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북리뷰)

웬디힐
- 작성일
- 2020.6.2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 글쓴이
- 듀나 저
현대문학
PIN 026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천조각이 바람을 타고 밀려오듯 진실과 거짓을 막론하는 음모가 서서히 잠식한다. 소행성대에서 살았던 그녀는 다른 소행성에서 업무를 마치고 화성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한다. 몸의 3/4이 없는 꼴이니, 말하자면 두뇌와 척추만 조금 남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름은 배승예. 그녀는 하나뿐인 생존자인 동시에 재생 치료를 위해 아르카디아에 도달했을 당시 유일무이한 인간이었다.
아르카디아. 현세를 반영한 그곳에는 창작의 과정을 거쳐 재탄생한 외계인들이 존재한다. 게임 캐릭터, 유명한 소설 속 주인공이 실존하듯 '아바타'를 씌워 나타난다. 아바타는 선택된 캐릭터의 특성을 그대로 카피하듯ㅡ고유의 이름은 바뀔지라도ㅡ 외모부터 성격까지 닮아있다.
뇌 속의 정보를 복제하여 아바타가 되는 것, 소멸의 또 다른 과정이었다. 본래는 인간의 모습이었을지 모를 지금의 비인간(AI)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증명하려 한다. 허구의 대상이 결코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싸운다. 영원히 살아가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였던 생사의 갈림길에 대뜸 새로운 경로가 하나 생겨났다.
가상의 세계가 맞는지, 정말 이들이 허구의 존재가 아닌 실존하는지에 관한 추론은 확실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게 만든다. 끊임없는 의심을 품게 되고, 시야를 넓힐수록 혼란을 준다. 어떠한 무대에 아무런 역할도 지정받지 않은, 외부인인 내가 단에 난입했을 때 견고했던 섭리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미로 속 나만 비추는 조명은 걸음을 옮길수록 사방으로 퍼져 길을 비춘다.
우주 전쟁, 아바타, 가상현실 세계, 외계인. SF에 나올만한 모든 소재들의 총 집합체이다. 삶과 죽음이란 결국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골몰하게 만든다. 육체는 없고 정신만 남은 상태는 과연 어떤 현상으로 보아야 할까. '듀나 월드'의 세계관을 전부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그만큼 독특했고 미지(微旨)가 담겨있는 듯했다. 어쩌면 상상력이 부족한 탓.
P.s. 레드벨벳의 아이린을 소설책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읽기 직전의 놀라움 포착.
Keyword
# SF소설# 삶과 죽음# 음모론자# 시뮬레이션# 존재의 증명
《세상을 떠돌면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거의 모든 일을 했어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지요. 우린 태양계에서 가장 톨스토이인 존재니까요. 게임 속에 냉동 상태로 보존된 문학적 인간의 화석 말입니다._122p》
《저장된 상태에서 시간이 정지되는 건 제가 원하는 소멸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정지는 소멸이 아니고 전 그 상태의 고독이 두려웠습니다._124p》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든 폐허의 길을 따라 날았다._176p》
천조각이 바람을 타고 밀려오듯 진실과 거짓을 막론하는 음모가 서서히 잠식한다. 소행성대에서 살았던 그녀는 다른 소행성에서 업무를 마치고 화성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한다. 몸의 3/4이 없는 꼴이니, 말하자면 두뇌와 척추만 조금 남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름은 배승예. 그녀는 하나뿐인 생존자인 동시에 재생 치료를 위해 아르카디아에 도달했을 당시 유일무이한 인간이었다.
아르카디아. 현세를 반영한 그곳에는 창작의 과정을 거쳐 재탄생한 외계인들이 존재한다. 게임 캐릭터, 유명한 소설 속 주인공이 실존하듯 '아바타'를 씌워 나타난다. 아바타는 선택된 캐릭터의 특성을 그대로 카피하듯ㅡ고유의 이름은 바뀔지라도ㅡ 외모부터 성격까지 닮아있다.
뇌 속의 정보를 복제하여 아바타가 되는 것, 소멸의 또 다른 과정이었다. 본래는 인간의 모습이었을지 모를 지금의 비인간(AI)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증명하려 한다. 허구의 대상이 결코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싸운다. 영원히 살아가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였던 생사의 갈림길에 대뜸 새로운 경로가 하나 생겨났다.
가상의 세계가 맞는지, 정말 이들이 허구의 존재가 아닌 실존하는지에 관한 추론은 확실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게 만든다. 끊임없는 의심을 품게 되고, 시야를 넓힐수록 혼란을 준다. 어떠한 무대에 아무런 역할도 지정받지 않은, 외부인인 내가 단에 난입했을 때 견고했던 섭리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미로 속 나만 비추는 조명은 걸음을 옮길수록 사방으로 퍼져 길을 비춘다.
우주 전쟁, 아바타, 가상현실 세계, 외계인. SF에 나올만한 모든 소재들의 총 집합체이다. 삶과 죽음이란 결국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골몰하게 만든다. 육체는 없고 정신만 남은 상태는 과연 어떤 현상으로 보아야 할까. '듀나 월드'의 세계관을 전부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그만큼 독특했고 미지(微旨)가 담겨있는 듯했다. 어쩌면 상상력이 부족한 탓.
P.s. 레드벨벳의 아이린을 소설책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읽기 직전의 놀라움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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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소설# 삶과 죽음# 음모론자# 시뮬레이션# 존재의 증명
《세상을 떠돌면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거의 모든 일을 했어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지요. 우린 태양계에서 가장 톨스토이인 존재니까요. 게임 속에 냉동 상태로 보존된 문학적 인간의 화석 말입니다._122p》
《저장된 상태에서 시간이 정지되는 건 제가 원하는 소멸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정지는 소멸이 아니고 전 그 상태의 고독이 두려웠습니다._124p》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든 폐허의 길을 따라 날았다._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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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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