齊物論 第二

만물을 고르게 하는 논리

<제물론>은 만물을 고르게 하는 논리라는 뜻이다. 장자 철학의 근본인 유일절대(唯一絶對)의 <道>의 입장에서 현실 세계의 갖가지 현상- 是非, 善惡, 美醜, 正邪, 禍福, 吉凶, 覺夢 등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상대적 가치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의미한가를 뚜렷이 밝히려고 한다.  

子游(자유)가 스승인 自藄(자기)에게 물었다.

“지금 책상에 기대신 모습은 예전과 다릅니다.”

자기가 대답했다.

“지금 나는 나 스스로를 잊어버렸다. 너는 그걸 알 수 있겠느냐. 너는 사람의 퉁소 소리는 들어도 땅의 퉁소 소리를 듣지 못했고, 또 땅의 퉁소 소리를 듣는다 해도 아직 하늘의 퉁소 소리를 듣지 못했겠지.”

“부디 그 도리를 말씀해 주십시오.”

“대지가 내쉬는 숨결을 바람이라고 하지. 그게 일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일단 일었다 하면 온갖 구멍이 다 요란하게 울린다. 너는 저 윙윙 울리는 바람 소리를 들어 봤겠지. 山林(산림)의 높은 봉우리의 백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 구멍은 코 같고 입 같고 귀 같고 화로 같고 술잔 같고 절구 같고 깊은 웅덩이 같고 얕은 웅덩이 같은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지. 그게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콸콸 가칠게 흐르는 소리, 씽씽 화살 나는 소리, 나직히 나무라는 듯한 소리, 흐흑 들이키는 소리, 외치는 듯한 소리, 울부짖는 듯한 소리, 웅웅 깊은 데서 울려나는 것 같은 소리, 새가 울 듯 가냘픈 소리 등으로 울리지. 앞의 바람이 휘휘 울리면 뒤의 바람이 윙윙 따른다. 산들바람에는 가볍게 응하고 거센 바람에는 크게 응해. 태풍이 멎으면 모든 구멍이 고요해진다. 너는 나무가 바람 때문에 크게 흔들리기도 하고 가볍게 흔들리기도 하는 걸 보았겠지.”

자유가 말했다.

“땅의 퉁소 소리는 여러 구멍의 소리이고, 사람의 퉁소 소리는 피리 소리군요. 하늘의 소리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자기가 대답했다.

“수없는 것에 바람이 불어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있어도 온갖 구멍이나 피리 각기 스스로가 소리를 내는 거야. 모두 각자가 제 소리를 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나운 소리를 나게 하는 게 누구일까?”

*****

자유와 자기의 문답은 여기서 끝난다. 이 우화에서 구멍은 인간이나 사물의 덧없음을, 소리는 시비를 일삼는 思考나 言說을, 바람은 좀처럼 포착하기 힘든 도를 나타내고 있다.

월요일이다. 금요일까지 비슷한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공장에 가서 일을 하고 학원에 가서 수업을 하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러다 휴일이 되면 조금은 다른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다시 월요일이 될 것이다.

덧없는 나날이 지나간다. 당분간 그렇게 살아야 한다.

                                                                                                               2024년 11월 4일 02:08.