닐 컬렉션'에 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미국 캘리포니아, '메닐 컬렉션' 中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
"잇츠 레이닝 맨~ 할렐루야~"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을 '하늘에서 남자가 비처럼 내려와' 란 노래를 아시는가? 이 곡은 미국 가수 제리 할리웰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 곡으로, 위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작사한 곡이라 한다.
이그림의 제목 <골콩드>는 지금은 폐허가 된 인도 남부의 고대 도시 '골라콘다'를 지칭합니다. 14세기 중반에서 17세기 사이 부유했던 두 왕조의 수도였던 이곳은 12세기에 다이아몬드가 쏟아져 부를 축적하게 되었는데, 그러한 연유로 골콩드는 아직까지 부의 근원의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399쪽)
남자의 차림새는 실제 마그리트가 즐겨 입던 스타일로 자신을 모델 삼아 그렸다. 그림 속 같은 크기로 배치된 이 신사들이 이루고 있는 도형의 모습이 다이아몬드인 것을 보면 제목이 <골콩드>인게 이해가 된다.
왠지 부의 상징이 될 것 같은 이그림....이 책 중에 이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든다..ㅋㅋㅋ 핸드폰 바탕화면 , 집안 구석구석 이 그림으로 도배해버리고 싶은 욕망이 솓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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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90일밤의 미술관인데, 90일동안 읽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 하다. 각 도슨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하루에 두 장 읽기에는 90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사색하며 읽는다는 의미로 볼땐 적당한 기간이지 않나 싶다. 책은 무조건 다 읽고 리뷰해야 한다는 내 신념때문에, 사색하는 시간이 조금 모자라긴 했지만, 3주간 이 책을 읽으며 최대한 리뷰를 통해 이 책의 매력을 어필하고자 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미술작품의 상세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게된다. 예전과 다른 눈높이로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힘이 생김을 느낄 수 있다.
- YES24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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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