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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프헤벤
- 작성일
- 2022.12.26
유류품 이야기
- 글쓴이
- 로버트 젠슨 저
한빛비즈
저자는 재난 수습 전문가다. 정확히 말해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비행기 사고, 테러 등 인적 재해까지 포함하여, 여기에서 발행한 사망자를 수습하고 유류품을 거두고, 신상을 파악하여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사전적 의미로 죽은 사람의 잔해를 ‘시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건조한 느낌이다. ‘시신’과는 달리 ‘체’라는 단어는 철저히 육화(肉化)된 느낌을 준다. 그저 썩으면 흙으로 돌아갈 고깃덩어리. 우리는 좀비 시체라고 하지, 좀비 시신이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시체는 뭐랄까, 인간의 마지막 존엄마저 휘발된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시신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유류품은 고인이 마지막 순간 갖고 있던 물건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유류품을 수거해 카테고리로 만들어 유족들에게 보여주어 신상을 파악하기도 하고, 유족에게 돌려주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유류품은 생자와 망자를 잇는 연결고리다. 백수광부가 물을 건너듯 생의 길을 저버렸을 때, 백수광부의 아내가 애타게 부르짖을 수 있는 마지막 공무도하가.
죽음은 공평하면서도 불공평하다. 죽음은 공평하게 누구나 예외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죽음이 찾아오는 방식은 철저히 불공평하다. 잠자듯 고요히 세상을 떠날 수도 있고, 비행기 사고로, 테러로, 질병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죽음의 속성으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솔직하게 글로 나타냈다. 아무리 자신이 노력해도 누구나 죽음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결국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삶을 잘 살 궁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외로, 사망자를 존중하는 경향이 확산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에 의하면, 비극이 발생했을 때 사망자를 애도하는 것보다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로 인해 시‘체’를 빠르게 수습하고 국가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에 급급했다고 한다. 집단의 효율적 이익 앞에서 죽음이나마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 없다는 것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진다. 유족은 누군가의 죽음 자체에 슬퍼하고 분노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비인간성에 분노한다고 한다.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삶에 대한 노래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를 책임지는 일을 하면서 결국 살아 있는 우리들의 삶을 우리 스스로 책임질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도 충격적인 참사를 몇 번 겪었다. 죽음은 그 누구도 언제 찾아올지 예상할 수 없다. 고인은 존엄히 애도하며 정치 경제의 논리에 이용당하지 않게 하고, 산 자는 삶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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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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