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옥은 선의로 포장이 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들어왔다. 가끔은 자신들의 필요 따라서 마음대로 갖다 붙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그 말을
떠올리게 되는 요즘이다. 지옥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망가져있는 지를 그 말은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잘못된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선의로 했다는 말로 책임을 피하려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 자체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병들어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의로 했다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그 자체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의가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법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무책함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사는 것이 장난이냐는 말을 하던 이들이 이제 사람들에게 자신이 한 잘못은 선의로 한
것이니 괜찮지 않냐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웃을 수도 없을 정도의 바보같은 짓이다.

히틀러의 성공시대 1 김태권 글,그림 한겨레출판 | 2012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