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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18세기의 철학을 '취미의 철학' 또는 '취미의 미학'이라고 한다. 당시의 경험주의는 미적 경험 자체를 취미의 한 현상으로 파악했다. 경험주의자들은 취미를 감성적 능력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중세의 감성능력은 18세기에 와서 이른바 취미판단이 되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중세와는 달리 18세기의 미는 객관적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각, 감성의 범주로 다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미적감관'을 통한 취미판단은 이 당시 철학에서 중요한 흐름이었다.


 


영국의 경험론자 샤프츠베리(Shaftesbury)는 최초로 취미판단을 이야기한 인물이다. 그는 '미의 감관은 곧 도덕감관'이라며 도덕적 판단도 미의 판단과 같다고 말했다.


 


관심이 윤리적 문제로 떠오른 18세기 사회에 '무관심성'은 이 당시 취미판단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당시 철학자들은 취미판단의 전제가 무관심성에 있다고 생각했다. 샤프츠베리 역시 무관심성에 관해 이야기했다.-『disinterestedne』는 무관심성에 관한 샤프츠베리의 철학서이다.- 그는 광활한 대지의 소유, 관조하는 숲의 소유, 아름다운 것에의 욕망-이를테면 성욕 같은 것- 등을 예로 들어 무관심성을 설명했다.  무관심성이란 인간의 이기심을 배제하고 미(美)를 관조해야 한다는 말이다. 무관심성은 자기 이익적 동기로부터 유발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것을 지각할 때, '마냥 좋은 것'이 있다. 어떠한 이기적 동기 없이 '그냥' 좋은 것 말이다. 샤프츠베리는 그 무관심적 즐거움, 무관심적 열정-대상에 대한 강한 몰두나 집중의 내재적 가치-에 중점을 둔다.


 


샤프츠베리의 취미판단을 더욱 발전시켜 이야기한 철학자는 허치슨(Hutcheson)이다. 그의 철학에 와서 플라톤의 초월주의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데, 허치슨의 시대에는 '미감(미의 감정)'을 하나의 능력으로 여겼다. 허치슨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통감(commonsense)'이다. 흔히 '상식'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허치슨은 순수하게 취미판단을 하다 보면 공통으로 일치되는, 공통된 감정인 '공통감'이 산출된다고 말했다. 그의 철학의 특징은 '내감'에 집중했다는 것인데 외적 지각보다는 내감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말이다. 그는 또한 내감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것으로 '다양의 통일'을 이야기했다.


 


취미의 기준을 만들고 싶어한 경험론자 흄(Humm) 역시 빼놓을 수 없는 18세기의 철학자다. 그는 '구성의 법칙'을 이야기했다. 취미의 섬세함을 구비한 사람은 구성의 법칙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apriori'를 이야기했다. 취미판단은 선천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취미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흄의 이론이다.


 


그렇다면 왜 개개인의 취미판단 능력이 달라지는 것일까? 흄은 취미판단은 선천적인 능력이나 교육에 의해 그 개별적 능력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미적 교육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흄의 철학이 미적 교육론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다. 그는 "우리 마음에 생겨난 보기 좋은 정서는 섬세하고 나약하다. 그래서 호의적 환경의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호의적 환경의 협력'이란 '미적 교육'을 뜻한다. 그러면서 그는 '적격한 관찰자(적법한 관찰자), '섬세한 관찰자', '비평가'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모든 편견으로부터 벗어난 깨끗한 관찰자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관찰은 곧 진정한 미와 판단의 기준이 된다.  


 


또한 흄은 지역별·시대별·나라별로 미적 취미판단의 통계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비록 흄의 시도는 실패했지만 그 시도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 -후에 칸트에 의해 정리됐다.-


 


취미판단은 비평의 원리다. 이를 계승·발전시킨 인물로 칸트(kant)가 가장 유명하다. 그는 1790년, 자신의 미학서 『판단력 비판』에서 이미 '취미판단은 미적비판'이라며 취미판단의 논리에 대해 밝힌 바 있다. -『판단력 비판』은 '미 분석, 자연·예술미, 미에서의 도덕성'에 관한 부분으로 구성됐다.- 칸트는 취미판단(미적판단)에 있어서의 4계기에 대해 말했다.


 


제 1계기는 "취미판단은 미감적이다"(취미판단의 일반적 정의)라는 것이다. 이는 취미판단의 주관적 성질을 뜻하는 것이다. 여기서 '미감적'이라는 것은 미적 감각을 통해 판단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제1계기는 취미판단의 성질을 이야기했으며, 칸트는 주관적인 취미판단(미적판단)을 중요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2계기에선 취미판단 성질의 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은 역시 무관심성을 전제하며 이는 취미판단의 보편성을 이끌어낸다. 칸트는 "취미판단을 규정하는 만족은 일체의 관심을 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취미판단을 만족시키는 조건은 일체의 관심을 결여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곧 순수한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의 판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섞이면 그것은 편파적이라는 게 칸트의 의견이다. 그래서 그는 "취미는 일체의 관심이 결여된 상태에서 판단되어야 하며 그렇게 판단된 미는 아름답다"고 말한다.


 


제3계기는 취미판단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는 목적이란 개념을 떠나서 지각되는 합목적성(목적 없는 합목적성, 형식적 합목적성 - 어떤 개념(이성)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의 형식이다"라는 칸트의 주장은 대상의 형태 통해 산출되는 취미판단이 대상의 형태를 상상력(구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놀이(유희)로 여긴다는 근거로 뒷받침된다. 여기서 '오성'이란 이성과 반대되는 개념이다.오성은 '대상에서 규칙성을 발견해내는 정신능력'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한편, 칸트는 제3계기를 말하며 취미판단과는 다른 미(美)로 숭고미를 이야기한다. 숭고를 미의 범주에 넣을 것이냐, 배제할 것이냐,는그동안 많은 논쟁이 되어 왔다. 칸트에 따르면, 숭고미란 인간 이성 존재 자체에서 기인한다. 숭고는 상상력과 이성의 합리적인 결합이다. 따라서 칸트는 숭고를 미적판단의 범주에 넣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제4계기는 "개별적인 미적판단에 대한 보편적인 동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취미판단의 종합으로 가는 길이며 공통감(감성적 공통감. 『순수이성비판』의 논리적 공통감과는 대조된다.)을 전제로 한다. 공통감은 칸트에게 있어 미적판단의 보편적 필연성이다. 이 제4계기에 따라 칸트는 예술미는 자연미보다 순수판단이 될 확률이 낮다고 여겼다. 예술미는 보편적인 동의를 얻는 데에 있어 자연미보다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미는 사치성이 동반되기 때문에 타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칸트는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자연미는 예술보다 우월하다고 여겼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의 심성 안에는 선한 마음, 도덕성의 표증이 있다." : 이는 무관심성을 전제했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었다. 또한 그는 고대철학과 마찬가지로 "미는 도덕성의 상징"이라고 여겼다.


 


칸트의 취미판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인식능력과 사유능력이다. 그는 인식능력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이성(vernumft) - 원리·추리라는 보편성을 통해 특수한 것을 규정하는 능력. 숭고는 감각을 초월해 이성을 통해 인식된다. -, 오성(verstand) - 보편적인 것으로서의 규칙을 인식하는 능력 -, 판단력(vrteilskraft) - 특수를 보편적인 것이 포섭시키는 능력 -이 그것이다. 특히 오성과 판단력은 취미와 예술미로 발전하는 개념이다.


 


이렇듯 취미판단에 대해 숙지하고 <타인의 취향>을 보면, 영화는 더욱 흥미롭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프랑스 예술 영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자꾸만 커피가 당기는 영화다. 영화음악도 풍성하다. 피아노에서 오페라를 넘나드는 OST는 보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타인의 취향>에서 더없이 착한 카스텔라는 그림을 볼 줄도, 연극을 볼 줄도 모른다. 그는 극장이라면 딱 질색인 기업의 사장이다. 그에게는 떨어지라 말해도 늘상 붙어있는 보디가드 프랑크와 운전기사 브루노가 곁에 있다. 카스텔라의 부인 앙젤리크는 자신만의 취향이 확실한 여자다. 그녀는 집안을 꽃무늬와 새문양으로 장식하기를 즐긴다. 시동생의 집에서도 자신만의 취향을 강요하고, 자신의 개가 타인을 물어도 오히려 개 편을 드는 데에는 보는 이에 따라 미간을 찌푸릴 수도 있겠다.


 


별다른 사건 없이 흘러갈 듯 하던 영화는 카스텔라가 영어 과외 선생 클라라를 연극 무대에서 본 뒤 발생한다. 자신의 영어 교사로 왔을 땐 별 관심 없던 클라라의 연기에 반하게 된 것! 그러나 클라라는 문화적 소양이라곤 없는 카스텔라의 콧수염조차 징글징글하게 느낀다.


 


한편, 프랑크와 브루노는 각각 마니와 사랑에 빠진다. -마니는 감독인 아네스 자우이가 맡았다. - 영화는 이렇게 크게 두 축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들 등장인물의 취향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앞서 말했듯 취미판단은 비평의 원리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취향, 취미때문에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과의 공통감이 없기 때문이다. 클라라로 인해 정신적인 미적 교육과, 미감을 터득하려는 카스텔라의 노력은 눈물겹다. 그러나 그의 노력만큼이나 클라라는 카스텔라에게 냉담하다.


 


개개인의 취향이 다 같을 순 없다. 개별적인 미적판단에 대한 보편적 동의를 얻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그렇게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만을 고집한다. 그들에겐 각자의 취향이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어서 다른 사람의 취향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공통감을 산출해내려는 노력도, 타인의 취향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다. 그래서, 요즘 같은 사회에선 나의 취향을 선뜻 이야기하기도 두려워진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취향을 인정해주는 사람은 몇 없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취향에 타인의 취향을 억지로 끼워맞추려는 행태를, 나는 혐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앙젤리크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프랑스엔 '똘레랑스'가 있다. 관용과 포용의 정신, 이젠 타인의 취향에도 적용할 때다.


 


ⓒ Hyang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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