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속의 길

레레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6.8.11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1610, 캔버스에 유채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다윗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다윗으로 하여금 몇 개의 돌과 몰매로 간단히 블레셋의 적장 골리앗을 물리치게 하였다. 다윗은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외쳤다. "내가 너를 쳐서 네 머리를 베고 블레셋 군대의 시체로 오늘날 공중의 새와 땅의 들짐승에게 주어 온 땅으로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계신 줄 알게 하리라" (사무엘 17장 46절)
성서에 의하면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자에게는 큰 사랑을 베풀었고, 인간이 지닐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을 주었다. 성서는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하나님을 따르는 자로 하여금 큰 힘을 주시어, 하나님의 이름 하에 그 어떤 참혹한 행위도, 살인도 정당화시키고 있다.
카라바조가 이를 성서대로 해석했다면 다윗은 힘센 소년으로, 골리앗의 머리를 높이 쳐들며 승리에 찬 당당한 모습으로 표현되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카라바조의 다윗은 자신이 죽인 블레셋 적장 골리앗을 연민의 눈으로 쳐다바고 있지 않은가. 카라바조는 골리앗의 얼굴에는 어린 소년 다윗에게 어이없이 죽임을 당한 수치심과 참혹한 표정을 담아냈고, 골리앗의 얼굴을 들고 있는 다윗에게도 하나님의 이름 아래 저질러진 죄는 증거를 슬픈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하였다.
카라바조의 마지막 작품으로 추정되는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그의 천재성을 확인한다. 그는 단순히 종교를, 성서의 내용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하나님 앞에서 다윗도, 골리앗도 무력한 한 인간일 뿐이다. 겸손과 교만의 이중성은 마치 화면에 등장하고 있는 카라바조의 두 얼굴처럼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한다. 카라바조의 마지막 작품은 철저한 자기성찰을 담은 것이었으며 불합리성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제시하는 인간성에 대한 이해였던 것이다.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333p - 3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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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